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후건물 붕괴 공포 ◆
서울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을 더 들어가 성북동 쌍다리 앞에 도착했다. 단독주택이 양쪽으로 즐비한 언덕길을 5분 넘게 오르자 '유령마을' 같은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2004년 6월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가 10년 만인 2015년 1월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성북4구역이다.
서울 성북동 299-6 일대 성북4구역은 1960년대부터 마을이 만들어지기 시작해 지은 지 50년 넘은 노후 단독주택 200여 가구가 밀집해 있다. 현재는 50가구 이상이 빈집 상태다. 주택 10여 채는 이미 일부 붕괴됐고 곳곳에 잔해가 널려 있었다. 남은 집 대부분도 갈라진 틈 사이를 군데군데 콘크리트로 덧댔지만 오래 버티기는 힘들어 보였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셈이다. 이곳 주민 대표인 백춘호 씨는 "이제 장마철을 앞두고 상당수 주민이 붕괴 위험에 떨면서 밤잠도 못 잔다"고 한탄했다. 지은 지 52년 된 용산 상가건물의 갑작스러운 붕괴로 노후 주택 안전 문제에 비상등이 켜졌지만 서울 곳곳의 재개발 해제 지역 372곳에서는 이런 위태로운 상태의 건물이 수두룩하다.
서울시가 뉴타운 지역을 대거 해제한 이후 대안으로 29곳을 도시재생의 첫 단계인 '희망지 사업' 시범사업지로 선정했지만 사업지별로 고작 수억 원의 예산을 배정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에 불과하다. 서울시가 전날 용산 건물 붕괴 사태 이후 서둘러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309곳을 대상으로 긴급 안전점검에 나선 것도 오래된 건물이 즐비한 정비구역 사업장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달 전부터 붕괴 위험을 감지하고 용산구청 등에 제기된 안전진단 민원을 무시했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자 사후약방문식 안전진단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은 대상에서 빠졌다. 한병용 서울시 도시활성화과장은 "해제 지역의 경우 별도로 관련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 해당 지역에 대한 관리 책임이 1차적으로 주민들에게 있다고 보기 때문에 시 예산과 인력 지원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린 것이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노후 건축물 시한폭탄 1순위는 지은 지 30~50년 된 단독주택이나 상가건물이다. 197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지어진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콘크리트와 철근구조물이 사용돼 붕괴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다.
30년 넘은 노후 단독주택은 주로 재개발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미아동·장위동·신림동 일대에 집중 포진해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서울시 주택 노후도 현황 분석·시사점'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단독주택 가운데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 평균 비율은 47.4%로 절반 수준이다.
단독주택 가운데 노후 주택 비율이 높은 상위 20개 동 가운데 동대문구가 5개 동(용두동·제기동·청량리동·장안동·전농동)으로 가장 많다. 이번에 붕괴 사고가 터진 용산구가 4개 동(후암동·한남동·용산동2가·보광동), 서대문구도 4개 동(북가좌동·홍은동·연희동·홍제동)이 포함됐다. 서울시는 매년 예산 약 10억원을 투입해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붕괴 위험이 있는 재난위험시설을 긴급 보수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전역의 노후 건축물 안전사고를 막기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올해 계획은 △영등포구 신길 연립·도로 옹벽 △은평구 수색동 도로 옹벽 등 D등급 위험시설 9곳을 수리하는 것이 전부다.
용산 사고가 발생한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국의 노후 건물을 대대적으로 검사해 달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노후하고 안전불감증 아래에서 지어진 부실한 건물이 많다"고 했다.
실제 현재 노후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서울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추진 또는 해제 지역의 안전관리에 힘써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70여개 노후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으로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인 사당5구역은 축대 붕괴 등 안전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최재원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을 더 들어가 성북동 쌍다리 앞에 도착했다. 단독주택이 양쪽으로 즐비한 언덕길을 5분 넘게 오르자 '유령마을' 같은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2004년 6월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가 10년 만인 2015년 1월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성북4구역이다.
서울 성북동 299-6 일대 성북4구역은 1960년대부터 마을이 만들어지기 시작해 지은 지 50년 넘은 노후 단독주택 200여 가구가 밀집해 있다. 현재는 50가구 이상이 빈집 상태다. 주택 10여 채는 이미 일부 붕괴됐고 곳곳에 잔해가 널려 있었다. 남은 집 대부분도 갈라진 틈 사이를 군데군데 콘크리트로 덧댔지만 오래 버티기는 힘들어 보였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셈이다. 이곳 주민 대표인 백춘호 씨는 "이제 장마철을 앞두고 상당수 주민이 붕괴 위험에 떨면서 밤잠도 못 잔다"고 한탄했다. 지은 지 52년 된 용산 상가건물의 갑작스러운 붕괴로 노후 주택 안전 문제에 비상등이 켜졌지만 서울 곳곳의 재개발 해제 지역 372곳에서는 이런 위태로운 상태의 건물이 수두룩하다.
서울시가 뉴타운 지역을 대거 해제한 이후 대안으로 29곳을 도시재생의 첫 단계인 '희망지 사업' 시범사업지로 선정했지만 사업지별로 고작 수억 원의 예산을 배정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에 불과하다. 서울시가 전날 용산 건물 붕괴 사태 이후 서둘러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309곳을 대상으로 긴급 안전점검에 나선 것도 오래된 건물이 즐비한 정비구역 사업장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달 전부터 붕괴 위험을 감지하고 용산구청 등에 제기된 안전진단 민원을 무시했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자 사후약방문식 안전진단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은 대상에서 빠졌다. 한병용 서울시 도시활성화과장은 "해제 지역의 경우 별도로 관련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 해당 지역에 대한 관리 책임이 1차적으로 주민들에게 있다고 보기 때문에 시 예산과 인력 지원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린 것이다.
30년 넘은 노후 단독주택은 주로 재개발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미아동·장위동·신림동 일대에 집중 포진해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서울시 주택 노후도 현황 분석·시사점'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단독주택 가운데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 평균 비율은 47.4%로 절반 수준이다.
단독주택 가운데 노후 주택 비율이 높은 상위 20개 동 가운데 동대문구가 5개 동(용두동·제기동·청량리동·장안동·전농동)으로 가장 많다. 이번에 붕괴 사고가 터진 용산구가 4개 동(후암동·한남동·용산동2가·보광동), 서대문구도 4개 동(북가좌동·홍은동·연희동·홍제동)이 포함됐다. 서울시는 매년 예산 약 10억원을 투입해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붕괴 위험이 있는 재난위험시설을 긴급 보수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전역의 노후 건축물 안전사고를 막기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올해 계획은 △영등포구 신길 연립·도로 옹벽 △은평구 수색동 도로 옹벽 등 D등급 위험시설 9곳을 수리하는 것이 전부다.
용산 사고가 발생한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국의 노후 건물을 대대적으로 검사해 달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노후하고 안전불감증 아래에서 지어진 부실한 건물이 많다"고 했다.
실제 현재 노후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서울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추진 또는 해제 지역의 안전관리에 힘써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70여개 노후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으로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인 사당5구역은 축대 붕괴 등 안전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최재원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