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중銀 모바일앱 전략 `1 vs 2 싸움`
입력 2018-06-06 17:37  | 수정 2018-06-06 18:48
주요 시중은행이 상반된 모바일 전략을 통해 본격적으로 고객 확보에 나섰다.
우리은행을 비롯해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은 기본적인 애플리케이션(앱)과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별도 앱을 동시에 활용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구사한다. 투트랙 전략은 가벼운 앱을 선호하는 고객층을 만족시킬 수 있지만, 신규 사용자 입장에서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사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결국 다른 앱을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도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은 하나의 앱에 모든 것을 담는 '원(one) 앱 전략'으로 맞선다. 이 전략은 앱 하나로 모든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잘 쓰지 않는 기능까지 포함돼 앱이 무거워질 수 있다. 앱이 무거워지면 통합 또는 서비스 추가 과정에서 시스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하반기에 모바일 앱을 이원화하는 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소액 송금, 입출금 등 일상 금융 서비스만을 담은 별도 앱을 선보이기로 한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사용자가 소액 송금 용도로 뱅킹 앱을 활용한다"면서 "이용자 만족도를 위해 속도에 초점을 맞춘 앱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은행 앱은 송금 시 생체인식 방법을 활용하지만, 2번의 인증과 2번의 비밀번호 입력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줄이는 게 목표다.

또 보험, 외환 등 금융상품 서비스와 멤버십 등 자사 플랫폼 서비스까지 한 앱에 담겨 있어 로딩 시간이 긴 편이다. 이 역시 간소화해 구동 속도를 대폭 빠르게 만들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큰 틀에서 투트랙 전략이라는 방향성은 확정했고 서비스 범위를 논하는 단계"라면서 "현재 지향하는 바는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이상의 간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로, 기존 앱 중 하나를 확장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나 별도의 간편뱅킹 앱을 추가로 출시하는 방안이다.국민은행의 전략도 투트랙 전략으로 분류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공인인증 등 기능은 고객 편의 차원에서 하나의 앱으로 합칠 수 있지만 인터넷뱅킹 앱 'KB스타뱅킹'과 부동산플랫폼 '리브온'처럼 쓰임이 다른 앱은 합치지 않을 계획"이라며 "기능도 다르고 부동산의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앱과 간편뱅킹 '올원뱅크'를 양대 축으로 하는 '투 앱'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기존 NH스마트뱅킹·NH금융상품마켓·NH퇴직연금·NH스마트인증·NH스마트알림 등 뱅킹 관련 5개 앱을 합친 '통합NH스마트뱅킹'(가칭)을 올해 말 출시할 계획이다. 간편화한 올원뱅크는 젊은 고객과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사용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NH농협금융지주 산하 계열사 상품으로 통하는 일종의 '관문' 역할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시중은행에서 내놓은 앱의 종류가 너무 많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기능별로 나뉜 앱들을 통합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신한S뱅크, 써니뱅크, S통장지갑, M폴리오, 스마트실명확인 앱을 합쳐 모바일 통합 플랫폼 '쏠(SOL)'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쏠에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신한은 부동산이다' 서비스를 탑재해 은행 앱에서 연립·다세대주택 시세 조회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앱을 하나로 통합해 편리성을 극대화하는 원 앱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며 "하반기 쏠의 부동산 플랫폼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쏠은 출시 이후 70만명의 순신규 고객을 달성하고 지난 5월 말 기준 약 530만명이 이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모바일 전략과 관련해 "고객 측면에서는 접근 채널 단일화를 위해, 은행 입장에서는 관리 일원화를 위해 원 앱 전략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원 앱 전략과 투트랙 전략의 성패는 보안과 전산 오류 방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속도에 초점을 맞출 경우 보안단계를 일정 수준 낮추는 것이 불가피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소액이더라도 금융사고가 발생한다면 신뢰가 훼손된다"면서 "최적의 속도와 보안단계 사이 적정선을 찾아내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전산 오류도 무시하지 못할 변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앱을 완성도 있게 만들어도 전산 오류나 접속 불량이 반복되면 고객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초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도입한 뒤 두 차례 전산 오류가 발생했고, 신한은행의 쏠도 지난 4월 시스템 개선 작업 중 오류로 2시간가량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오찬종 기자 / 정주원 기자 /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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