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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국대 은퇴?’ 구자철의 고충과 고민 “시간 갖고 싶다”
입력 2018-06-29 05:30 
구자철이 4년 후 카타르월드컵에 뛸까. 사진=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러시아 카잔) 이상철 기자] 27일(현지시간) 2018 러시아월드컵 독일전을 승리한 후 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은 평소와 달랐다.
믹스트존에서 가장 오랫동안 머물러 있던 태극전사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국내 취재진이 그를 붙잡고 이야기를 나눴다. 짧은 대화도 아니었다. 평소 미디어 친화적인 선수지만 이날만큼은 뭔가 달랐다.
그는 독일 취재진과도 인터뷰에 응했다. 한국 선수의 말을 듣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른 독일 취재진에게 8년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동 중인 구자철은 ‘동아줄이었다.
구자철은 마지막 월드컵을 끝낸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내가 다시 이 길을 다닐 수 있을까. 그 같은 느낌을 줬다.
그 느낌대로 구자철은 국가대표 은퇴를 고민했다. 진지한 고민이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그가 태극마크를 반납할 거라는 걸 직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마음 속 깊이 있는 이야기까지 숨기지 않고 다 토했다.
구자철은 무릎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 역시 오늘 독일전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각오로 임했다. 대한축구협회와 상의하지 않았으나 개인적으로 결정을 내렸다. (기)성용이와도 거의 매일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말했다.
구자철은 무릎 상태가 좋지 않다. 무릎은 선수 생활에 영향을 끼친다. 게다가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그는 대표팀에 소집될 때마다 장거리 이동의 부담이 따른다. 그는 29일 귀국 후 정밀검사를 할 예정이다.

구자철은 성용이와 국가대표 은퇴와 대해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다. 무엇보다 무릎이 많이 안 좋다. 심리적으로도 매우 힘든 부분이 있다.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일 수 있기 때문에 개인 전담팀을 두며)잘 끌고 온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구자철은 독일전까지 A매치 70경기를 뛰었다. 센추리클럽까지 30경기가 남았다. 2022 카타르월드컵까지 준비한다면 가능하다.
구자철은 지금 당장 뭐라고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한 번만 더 냉정하게 (나를)돌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은퇴 결정까지)시간을 좀 갖고 싶다”라고 밝혔다.
구자철은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 또 한 명의 리더였다. 늘 동료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멕시코전 하프타임, 풀이 죽어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선수들을 하나하나 다독거리기도 했다.
구자철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내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갖지 않기로 다짐했다. 아버지가 군인이다. 전쟁 나면 가족을 집에 내팽개치고 나라를 위해 한 몸을 바칠 군인이다. 그걸 보며 자라왔다. 나도 조국을 위해 월드컵에 참가했는데 뭐를 해야 할까.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이다. 스웨덴전 이후 많은 비난과 비판을 받았으나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계속 생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구자철은 두 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조별리그 탈락했다. 그가 주요 국제대회에서 토너먼트에 나가지 못한 것은 월드컵 밖에 없다. 그렇지만 두 번째 월드컵을 끝난 뒤 그의 표정은 상당히 밝았다.
구자철은 보통 사람들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은가. 하지만 난 억만금을 줘도 그 시간(2014 브라질월드컵)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버텨냈다”라며 세계랭킹 1위를 이겼다는 것보다 내가 활동하는 무대의 팀을 이겼다는 게 나에게 큰 의미다. 아마 월드컵 1승을 못했다면 죽지 못했을 것 같다”라고 웃었다.
독일전 후 구자철의 휴대전화는 불이 났다. 축하는 물론 원망하는 메시지 등 다양한 반응이었다.
구자철은 경기 후 메시지가 엄청 많이 왔다. 한국보다 독일에 보낸 메시지가 훨씬 많다. 반응도 다양했다. 너무 뿌듯하다. 사실 내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경기에 나가는 걸 매우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난 하루하루 전쟁터를 나가는 마음으로 훈련장에 갔다. 내가 오랫동안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으나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오늘 (더 많은 연락이 오니)이 독일 친구들과 같이 생활한 보람을 느낀다”라고 전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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