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부당하게 받은 이자 1만여명에 돌려준다
입력 2018-06-26 17:24 
은행권의 '대출금리 산정 오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일부 은행이 오류를 인정하고 피해액 환급을 약속했다. 3개 은행이 밝힌 환급액은 총 27억여 원으로, 피해 고객수는 최대 1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26일 경남은행, KEB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3개 은행은 "대출금리 산정을 잘못해 고객에게 과다한 이자를 청구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잘못 부과된 이자에 대해선 7월 중 환급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경남은행은 사과문을 통해 "최근 5년간 취급한 가계자금대출 중 약 6% 수준인 1만2000건에서 이자를 잘못 계산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고객들에게 환급해야 할 이자액은 최대 25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단순히 계산하면 해당 고객 1건당 5년간 약 20만8333원, 연간 약 4만1666원의 이자를 더 받아왔던 셈이다.
금융감독원의 점검 결과에 따르면 경남은행은 대출고객이 소득이 있는데도 전산시스템에 소득이 없다고 입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연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높아졌고 고객은 부채 비율이 높아진 만큼 가산금리를 내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남은행 관계자는 "지방의 소규모 회사에서 월급은 받지만 정식 사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고객들이 있다"며 "이들은 소득이 있다는 증빙서류가 없어 시스템상으로는 소득을 '0'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들이 매달 회사로부터 돈이 입금된 월급통장을 갖고 있을 경우엔 이런 점을 감안해 가산됐던 대출금리를 다시 낮춰줬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은 2012년부터 올해 5월까지 일부 영업점에서 최고금리 적용 오류로 부당하게 금리가 책정된 경우가 252건, 환급 대상 이자액 1억5800만원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의 금리 책정 오류는 직원들이 전산시스템에서 계산된 금리가 아닌 '최고금리(13%)'를 대출금리에 적용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34건, 기업대출 18건, 개인사업자 대출 200건이며 피해를 입은 고객은 총 193명"이라며 "고객들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고객이 담보를 제공했음에도 '담보 없음'이라고 전산에 입력해 더 높은 금리가 나오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4월~2018년 3월 취급한 담보부 중소기업대출에 신용원가 적용 오류로 금리가 과다하게 청구된 건수가 27건(고객수 25명)이고, 이자금액은 1100만원이라고 밝혔다. 실제보다 낮은 금리가 적용된 대출도 있지만 이 경우 이자를 더 받지는 않겠다고 했다.
은행들이 서둘러 사과문을 발표하고 환급을 약속했지만 은행과 감독당국을 향한 불신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최근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직장인 최 모씨(39)는 "신뢰가 생명인 은행에서 금리를 이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산정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더욱 분통 터지는 건 돈을 빌리는 입장에서는 내가 받은 금리가 정상인지 오류가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리 산정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어느 은행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 큰 문제"라며 "금융 감독당국은 은행들의 금리 산정 시스템을 전부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리 산정 체계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지금처럼 은행들만의 잘못으로 떠넘길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문제가 확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금감원은 지난 2~4월 총 9개 은행에 대해 대출금리 산정 체계 점검을 실시했다. 또 지난 22일 금감원이 발표한 대출금리 산정 체계 점검 결과에 따르면 이들 3개 은행 외에도 신용프리미엄을 주기적으로 갱신하지 않거나 우대금리를 축소 적용한 사례들이 적발됐다. 해당 은행들은 "오류가 아니었다"고 반발하지만 금감원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번 점검 대상에서 빠진 지방은행들도 지켜봐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인력이 부족해 이들 은행에는 자체적인 점검을 실시해 보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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