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월마트·까르푸 실패서 답 찾았다"…홈플러스 새 마트 모델 공개
입력 2018-06-26 12:01 
홈플러스 스페셜 대구점 전경 [사진제공 : 홈플러스]

홈플러스가 새로운 사업 모델인 '홈플러스 스페셜'의 첫번째 매장을 26일 공개했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이 지난 3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새로운 대형마트 모델로 제시한 지 3개월여만이다. 슈퍼마켓에서부터 창고형 할인점까지 각 업태의 핵심상품을 한 번에 고를 수 있고, 상품 가격은 연중 상시 저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 "창고형 할인점엔 살만한 신선식품이 없다?"…주부들 목소리에서부터 출발
홈플러스는 대구광역시 칠성동에 위치한 대구점을 리모델링,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으로 탈바꿈해 27일 재오픈한다고 밝혔다. 대구점은 1997년 홈플러스 출범 후 처음 문을 연 '홈플러스 1호점'이라는 점에서 이를 리뉴얼해 재도약의 시발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홈플러스의 신개념 대형마트 모델인 홈플러스 스페셜의 출발점은 고객들의 목소리였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말부터 주부들을 대상으로 FGI(표적집단면접)를 진행, 주부들이 원하는 대형마트의 모델이 무엇인지를 파악했다.
FGI를 통해 나타난 국내 소비자들이 원하는 대형마트는 단순한 창고형 할인점이 아니었다. 주부들은 창고형 할인점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양이 담겨있는 신선식품 구매를 꺼려했다. 때문에 창고형 할인점에서 쇼핑한 후에도 간단한 찬거리를 사러 별도로 집 앞 대형마트를 찾는다는 주부가 다수였다.

기존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는 도매가 수준의 대용량 상품이 없다보니 창고형 할인점을 찾았지만 막상 창고형 할인점에서는 1~2인가구나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 소비할 만한 적정량의 신선식품을 찾기 어려웠던 것.
홈플러스 측은 "꼭 필요한 만큼 조금씩 사는 1인가구 뿐 아니라 박스 단위의 저렴한 대용량 상품을 선호하는 자영업자 고객까지도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신개념 대형마트 모델이 필요함을 FGI를 통해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스페셜 대구점 신선식품 코너 [사진제공 : 홈플러스]
◆ 소용량부터 대용량까지 모두 한 자리에…가격은 연중 상시 저가로
주부 고객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홈플러스는 회원제도가 없는 것은 물론 대용량 상품과 함께 소용량 상품도 한 점포에서 동시에 취급하기로 했다. 1~2인 가구 뿐만 아니라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가 방문해도 살 것이 많은 신개념의 하이브리드 대형마트를 도입한 것이다. '홈플러스 스페셜'이다.
실제로 홈플러스 스페셜에서는 대용량 상품과 초특가 상품을 늘리면서 창고형 할인점의 구색은 갖추면서도 기존의 소용량 상품을 함께 판매한다. 이에 따라 매대 위쪽에는 기존 낱개나 소량 묶음상품을, 아래 쪽에는 대용량 상품이나 홈플러스 스페셜 단독 소싱 상품들을 진열해 고객이 고를 수 있게 했다.
대용량 상품을 취급하다보니 고객들의 쇼핑 동선이 중요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의 매대간 간격은 기존 홈플러스 매장보다 최대 40cm 늘려 대형 쇼핑카트가 서로 엇갈려도 부딛히지 않게끔 고객들의 쇼핑 공간을 확보했다.
상품 가격은 시기별로 가격이 오르내리는 할인행사를 최소화하고, 상품의 90% 이상을 연중 상시 저가(EDLP·Every Day Low Price) 형태로 바꿔 항상 저렴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가격 정책을 바꿨다.
◆ 월마트·까르푸 실패 경험서 답 찾다…한국인이 찾는 창고형 할인점 모델 발굴
홈플러스 스페셜이 나오기까지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미국과 프랑스의 글로벌 대형마트 체인 '월마트'와 '까르푸'는 왜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 또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미국 시장까지 위협하는 독일의 마트 체인 '알디'와 '리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면 어떻게 될까 등의 고민이 컸다.
홈플러스는 해를 거듭할수록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국내 대형마트 업계에서 성장세를 유지 중인 사업이 바로 '창고형 할인점'임을 주목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국내 시장에서 창고형 할인점 모델을 처음 선보였던 '글로벌 유통기업' 월마트와 까르푸는 창고형 할인점 모델을 들고 왔음에도 국내에 정착시키지 못한 채 철수해야 했다.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홈플러스 스페셜 대구점 신선식품 코너 [사진제공 : 홈플러스]
월마트를 흡수한 이마트, 까르푸(홈에버)를 인수한 홈플러스는 자기반성과 발전을 통해 새로운 전략을 수립했다. 이마트는 회원제를 없앤 창고형 할인점을 도입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회원제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을 공략한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진정 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대형마트를 고민해 내놓은 '홈플러스 스페셜' 역시 과거의 경험과 반성 그리고 고객들의 지적과 목소리를 귀담아 들은 결과물이다.
◆ 상품 구색은 물론 진열 방식·가격구조 싹 다 바꿔
특히 홈플러스 스페셜은 알디와 리들의 운영방식에 주목해 상품 구색부터 매대 면적, 진열 방식, 가격 구조, 점포 조직 등을 모두 바꿨다.
우선 유통 전 과정의 낭비요소를 제거해 직원 업무강도를 줄였다. 대표적으로 매대에 진열된 상품이 조금만 비어도 점포 직원들이 수시로 상품을 채워 넣는 속칭 '까대기' 작업을 대폭 줄였다.
대부분 상품을 박스 단위 진열 또는 팔레트 진열 방식으로 바꾸고, 박스나 팔레트는 완전히 빌 때까지 교체하지 않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점포 직원들이 하루에도 수십차례 창고와 매장을 오가며 5만여개 상품을 진열하던 작업 부담을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효율적으로 개선된 자원은 다시 상품에 재투자해 고객 만족과 협력사 매출을 동반 견인하는 '선순환 유통모델'이 완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홈플러스가 21년 전 성공적으로 대형마트 사업을 시작했던 대구에서 또 다른 20년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제2의 창업'을 하겠다는 의지로 달려온 만큼, 진정한 가치로 고객께 다시 찾아가겠다는 의지로 고객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대구점을 시작으로 오는 28일 서부산점, 다음달 12일 서울 목동점, 13일 동대전점 등을 순차적으로 오픈해 오는 8월까지 10개 점포, 올해 안에 15개 점포를 '홈플러스 스페셜'로 전환할 계획이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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