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개미의 힘`…올 6조 담으며 증시 떠받쳐
입력 2018-06-05 17:40  | 수정 2018-06-05 20:08
지난 수년간 기관과 외국인 매매에 울고 웃었던 '개미'들이 올해 들어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 실적 개선과 코스닥시장 활성화, 남북 관계 개선 등에 따라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정부가 부동산과 가상화폐에 대한 강력한 규제에 나서면서 대체 투자 수단이 사라진 점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는 늘었지만 남북 경제협력 등 테마주에 몰리는 투자 행태는 과거와 다르지 않았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5조8779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4조3713억원, 1조9183억원 동반 순매도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뚜렷하지 않았던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의 한 축으로 부상한 것이다. 개인투자자는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2조8363억원, 4038억원 순매도하는 데 그쳤고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8조6053억원, 9조3288억원 순매도하며 지수 상승 발목을 잡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뿐만 아니라 코스닥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졌다.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2조492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3189억원, 5874억원 동반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두 시장을 함께 살펴보면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는 8조3708억원에 달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작년과 달리 올해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이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외국인과 기관의 투자심리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개미들이 올 하반기 주식시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매수 규모는 5조2176억원에 달한다. 셀트리온(1조6229억원) 카카오(5836억원) 네이버(5363억원) LG화학(4058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3개 종목이 남북 경협주라는 점 또한 눈길을 끌었다. 대북 사업 경험이 있는 현대건설을 6074억원어치 사들였고,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로템 또한 각각 3897억원, 3633억원 동반 순매수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 들어 주식시장에서 하나의 테마나 기대할 수 있는 모멘텀 등 이슈가 생기면서 개인투자자가 적극 순매수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남북 관계에서 변하는 것들은 하루이틀 내에 끝날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올 하반기까지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으로 개인투자자 순매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미·북정상회담에서 미북 수교나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이 발표된다면 이러한 추세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남북 경협주가 급등하면서 일부 개인투자자는 높은 수익률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 등락률은 평균 27.51%로 같은 기간 코스피 등락률(-0.1%)을 훨씬 웃돌았다. 이러한 수익률은 현대건설(96.14%) 현대엘리베이터(127.94%) 현대로템(107.20%) 등이 단기간에 상승한 여파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테마주만 좇는 개인투자자의 투자 행태는 예상치 못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주식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향후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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