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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출신 정은원 외면한 SK, 놓친 고기가 커 보인다
입력 2018-06-05 09:02  | 수정 2018-06-05 13:21
한화의 새로운 활력소 정은원이 SK에 지명됐다면 어땠을까.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박윤규 기자] 한화 이글스의 신인 내야수 정은원(18)이 그라운드를 휘젓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의 출신이 관심사로 떠오른다. 인천고를 졸업한 정은원은 왜 연고지 SK 와이번스의 지명을 받지 못했을까.
정은원은 상인천초-상인천중-인천고를 졸업한 인천 팜의 기대주였다. 고교 시절에는 정상급 내야 수비력과 뛰어난 주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아 연고지 팬들을 설레게 하기도 했다. 깜짝 스타가 아니라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은 될성 부른 떡잎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SK는 정은원을 지명하지 않았다. 내야수보다는 불펜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SK는 2018 KBO 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 2라운드까지 모두 투수 자원을 지명했다. 1차 지명에서 뽑은 동산고 김정우는 내야수였지만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전향시킨 케이스다. SK보다 지명 순위가 하나 빠른 한화가 3라운드에서 정은원을 지명하면서, 그가 SK 유니폼을 입을 기회는 사라지고 말았다.
정은원에게 이는 또다른 기회였다. 한화에 입단한 정은원은 5월 8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맞대결에서 데뷔 첫 안타를 추격의 투런 홈런으로 장식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아예 정근우를 제치고 주전 2루수 자리를 차지하기까지 했다. 하주석이 공격에서, 정근우가 수비에서 부진하면서 생긴 작은 기회를 잘 잡아낸 결과다.
정은원은 당초 작은 사이즈(177cm·76kg)로 타격에서 현재만큼의 평가는 받지 못했다. 그러나 뛰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0.371의 높은 출루율과 0.296의 준수한 타율을 기록하면서 배팅에서도 의외로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다. 장기인 수비는 여전히 호평일색이다. 기본적으로 수비력이 우수한 것은 물론 유격수 하주석과의 호흡이 잘 맞는다는 점에서 가산점을 받았다. 팬들은 물론 관계자들 역시 18세 정은원의 활약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반면 정은원을 지명하지 않은 SK는 공교롭게도 내야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4년 드래프트에서 뽑은 유서준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고 있고, 1군 무대에서 기대를 모았던 최정민 최정용은 각각 트레이드와 2차 드래프트로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SK 내야진은 34실책으로 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실책을 기록하고 있으나 뚜렷한 대안 없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SK 입장에서는 정은원을 놓친 것이 더욱 아쉽게 됐다. 당초 불펜의 보강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투수를 지명했지만 오히려 내야수에서 더 큰 구멍이 뚫렸다.
바뀐 드래프트 방식도 SK를 외면했다. 만약 모든 라운드에서 전년도 성적의 역순으로 지명하는 현재의 드래프트 방식이 아닌, 홀수 라운드에서 역순, 짝수 라운드에서 성적순으로 지명하는 과거 방식이 유지됐다면 정은원이 SK 유니폼을 입었을 가능성도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과론일뿐이다. 정은원이 SK에 입단했더라도 당장 한화에서 보여주고 있는 만큼의 활약은 어려웠을 것이다. 공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최항과 박성한이 있는 만큼 정은원에게 순번이 돌아갔을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싹이 보이는 젊은 유망주들에게 병역의 의무를 먼저 수행하게 하는 SK의 육성 스타일 상, 어린 나이에 상무 등을 노크하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아쉽고 씁쓸하지만 SK와 정은원의 인연은 거기까지 였을 뿐이다. mksports@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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