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대란 (上) ◆
이달 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앞두고 개별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논의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 경영참여를 해도 약식보고를 허용하는 '5%룰 배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연기금을 포함한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연기금의 경영 참여의 길을 터주는 것뿐만 아니라 사실상 경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이 행사하고 있는 주주 활동은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찬반 의결을 표명하는 의결권 행사, 손해배상소송 정도다. 투자 기업 대상 비공개 대화, 중점 대상 회사 지정과 명단 공개 등도 배당 정책에 국한된다. 이마저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을 앞두고 주주권 행사를 크게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연금 안팎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국민연금이 경영 참여를 하게 되면 주주 제안과 의결권 행사 위임장 대결, 경영 참여형 펀드 위탁 운용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주주 제안을 통해 임원 선임과 해임, 기업 자율성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직무정지, 회사 자본금 변경, 회사 합병과 분할 등 광범위한 경영 활동이 가능하다. 가령 최근 물의를 일으킨 한진그룹에 대한 경영진 퇴진 요구도 현 단계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경영 참여를 하게 되면 실행이 가능하다.
금융당국과 국민연금은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향후 계획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우려가 만만치 않다. 우려의 핵심은 정부가 국민연금을 이용해 개별 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을 노골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626조원의 국민노후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 약 131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코스피 상장 기업은 256개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 국내 주요 상장사의 1·2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활용해 재벌 개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내비치고 있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최상위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당연직 위원으로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차관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위원장이 위촉하는 위원이 추가되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입맛대로 위원회가 조직될 우려가 크다.
복지부와 국민연금은 기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권한을 맡기겠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반론이 거세다.
전직 국민연금 이사장 출신의 한 인사는 "외부 전문가라는 자문위원들 면면을 들여다보면 대체로 시장의 전문가들이라기보다는 학계, 법조계 인사들이 대다수"라며 "시장을 제대로 들여다보기보다는 추상적이고 상식적인 차원에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 구성 역시 정부 입김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색만 독립성을 맞추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에 대해 주로 중립 의견이나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것은 가급적 기업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려던 것"이라며 "국민연금은 일반 투자자나 기관과는 달리 영향력이 큰 대주주라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달 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앞두고 개별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논의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 경영참여를 해도 약식보고를 허용하는 '5%룰 배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연기금을 포함한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연기금의 경영 참여의 길을 터주는 것뿐만 아니라 사실상 경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이 행사하고 있는 주주 활동은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찬반 의결을 표명하는 의결권 행사, 손해배상소송 정도다. 투자 기업 대상 비공개 대화, 중점 대상 회사 지정과 명단 공개 등도 배당 정책에 국한된다. 이마저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을 앞두고 주주권 행사를 크게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연금 안팎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국민연금이 경영 참여를 하게 되면 주주 제안과 의결권 행사 위임장 대결, 경영 참여형 펀드 위탁 운용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주주 제안을 통해 임원 선임과 해임, 기업 자율성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직무정지, 회사 자본금 변경, 회사 합병과 분할 등 광범위한 경영 활동이 가능하다. 가령 최근 물의를 일으킨 한진그룹에 대한 경영진 퇴진 요구도 현 단계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경영 참여를 하게 되면 실행이 가능하다.
금융당국과 국민연금은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향후 계획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우려가 만만치 않다. 우려의 핵심은 정부가 국민연금을 이용해 개별 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을 노골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626조원의 국민노후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 약 131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코스피 상장 기업은 256개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 국내 주요 상장사의 1·2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활용해 재벌 개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내비치고 있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최상위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당연직 위원으로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차관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위원장이 위촉하는 위원이 추가되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입맛대로 위원회가 조직될 우려가 크다.
복지부와 국민연금은 기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권한을 맡기겠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반론이 거세다.
전직 국민연금 이사장 출신의 한 인사는 "외부 전문가라는 자문위원들 면면을 들여다보면 대체로 시장의 전문가들이라기보다는 학계, 법조계 인사들이 대다수"라며 "시장을 제대로 들여다보기보다는 추상적이고 상식적인 차원에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 구성 역시 정부 입김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색만 독립성을 맞추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에 대해 주로 중립 의견이나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것은 가급적 기업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려던 것"이라며 "국민연금은 일반 투자자나 기관과는 달리 영향력이 큰 대주주라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