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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NC의 `꼴찌` 추락, 예고된 참사였다
입력 2018-06-09 07:51  | 수정 2018-06-09 07:54
김경문 감독이 NC를 떠난지 일주일이 흘렀지만, 김 감독의 그림자는 여전히 NC에 드리워져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이번 주 전패는 면했네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18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NC다이노스 관계자는 한숨을 쉬었다. NC는 전날(7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5-4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5연패를 끊고, 유영준 감독대행이 올린 첫 승이었다. 하지만 연패 탈출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가라 앉아있었다. 이번 주는 1승5패다”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1위를 질주 중인 두산 상대로 1승을 거두기 쉽지 않다는 얘기였다.
이날 두산과의 경기는 그랬다. 선발 이재학이 7회까지 잘 던지면서 1-2로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8회말 두산에 4점을 내주는 과정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승부가 기울자, 선수들은 무기력해졌다. 전형적인 약팀에서 관찰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날 패배로 NC는 최하위를 유지했다. 시즌 21승42패로 10개 구단 중 유일한 승률 3할대(0.333) 팀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NC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신흥 강호였다. 2011년 프로야구 제9구단으로 뛰어들어, 2013년 첫 1군 리그에 진입한 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을야구 단골손님이었다. 창단 감독으로 부임해 7년 동안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의 강력한 리더십과 기존 KBO리그 구단에서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이미지를 가진 프런트는 KBO에 신바람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최근 김경문 감독의 경질과 유영준 단장의 감독대행 선임 과정에서 숨겨졌던 NC의 민낯이 드러났다. 현장과 프런트의 선수단 운영의 엇박자 문제였다. 이는 NC몰락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물론 NC의 몰락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게 내부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선수단 내 만연했던 김경문 리더십에 대한 피로감
김경문 감독은 전형적인 용장 스타일의 지도자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는 게 김경문 리더십의 특징이다. NC가 단기간 동안 신흥 강호로 급부상 할 수 있었던 데에는 김 감독의 나를 따르라”식의 지도법이 효과적이었다. 아무래도 NC는 젊은 선수들 구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최적의 조합으로 성적을 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카리스마를 앞세우는 리더십은 피로감을 수반하는 것도 사실이다. 김성근 감독의 예를 봐도 그렇다. 김성근 감독도 선수단 내에서는 제왕적인 권력을 휘두르며 단기간에 결과물을 내왔다. 그러나 한화 이글스에서처럼 김성근 감독의 지도방식은 구시대적이라는 게 증명됐다.
특히 투수들 중에서 보직 파괴가 심심치 않게 이뤄진 게 사실이다. 지난해 선두권 경쟁을 하다가 여름 이후 순위가 4위까지 하락한 것도 불펜이 무너지면서다. 구창모 장현식과 같은 투수들은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스멀스멀 피로감과 함께 불만이 쌓여갔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 ‘김진성 벌투 논란이다. 이래저래 김 감독을 둘러싼 잡음이 유독 많이 나왔고, 김 감독은 옷을 벗고야 말았다.
이 과정에서 김경문을 보좌해야 할 코칭스태프 사이에서도 팀 수습보다 차기를 노린 행보를 보인 일부 지도자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감독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코치들 중 일부가 차기 감독을 노리는 장면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지만, 올해 NC는 차기를 의식한 코치들이 너무 많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NC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감독과 선수단의 다리 역할을 해야 할 코치들이 감독의 메시지를 교묘히 왜곡한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로 인해 감독과 해당 선수간의 불신이 쌓이면서 팀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8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2018 프로야구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3회초 2사 만루에서 NC 유영준 감독대행이 스크럭스가 삼진 아웃을 당하자 심판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혁신적인 이미지는 어디? ‘꼼수만 부리는 프런트
프런트에서도 이런 김 감독의 지도 방식이 불편했다. 결국 올해 외국인 투수 로건 베렛의 기용문제로 갈등이 폭발했다. 김경문 감독은 몸값도 적고, 기량도 떨어지는 베렛을 쓰지 않고 고양 2군 캠프로 내려 보냈다. 투수가 없는 상황인데도, 베렛을 쓰지 않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만 전했다. 프런트 입장에서도 속이 터질 노릇이었다.
김 감독은 프런트에 눈엣가시와도 같은 존재가 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구단 관계자들뿐 만 아니라 선수단 사이에서도 김 감독을 향한 고위 관계자들의 불신은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구단이 감독을 자를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김진성 벌투논란 외에도 마무리 임창민의 팔꿈치 수술까지 연일 논란이 이어지고 여론이 악화되자, 프런트가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NC는 뻔히 보이는 꼼수를 부렸다. 지난 3일 밤늦게 감독 경질을 발표하면서 ‘현장 리더십 교체라고 타이틀을 내건 것이다. 말을 빙빙 돌렸지만, 결국 감독을 경질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유영준 단장의 감독대행 취임은 또 다른 논란이 됐다. 유 단장도 장충고 감독을 역임한 야구지도자 출신이지만, 프로와 아마가 엄연히 다르다는 점, 그리고 현장을 떠난 지 오래됐다는 점은 의아했다. 현장에 수많은 코치를 그대로 두고 단장이 현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프런트 야구를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김경문 감독이 물러나고, 유영준 감독대행이 부임하는 과정에서 승부조작건으로 단장직을 떠났다가 올초 경영본부장직으로 슬그머니 돌아온 배석현 본부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퍼졌다. 배 본부장은 잘 알려졌다시피 김택진 구단주의 최측근 중 한 명이다. 단장직을 떠나면서 전면에 나서고 있지 않지만, 실질적인 구단의 방향을 정하는데 배 본부장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었다.
혁신적이고, 젊은 이미지를 내세웠던 NC는 이태양, 이성민(현 롯데)의 승부조작건과 최근 넥센 히어로즈와의 트레이드에서 뒷돈을 얹어줬던 점이 드러나 구단 이미지가 하락했다. 결국 혁신은 포장지와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김경문 감독의 경질 과정에서 드러난 프런트의 일처리도 매끄럽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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