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엄마車` 이쿼녹스, 안전·편의·실용으로 `여심` 훔치다
입력 2018-06-20 15:32  | 수정 2018-06-21 10:06
[사진출처 = 한국지엠]

국내 운전자 10명 중 4명은 여성이다. 지난 2016년 기준으로 운전면허 소지자는 3118만9000명이다. 이 중 여성 운전자는 1289만8000여명으로 전체의 41.4%에 달한다. 여성 운전면허 소비자는 지난 1976년 1만4587명으로 전체의 1.8%에 불과했지만 지난 2009년 1000만명을 돌파했다.
여성 운전자 증가와 함께 자동차는 남성의 전유물에서 이제 남녀 모두의 공유물로 전환되고 있다. 자동차 구매 결정권도 남성에서 여성에게 넘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동차 대부분은 남성에 초점을 맞춰 개발되고 있다. 요즘 나오는 자동차 대부분도 자상하고 편안한 '아빠차', 다이내믹한 '오빠차'를 지향한다. 다만, 여성이나 엄마를 위해 개발되지는 않았지만 '여자 마음'을 알아주는 차들도 있다.
세계 각국에서 자동차를 담당하는 여기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매년 선정하는 '여성이 뽑은 올해의 차'가 대표적이다. 수상차는 볼보 XC60, 재규어 F페이스, 현대 아이오닉 등이다.

평가 기준은 여성 운전자들이 차량 구매 때 중요하게 여기는 안전성, 디자인 우수성, 공간 활용성, 운전 편의성이다.
패밀리 SUV를 지향하는 쉐보레 이쿼녹스는 '여성이 뽑은 올해의 차'로 유력하다. 안전성, 공간 활용성, 운전 편의성 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쿼녹스는 동급 차종에서는 따로 비용을 추가해야 하기에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편의·안전 사양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GM의 특허기술인 햅틱 시트(무소음 진동 경고 시스템), 시티 브레이킹 시스템,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전방 거리 감지 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 및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등으로 속을 꽉 채웠다.
이로써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신차평가시스템(NCAP)의 안전성 종합 평가 부문에서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받으며 안전성도 입증받았다.
아이 안전도 챙겨준다. 아이들이 안전벨트를 제대로 착용했는지 알려주는 전 좌석 시트벨트 리마인더,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기 전 뒷좌석에 앉은 아이들을 확인하도록 알려주는 2열 승객 리마인더를 채택했다.
또 탑승자를 더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충돌 사고 때 충격 에너지를 분산해주는 고강성 경량화 차체 구조를 채택했다. 초고장력 및 고장력 강판을 차체 82% 이상에 채택한 것이다. 무게도 기존 모델보다 180kg 이상 가벼워졌고 강성은 22% 이상 높아졌다.
뒷좌석 아이들이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리PC 등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뒷좌석에 200V 콘센트, USB 포트 2개와 12V 아웃렛 등을 적용했다. 뒷좌석에도 열선 시트를 장착했다.
뒷좌석 공간도 성인 3명이 충분히 앉을 수 있도록 넓다. 패밀리 SUV의 덕목인 수납공간도 넉넉하다.
트렁크에는 시크릿 수납공간이 들어있다. 뒷좌석을 원터치로 간단히 접으면 수납공간이 1800ℓ까지 확장된다. 두 손에 물건을 들었을 때 발동작만으로 트렁크를 열 수 있는 핸즈프리 파워 테일 게이트기능도 있다.
[사진출처 = 한국지엠]
디자인은 패밀리 SUV 성향에 맞게 무난하다. 쿠페처럼 날렵해지는 최신 SUV 트렌드도 따라하지 않았다.
전장x전폭x전고는 4650x1845x1690mm이고 휠베이스는 2725mm다. 소형 SUV인 현대 투싼보다는 크고 중형 SUV인 현대 싼타페보다는 작다. 전고는 두 차종보다 높다.
대신 듀얼 포트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과 먹이를 노려보는 매의 눈을 닮은 오각형태의 날렵한 LED 헤드램프, 볼륨감 넘치는 보닛으로 입체감과 강렬함을 살렸다.
옆모습은 도어 손잡이를 가로지르는 캐릭터 라인을 통해 역동성도 향상했다. 뒷모습은 안정감에 초점을 맞췄다. 차체 중앙 양쪽 끝에 자리잡은 LED 리어 램프가 중심을 잡아준다.
