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 유효 시한이 만료된 직후였던 2011년 2월.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중견건설사 J사가 채권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채권단은 자율협약에 따른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하지만 채권 회수와 자금 지원 문제 등을 둘러싸고 채권단 사이에 갈등은 커져만 갔다. 이러는 사이 J사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 최악의 경우 J사가 짓고 있는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무더기로 피해를 입을 상황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기촉법이 여야 합의를 통해 부활했다. J사는 기촉법상 워크아웃에 돌입해 무사히 구조조정을 끝낼 수 있었다.
이처럼 대기업 구조조정의 한 축을 책임지던 '기촉법'이 다시 사라졌다. 한계기업들은 앞으로 채권단 자율협약 아니면 법정관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충분히 회생할 수 있는 기업들이 망가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위원회는 2일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지난달 30일 효력을 다한 기촉법과 관련된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금융위는 이 자리에서 은행과 2금융권 등 모든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기업 구조조정 운영협약'을 만들어 빈틈을 메우는 한편 기촉법의 재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01년 제정된 기촉법은 한계기업의 워크아웃을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다. 부실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영업을 보장하는 대신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해 기업 정상화를 돕는다. 한시법이라 법안 제정 시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한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기촉법 실효는 비상 상황"이라며 "기업 구조조정은 일자리에 큰 영향을 주는 내 가족, 내 이웃의 일인 만큼 국회와 금융권 여러분도 기촉법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기촉법 부활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이유는 기촉법이 기업 구조조정에 있어 큰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 구조조정 제도는 크게 세 가지다. 은행 등 채권단이 100% 동의할 때는 자율협약에 따른 구조조정이 실시된다. 채권단의 75%가 동의하면 기촉법상 워크아웃에 돌입할 수 있다. 이보다 동의하는 비율이 낮으면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다. 다른 구조조정 제도와 비교해 기촉법상 워크아웃이 지니고 있는 장점은 분명하다. 먼저 외부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다. 납득할 만한 워크아웃 계획을 제출하면 채권단이나 국책기관에서 자금을 지원해준다.
법정관리도 자본시장에서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할 수 있지만 한계기업 주식·채권을 사줄 상대방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자금 조달이 막히게 된다.
또한 워크아웃 상태에서는 기업 영업활동에 큰 제약이 없다. 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상거래 채권이 동결되는 등 영업활동을 정상적으로 이어가기 어렵다.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회생에 걸리는 시간도 짧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특히 건설·조선업 등 수주산업에서 기업의 기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워크아웃 제도가 법정관리보다 유용하다"며 "기촉법을 상시화하고 사안별로 법정관리 등 다른 구조조정 방법과 비교해 적절한 것을 골라 구조조정에 활용하면 보다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기촉법에 반대하는 측은 "기촉법이 정부 개입을 유도해 망해야 할 부실기업의 수명 연장에 국민 세금을 낭비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이들은 기촉법을 폐지하고 한계기업을 자율협약이나 법정관리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김용범 부위원장은 "기촉법 제·개정 과정에서 기업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기업에 워크아웃 개시신청권을 주며 채권행사 유예 등 금융당국 개입 요소는 폐지했다"며 "환자(기업)를 치료하려면 증상에 따라 대응할 맞춤형 치료법을 준비해야지, 오·남용을 우려해 약(기촉법)을 폐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기촉법 부활을 추진 중인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기촉법하에서도 인수·합병(M&A) 등 시장 기능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만든다는 것을 전제로 기촉법을 재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당초 예고했던 3회에 걸친 금리 인상을 유지할 전망인 가운데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대거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법정관리'만 강제하는 것이 오히려 무책임한 방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제 의원이 재발의를 서둘러도 법안 의결을 위해서는 국회 원구성이 전제돼야 한다. 여야는 원구성 협상을 7월 초까지 마무리하자고 했지만 7월 임시국회가 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동은 기자 / 이승윤 기자 / 윤지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처럼 대기업 구조조정의 한 축을 책임지던 '기촉법'이 다시 사라졌다. 한계기업들은 앞으로 채권단 자율협약 아니면 법정관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충분히 회생할 수 있는 기업들이 망가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위원회는 2일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지난달 30일 효력을 다한 기촉법과 관련된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금융위는 이 자리에서 은행과 2금융권 등 모든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기업 구조조정 운영협약'을 만들어 빈틈을 메우는 한편 기촉법의 재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01년 제정된 기촉법은 한계기업의 워크아웃을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다. 부실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영업을 보장하는 대신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해 기업 정상화를 돕는다. 한시법이라 법안 제정 시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한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기촉법 실효는 비상 상황"이라며 "기업 구조조정은 일자리에 큰 영향을 주는 내 가족, 내 이웃의 일인 만큼 국회와 금융권 여러분도 기촉법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기촉법 부활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이유는 기촉법이 기업 구조조정에 있어 큰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 구조조정 제도는 크게 세 가지다. 은행 등 채권단이 100% 동의할 때는 자율협약에 따른 구조조정이 실시된다. 채권단의 75%가 동의하면 기촉법상 워크아웃에 돌입할 수 있다. 이보다 동의하는 비율이 낮으면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다. 다른 구조조정 제도와 비교해 기촉법상 워크아웃이 지니고 있는 장점은 분명하다. 먼저 외부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다. 납득할 만한 워크아웃 계획을 제출하면 채권단이나 국책기관에서 자금을 지원해준다.
법정관리도 자본시장에서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할 수 있지만 한계기업 주식·채권을 사줄 상대방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자금 조달이 막히게 된다.
또한 워크아웃 상태에서는 기업 영업활동에 큰 제약이 없다. 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상거래 채권이 동결되는 등 영업활동을 정상적으로 이어가기 어렵다.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회생에 걸리는 시간도 짧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특히 건설·조선업 등 수주산업에서 기업의 기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워크아웃 제도가 법정관리보다 유용하다"며 "기촉법을 상시화하고 사안별로 법정관리 등 다른 구조조정 방법과 비교해 적절한 것을 골라 구조조정에 활용하면 보다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기촉법에 반대하는 측은 "기촉법이 정부 개입을 유도해 망해야 할 부실기업의 수명 연장에 국민 세금을 낭비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이들은 기촉법을 폐지하고 한계기업을 자율협약이나 법정관리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김용범 부위원장은 "기촉법 제·개정 과정에서 기업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기업에 워크아웃 개시신청권을 주며 채권행사 유예 등 금융당국 개입 요소는 폐지했다"며 "환자(기업)를 치료하려면 증상에 따라 대응할 맞춤형 치료법을 준비해야지, 오·남용을 우려해 약(기촉법)을 폐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기촉법 부활을 추진 중인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기촉법하에서도 인수·합병(M&A) 등 시장 기능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만든다는 것을 전제로 기촉법을 재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당초 예고했던 3회에 걸친 금리 인상을 유지할 전망인 가운데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대거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법정관리'만 강제하는 것이 오히려 무책임한 방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제 의원이 재발의를 서둘러도 법안 의결을 위해서는 국회 원구성이 전제돼야 한다. 여야는 원구성 협상을 7월 초까지 마무리하자고 했지만 7월 임시국회가 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동은 기자 / 이승윤 기자 / 윤지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