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김종철 프레미아항공 대표 "전세계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HSC 선보일 것"
입력 2018-06-07 09:01  | 수정 2018-06-07 11:45
김종철 AP에어 대표이사
김종철 AP에어 대표이사

"국내 항공시장은 FSC(풀 서비스 캐리어)인 양대 대형 항공사와 저렴한 비용의 단거리 노선을 내세운 LCC(저비용 항공사)들로 양분돼 있지만, 해외에선 하이브리드 캐리어 형태가 조금씩 등장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HSC(하이브리드 서비스 캐리어)'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대신파이낸스센터에서 만난 김종철 프레미아항공 대표이사는 국내 항공시장에 새로운 형태의 플레이어(사업자)가 나와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 출신의 김 대표는 지난 2009년 제주항공 대표이사를 맡아 단일기재 운용전략으로 1년 만에 흑자전환을 성공시킨 인물로 항공업계의 저명인사로 통한다. 지난해 7월 법인 설립을 마친 그는 다음달 국토교통부에 프레미아항공 운송 면허를 신청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제주항공 대표이사 당시 턴어라운드(흑자전환) 이후 2011년부터 중장거리 노선 진출을 검토했다. 당시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였고, 국내 항공시장을 감안했을 때 LCC가 와이드바디 항공기를 도입해 중장거리 노선에 뛰어들기엔 도저히 수지타산이 안 맞았다. FSC와 비교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었다"면서 "이후 여행객의 폭발적인 증가로 국내 항공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제주항공 대표이사 시절 중장거리 노선을 함께 고민했던 친구들과 다시 모였다. 현재 국내에서 출발하는 중장거리 노선 비중을 외항사에 내어주고 있는데 이걸 국내 항공사가 찾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중장거리 노선에선 가격경쟁력만으로 승부를 볼 수 없다고 내다봤다. 5시간 넘게 기내에 머물러야 하는 만큼 아무리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비좁은 좌석을 감내하긴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부모님을 LCC를 태워 태국 방콕으로 효도여행을 보내드리면 불효란 우스개 소리가 나온다. 다리도 펴기 힘든 좁은 좌석에서 5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 진땀이 나기 마련"이라며 "중장거리 노선은 의자를 뒤로 넘기고 다리도 뻗을 수 있도록 좌석 간격(피치)을 충분히 넓히고 기내식과 위탁수하물에도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편안함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는 게 HSC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프레미아항공은 중장거리가 가능한 단일기재로 프리미엄 이코노미와 이코노미, 두 가지 좌석만을 운영하기로 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일반적인 비즈니스석보다 절반 가량 저렴하다. 현재 노르웨이 항공사 노르웨이지안과 싱가포르항공의 자회사인 스쿠트가 일부 좌석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운용한다. 프레미아항공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비중을 30%로 기존 항공사들보다 크게 확대하고 공항 라운지 이용과 우선 탑승·위탁수하물 처리, 고품질의 기내식 등을 포함할 계획이다. 이코노미석도 기존 대비 20% 낮은 가격에 선보인다.
김 대표는 "이코노미는 35인치(89㎝),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42인치(107㎝)로 전세계에서 가장 넓은 피치를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장거리 노선은 국내 LCC가 갈 수 없거나 FSC가 취약한 노선을 우선 공략한다. 외항사가 국내 여행객을 대상으로 수익을 많이 올리고 있는 노선인 베트남 호치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후 호주 케언즈를 비롯해 미주와 유럽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김 대표는 "중장거리 노선에서 국내 FSC들의 성장은 외항사의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신규 노선 개척도 더딜 수 밖에 없다"면서 "탑승객은 새로운 공항으로 가기 위해선 외항사를 이용하거나 해외 공항에서 경유할 수 밖에 없다. 국내 항공시장을 두고 과잉경쟁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노선이 부족한 상태다. HSC가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인천국제공항이 글로벌 허브공항으로 성장하는데도 신규 항공사를 통한 중장거리 노선 비중 확보가 중요하다고 봤다. 중장거리 노선 경쟁력이 높아져야 인근 국가에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와 환승이나 환적하는 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내년 10월 개항하는 중국 베이징 신공항에 연간 1억명 이상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그동안 항공업계 성장이 미진했던 일본도 오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공항 재정비에 나선 만큼 국내 공항들의 위기감은 커지는 것도 이유다. 지난달 일본 JAL은 오는 2020년 상용 취항을 목표로 보잉 787-8을 내세운 중장거리 전용 LCC 법인을 신설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국내에서 중장거리 전용 모델이 안 나올 경우 인접 국가의 공항 성장으로 국내 여행객조차 일본을 통해 미국을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천공항이 단거리 노선 위주가 될 위험성이 있다"며 "이미 국내 항공시장은 고착화돼 있는 만큼 신규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새롭게 경쟁력을 갖춰 나가야 한다. 새로운 시장 진입자가 의미를 갖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중형기 이상의 기재를 도입할 예정인 만큼 밸리 카고(여객기 하부에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공간) 사업에서도 이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소형기와 달리 중형기 밸리 카고는 탑승객의 위탁수하물을 2개씩 넣어도 절반 가량이 남는다. 항공 화물을 실을 여력이 되는 셈"이라며 "항공화물은 반도체 등 IT 고부가 가치 제품이 많은데다, 여객기는 상대적으로 화물기보다 정시성이 더 잘 지켜져 화물업계가 선호한다. 전체 매출의 20% 정도를 화물 사업에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여기서 발생한 이익을 노선 개발 등 재투자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미아항공의 예상 초기 투자액은 약 300억원으로, 토종 펀드를 포함해 전략적 투자자들과 투자 금액 및 시기를 최종 조율 중이다. 김 대표는 "최신 항공기는 주문 확정 이후 최종 배송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항공기 인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이미 글로벌 제조사와 직접 연락해 기종과 좌석, 내부 시스템 등 세부사항 검토에 들어갔다"며 "'프레미아'는 프리미엄의 복수형인 만큼 편의성과 가격, 노선에서 모두 최고의 만족도를 보이는 항공사가 되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