실내는 말리부와 닮았다. 말리부 메인 실내 디자이너가 이쿼녹스 실내도 디자인해서다. 8인치 고해상도 풀 컬러 스크린 디스플레이로 구현한 쉐보레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내장형 전용 내비게이션을 지원한다.
디스플레이 옆에는 세로형태의 송풍구, 밑에는 다이얼과 버튼으로 구성된 공조장치를 배치했다. 원하는 기능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어 편리하다. 내부에 플라스틱 소재를 많이 사용한 것은 아쉽다.
시승차는 트랙스와 올란도 등에 장착돼 '위스퍼 디젤'로 인정받은 1.6ℓ CDTi 친환경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최고출력은 136마력, 최대토크는 32.6kg.m, 연비는 13.3km/ℓ(2륜 기준)다. 북미에선 1.5·2.0 터보 가솔린, 1.6 디젤 3가지 모델이 판매된다.
2.0ℓ급 엔진을 장착한 경쟁차종과 제원을 비교하면 힘이 약하다. 현대 싼타페와 쏘렌토는 최고출력이 186마력, 최대토크가 41kg.m다. 르노삼성 QM6는 각각 177마력, 38.7kg.m다.
운전석에 앉으면 평평한 대시보드 덕에 탁 트인 시야가 펼쳐진다. 시동을 걸면 디젤엔진이 자신의 존재를 나지막하게 알린다. 스티어링휠(핸들)은 덩치에 비해서는 작게 느껴진다. 적은 힘에도 부드럽게 움직인다. 가벼운 스티어링 휠은 남성보다 손힘이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이 좀 더 좋아한다.
가속페달을 밟자 디젤 엔진소리가 좀 더 크게 울려 퍼지지만 시끄러울 정도는 아니다. 수동 변속 모드는 아쉽다. 기어레버를 'L'로 옮기면 수동 모드로 사용할 수 있다. 변속할 때는 기어레버 위에 있는 플러스(+), 마이너스(-)를 쓰면 된다. 어색하다. 어정쩡하게 팔꿈치를 든 채 플러스나 마이너스를 눌러야 한다.
[사진출처 = 한국지엠]
자동차 전용도로에 들어선 뒤 가속페달을 힘껏 밟자 엔진소리가 커지면서 차체가 달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속도가 더디게 올라가지만 탄력을 받은 뒤에는 무난하게 속도를 높인다. 경쟁차종들보다 시원시원한 주행감은 아니지만 힘이 부족하지는 않다. 다만 고속 주행 때는 풍절음과 노면소리가 커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
고속으로 달릴 때 불안감이 들지 않는다. 주행 안정성은 우수한 편이다. 곡선 구간에서도 쏠림 현상 없이 안정적으로 벗어난다. 조향 감각을 민첩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주는 랙 구동형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R-EPS)을 장착한 효과다.
동급 중 유일하게 액티브 에어로 셔터 그릴도 채택했다. 고속 주행 때는 셔터가 자동으로 닫히면서 공기저항을 감소시켜 연료 낭비를 줄여준다. 미끄러운 길이나 울퉁불퉁한 험로를 달릴 때는 기어레버 앞에 있는 'AWD' 버튼을 누르면 된다. 버튼을 누르면 4륜구동으로 전환돼 주행 안정성이 향상된다.
햅틱 시트는 충돌 위험이 높아졌을 때 경고음 대신 시트 진동으로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운전하면서 뒷좌석에 앉은 아이와 대화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 경고음보다 효과적이다.
가격은 2987만~3892만원이다. 싼타페 2.0은 2895만~3945만원, 쏘렌토 2.0은 2815만~3790만원이다. 싼타페·쏘렌토보다 가격이 비싸 보인다. 한국지엠은 이에 대해 안전·편의성을 감안하면 오히려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다며 가격보다는 가치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쿼녹스는 달리는 즐거움보다는 안전·편의·실용에 공들인 패밀리 SUV다. 체구에 비해 넓은 실내공간과 수납능력, 동급 최고 수준의 안전성 등으로 패밀리 SUV의 덕목을 충족시켰다. 운전하기도 편하다.
아빠보다는 엄마가 더 좋아할 만한 요소를 갖춘 '엄마차'다. 사커맘(학교와 스포츠 클럽에 등하교를 시켜 주는 열성적인 엄마)이 많은 미국에서도 엄마차로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기성 디지털뉴스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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