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몸집 키우는 엔터업계 공룡들
입력 2018-07-03 17:11  | 수정 2018-07-03 21:25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중소형 기획사·제작사를 인수·합병(M&A)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지상파 편성권이 지닌 영향력이 약화되고 연예기획사도 프로그램 제작 능력을 갖추면서 영역 파괴 현상이 생기는 모양새다. 대중문화계에서는 덩치를 키운 대형 엔터사가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과 함께 수직계열화로 다양성만 떨어뜨릴 것이라는 비관론이 제기된다.
최근 카카오M은 BH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컴퍼니, 레디엔터테인먼트와 일부 지분 인수 계약을 각각 체결하고 숲엔터테인먼트와는 전략적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BH엔터테인먼트에는 이병헌 김고은 추자현 등의 배우가 소속돼 있으며 제이와이드컴퍼니는 김태리 이상윤 최다니엘 등의 배우와 계약을 맺고 있다. 또한 숲엔터테인먼트에는 공유 공효진 전도연 등이 소속돼 있다.
이로써 음악 사업을 주로 영위하던 카카오M이 종합콘텐츠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음원 실시간 재생 서비스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M은 자회사를 통해 아이유 등 가수 매니지먼트를 진행해왔다. 또한 지난해 1월 모바일 영상 제작소 크리스피스튜디오를 설립하고 같은 해 5월 드라마제작사 메가몬스터에 공동 투자하면서 영상 콘텐츠 제작 능력도 키워왔다.
이제 카카오M은 영상 콘텐츠 부문을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 이병헌 공유 전도연 아이유 등 소속 연예인을 출연시키는 비즈니스가 가능해진 셈이다. 아울러 오는 9월 이 회사가 흡수합병될 카카오가 보유한 카카오톡, 카카오페이지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A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카카오는 엔터테인먼트업에서는 후발주자이지만 카카오톡, 카카오페이지, 멜론 등 이름난 플랫폼을 모두 가지고 있다"며 "국내에 이렇다 할 플랫폼 서비스가 없는 실정에 플랫폼 강자 카카오의 엔터테인먼트 업계 진출은 타 회사엔 위협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엠넷 '프로듀스101' 시즌 1·2로 인기 아이돌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을 탄생시킨 CJ ENM은 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최근 플레디스 지분 51%를 확보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이다. 이 회사엔 세븐틴, 뉴이스트, 프리스틴, 애프터스쿨 등 다수 인기 가수가 소속돼 있다. CJ ENM은 이밖에 젤리피쉬, 하이업엔터테인먼트 등에 지분을 투자하며 음반 기획·제작·판매 등 대중음악 각 분야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CJ ENM 관계자는 "AOMG, 하이라이트레코즈 등 힙합 레이블에도 지분을 투자해 왔다"며 "이번 플레디스 인수 후에도 매니지먼트사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아티스트의 해외 진출 등을 보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올해는 SM이 FNC애드컬쳐(현재 SM라이프디자인그룹)와 키이스트를 인수하고, 게임회사 넷마블이 방탄소년단 소속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분 25.7%를 취득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 합종연횡이 유독 두드러졌다.
SM은 드라마·예능 제작 자회사 SM C&C에 소속 연예인을 출연시키는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며, 넷마블은 방탄소년단 등 아이돌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 콘텐츠 제작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른바 엔터 공룡들이 M&A를 통해 몸집을 더 키우는 것에 대해 대중문화계에서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에선 현재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 주도권 쟁탈전에 주목한다. 자체 제작 콘텐츠와 경쟁력 있는 플랫폼으로 무장한 넷플릭스, 유튜브가 각국에 위협이 되는 가운데 한국도 오리지널 콘텐츠과 플랫폼 양 분야를 포괄하는 기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수직계열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중소형 기획사인 B기업 관계자는 "거물급 아이돌과 배우를 모두 데리고 있는 회사는 방송사에 대한 협상력이 막대해질 것"이라며 "게다가 자체 제작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에 소속 연예인 위주로 넣는 전략을 병행하며 연예계 독점 현상이 심해질지 모른다" 고 우려했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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