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독일이 서울시에 기증한 '베를린 장벽'…그래피티 아티스트가 훼손시켜
입력 2018-06-10 20:29  | 수정 2018-06-17 21:05

독일 베를린 시가 기증해 서울 청계천변에 전시된 '베를린 장벽'이 그라피티(graffiti)에 의해 원래 모습이 훼손됐습니다.

히드아이즈라는 문화예술브랜드를 론칭한 그라피티 아티스트 정태용(테리 정·28)씨는 지난 8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울 중구 청계2가 베를린 광장에 설치된 베를린 장벽에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정씨는 사진과 함께 "전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분단 국가인 대한민국의 현재와 앞으로 미래를 위하여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태극기 네모서리의 4괘를 담아 표현해 내었고 (중략) 태극 문양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태극기의 4괘와 히드아이즈 패턴이 조화롭게 이뤄져 우주와 더불어 끝없이 창조와 번영을 희구하는 한민족의 이상인 의미를 담아 그 뜻을 내포하였습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가 그라피티를 그린 베를린 장벽은 2005년 베를린시가 청계천 복원 완공시점에 맞춰 서울시에 기증한 것입니다.

베를린 장벽은 1989년 독일 통일 당시 모두 허물어졌으나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을 중심으로 일부가 기념물로 전시돼 있으며, 이중 길이 3.6m, 높이 3.5m, 두께 0.4m의 장벽 일부가 서울로 옮겨왔다. 1961년 동독에 설치된 장벽 중 일부로, 1989년 독일이 통일되면서 철거된 뒤 베를린시 마르찬 휴양 공원에 전시되다가 청계천변 베를린 광장에 전시됐습니다.


정씨의 그라피티로 베를린 장벽 한쪽은 노랑, 분홍, 파란색 페인트 줄로 덮였고, 다른 한쪽 역시 정씨가 남긴 여러 글이 적혔습니다.

정씨의 글이 공개되자 무분별한 행동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정씨는 비판 여론이 일자 곧바로 SNS를 탈퇴했습니다.

베를린 장벽 소유권은 서울시가, 관리는 중구청이 맡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중구청은 "금주 중 경찰에 수사의뢰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구청 관계자는 "정씨가 한밤중에 베를린 장벽에 그림을 그리고 SNS에 올린 듯하다"며 "수사 의뢰는 하지만 이미 훼손돼 부분은 회복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작년 성동구와 중랑구 지하철 차량업소에 대형 그라피티를 그려 공동주거침입·공동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영국인 형제에게 법원이 징역 4개월을 선고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