◆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대란 (上) ◆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한국에 제대로 자리 잡아 뿌리내리게 하려면 먼저 사회가 이걸 받아들이는 풍토를 조성해야죠."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 방안을 놓고 정은수 슈로더자산운용 한국 대표가 전하는 조언이다. 슈로더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가장 먼저 도입된 영국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다. 그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입각해 투자하는 것이 프로세스로 정착된 지 오래"라며 "별도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가 필요 없을 만큼 사회에 뿌리내린 투자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모든 펀드를 만들 때 ESG 원칙에 따라 투자할 기업을 걸러내기 때문에 ESG 펀드라는 이름을 붙여 따로 상품을 내놓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라는 얘기다.
그는 사회가 자발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준수하려는 문화가 조성됐기 때문에 이 같은 투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제 막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착되고 있는 한국과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는 의미다.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는데 속도에만 매달리면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단기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개인투자자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한다면 '왜 운용사가 수익에 집중하지 않고 딴짓을 하느냐'고 항의할 가능성이 있다. 사회 전체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미디어에서조차 ESG 펀드 수익률이 코스피 대비 높으냐, 그렇지 않으냐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제대로 된 ESG 펀드가 나오려면 정량적 지표 외에 정성적인 면까지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 위한 여건이 더 마련돼야 한다는 충고도 했다. 그는 "국민연금을 감시하는 감사원과 국회, 심지어 언론까지 스튜어드십 코드의 앞뒤 맥락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며 "정부는 큰 틀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밑그림을 그리고 운용사가 이를 자율적으로 해석해 활용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한국에 제대로 자리 잡아 뿌리내리게 하려면 먼저 사회가 이걸 받아들이는 풍토를 조성해야죠."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 방안을 놓고 정은수 슈로더자산운용 한국 대표가 전하는 조언이다. 슈로더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가장 먼저 도입된 영국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다. 그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입각해 투자하는 것이 프로세스로 정착된 지 오래"라며 "별도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가 필요 없을 만큼 사회에 뿌리내린 투자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모든 펀드를 만들 때 ESG 원칙에 따라 투자할 기업을 걸러내기 때문에 ESG 펀드라는 이름을 붙여 따로 상품을 내놓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라는 얘기다.
그는 사회가 자발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준수하려는 문화가 조성됐기 때문에 이 같은 투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제 막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착되고 있는 한국과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는 의미다.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는데 속도에만 매달리면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단기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개인투자자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한다면 '왜 운용사가 수익에 집중하지 않고 딴짓을 하느냐'고 항의할 가능성이 있다. 사회 전체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미디어에서조차 ESG 펀드 수익률이 코스피 대비 높으냐, 그렇지 않으냐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제대로 된 ESG 펀드가 나오려면 정량적 지표 외에 정성적인 면까지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 위한 여건이 더 마련돼야 한다는 충고도 했다. 그는 "국민연금을 감시하는 감사원과 국회, 심지어 언론까지 스튜어드십 코드의 앞뒤 맥락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며 "정부는 큰 틀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밑그림을 그리고 운용사가 이를 자율적으로 해석해 활용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