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美中분쟁에 새우등 터진 코스피…2400 붕괴
입력 2018-06-18 17:34  | 수정 2018-06-18 19:49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심해지면서 코스피가 무너졌다. 외국인들이 경기민감주를 대거 내다 팔면서 아시아 증시가 동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증시전문가들은 당분간 경기방어주 위주로 판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1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7.80포인트(1.16%) 하락한 2376.24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4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3월 5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과 개인의 동반 매도에 하락을 면치 못했다. 지난 11일부터 매도 공세를 펼치던 외국인은 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며 약 1조5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했으나 통신 보험 은행 등 경기 방어 성격 업종들은 차별적으로 강세를 이어갔다.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코스피가 1%, 코스닥이 3%대 하락세를 기록하는 동안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1.42포인트(0.75%) 하락한 2만2680.33으로 마감했다. 대만, 인도네시아 등도 1~2%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한국 증시의 낙폭이 두드러진 이유는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경기민감주로 분류되는 반도체, 원자재 등의 기업들이 코스피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글로벌 교역 악화로 경기민감주가 타격을 보면 한국 증시가 먼저 하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유가증권시장에서 경기민감주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코스피 PER(8.5배)를 밑돌고 있다. 지난 15일 주가 기준으로 반도체주의 PER는 6.3배, 에너지·원자재주는 8.6배, 건설주들은 10.4배에 거래되고 있다. 실적이 부진한 데다 주가도 빠지면서 PER가 더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증권사 실적 전망치를 3개 이상 갖고 있는 코스피 기업 174곳의 매출액 추정치는 0.7%, 순이익은 0.5% 하락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경기 우려가 커지면 추가로 하향 조정될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등에서 긴축통화정책 기조가 나타난 데다 미·중 무역 분쟁이 진행 중이라 신흥국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진 것이 문제"라며 "2분기 실적도 그리 우호적인 편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상승 모멘텀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올해 코스피 3000을 예상했던 증권사들도 코스피 등락 범위(밴드) 상단을 낮춰가는 추세다.
연초 매일경제 설문에서 올해 코스피 상단이 3000을 넘길 것으로 전망했던 KB증권은 최근 국내외 투자 환경 변화에 맞춰 코스피 상단을 낮출 방침이다. KB증권은 아직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지 않았는데 이번주 중으로 코스피 전망치를 낮춘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최근 하반기 증시 전망에서 밴드 상단을 3200에서 2930으로 하향 조정했다. 대신증권은 이미 지난 4월 2500∼3000이던 전망치를 2350∼2750으로 내려 잡았다. NH투자증권은 코스피 상단을 2850에서 2750으로 더 낮췄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3분기까지 외국인 수급이 국내 증시에 유입되기 힘든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김 연구원은 "보호무역 이슈 관련 미국과 중국이 예상보다 강경하게 나오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8월 중국 A주의 MSCI 편입이 예정돼 있는 데다 최근 환율이 달러당 1100원을 넘어가는 등 외환시장 변동성도 커져 당분간 외국인 수급이 들어올 여지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3분기 중으로 금리 상승 기조와 보호무역 우려, 달러 강세 기조에 따른 우려가 해소되면 4분기 코스피가 상승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예경 기자 /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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