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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맹목적일 수 없는 믿음, 싹 트지 않은 희망의 씨앗
입력 2018-06-08 06:58 
한국은 볼리비아와 0-0으로 비겼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7일 볼리비아전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 나서는 신태용호의 마지막 공개 A매치였다. 때문에 희망의 씨앗이 싹 터 기대의 열매를 수확하기를 바랐다.
결과는 0-0 무승부. 킥오프 때부터 바뀌지 않은 스코어였다. 비겨도 웃을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한국이 90분 내내 일방적인 공세를 펼친 경기였다. 59위 볼리비아는 5월 28일 대구에서 2-0으로 꺾었던 62위 온두라스와 비슷한 순위다. 주축 선수가 빠져 100% 전력도 아니었다.
시각의 차이가 있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면서도 계획대로 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숨길 것은 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의 홍수다. 한국에 관한 정보도 독일, 멕시코, 스웨덴에 흘러간다. 최대한 유출되는 것을 막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신태용호는 오는 18일 스웨덴과 러시아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수들의 체력, 컨디션도 마찬가지다.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시간이 갈수록 팀의 완성도도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신 감독은 3일 출국하면서 오스트리아에 가서 조직력을 1%씩 올리며 완성해가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월드컵에서 펼칠 그림을 조금씩 그려가는 셈이다. 볼리비아전 베스트11은 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과 비교해 여섯 자리가 바뀌었다.
바뀐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 중원 아래는 사실상 밑그림을 공개했다. 포백에서는 장현수와 박주호가 가세해 김영권, 이용과 호흡을 맞췄다. 골키퍼도 김승규가 가장 먼저 나갔다. 스리백 카드를 쓴다면 일부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 뼈대는 이 라인이다.
6,70%만 보일 것이라던 신 감독은 김신욱의 선발 투입을 가리켜 ‘트릭이라고 했다. 그의 설명이 없더라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김신욱과 황희찬의 투톱 조합은 첫 시험이었다. 손흥민이 소집된 A매치에서 김신욱과 함께 선발 출전한 경기는 북아일랜드전 밖에 없다. 러시아월드컵에서 투톱 카드를 쓸 경우, 손흥민과 황희찬이 1순위다.

5월에 A매치를 데뷔한 이승우와 문선민의 선발 출전도 평가전이니까 가능한 기용이었다. 부상 변수가 없는 한 러시아월드컵에서 이재성을 조커로 쓸 가능성은 0%다.
달라진 부분이 있다. 수비는 불안하지 않았다. 볼리비아에 중거리 슈팅 하나를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예봉을 꺾었다. 수비수 네 명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 같은 공간을 쉽게 내주지 않았다. 큰 실수도 없었다.
딱 그 선까지였다. 볼리비아는 공격에 치중하지 않았다. 한국의 골문까지 볼리비아의 패스가 연결될 횟수도 매우 적었다. 집중력을 잃지 않았으나 충분히 여유를 갖고 대처할 수 있었다. 안정감을 갖췄다고 평가하기에는 테스트가 약했다.
달라진 부분보다 달라져야 할 부분이 더 많았다. 단순히 골을 넣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몸이 무거웠다. 파워 프로그램의 영향일 수 있다. 또한, 이동(레오강→인스부르크)에 따른 여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호흡조차 맞지 않았다. 약속된 패턴 플레이로 볼리비아 수비를 무너뜨리는 장면은 거의 없었다. 볼 소유가 많았던 전방에서는 잔 실수가 적지 않았다. 탈 압박도 원활하지 않았다. 공간을 창출하지 못했으며 패스도 부정확했다. 소나기 슈팅도 없었다. 냉정히 말해, 신 감독 부임 후 최악의 경기였다.
교체카드 6장까지 17명의 선수가 그라운드에 섰다. 결장 선수는 조현우(GK), 고요한, 오반석, 정승현, 홍철(이상 DF), 주세종(MF) 등 6명이었다. 쓸 수 있는 공격 카드는 모두 사용했다. 후반 막판에는 손흥민과 황희찬을 투톱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볼리비아전에 총력을 쏟을 필요는 없지만 지난 경기보다 나아진 경기력을 펼칠 필요는 있다. 숨길 건 숨기되 ‘일부러 못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준비과정의 흐름도 중요하다.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 또한, 선수단의 자신감과 사기는 많을수록 좋다. 현재 한국은 그렇지 않다. 반복적으로 경기가 안 풀리고 있다.
신태용호의 시계는 18일 오후 9시에 맞춰있다. 일희일비 하지 않는 신 감독은 여전히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100%를 보여줄 스웨덴전을 기대하라는 것이다.
그의 발언대로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평가전이 아니다. 그러나 믿음은 맹목적일 수도 강요할 수도 없다. 적어도 신태용호의 준비과정에 신뢰 쌓기는 아직까지 낙제점에 가깝다. 이렇게 기대가 안 되는 월드컵은 없었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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