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中CERCG 부도 `후폭풍`…초단기채펀드 자금 썰물
입력 2018-06-04 17:37  | 수정 2018-06-04 19:30
중국 에너지 기업의 디폴트 사태 불똥이 단기채펀드 시장에 튀고 있다. 펀드 외에 증권사 PB센터 등을 통해 판매되던 단기채권 직접투자가 급감하는 모습이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만기가 짧은 초단기채펀드 등의 선호가 두드러졌으나 이번 사태로 위험이 부각되면서 당분간 단기채 시장에 전반적으로 자금 이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일 하루 동안 국내 초단기채펀드 설정액이 2203억원 급감했다. 초단기채펀드는 1년 전만 해도 설정액이 5조원이 채 안 됐으나 지난 3월부터 미국 금리 인상으로 채권시장에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난달 말에는 7조8855억원까지 불어났다. 지난 4~5월 두 달 새 2조원가량 자금이 몰렸던 펀드에서 하루 만에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초단기채 펀드는 6개월 안팎으로 만기가 짧은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환매수수료 없이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며 은행 정기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단기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러다 보니 국내외 기업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캐피털사의 후순위채, PF대출채권 등이 주를 이루고 있는 초단기채는 펀드에 편입됐을 뿐만 아니라 증권사 PB 등을 통해 거액 자산가들에게 소규모로 직접 판매도 됐다.
하지만 지난달 말 국내에 판매된 중국 ABCP에서 디폴트 우려가 발생하면서 투자심리가 급랭하기 시작했다.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이 지급보증한 자회사의 달러표시 채권에 크로스디폴트가 발생했는데 이 채권을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증권이 원화로 헤지해 6개월짜리 ABCP로 만들어 판 것이다. 이 ABCP를 산 곳은 KB증권,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KTB자산운용, 골든브릿지자산운용 등으로, 이들은 이를 공·사모펀드에 편입시키거나 직접 판매·중개하기도 했다.
이 ABCP를 편입한 펀드 중 운용 규모가 가장 큰 KTB자산운용은 지난달 29~30일 전단채펀드의 환매를 중단하고 ABCP 투자금 중 80%를 상각처리한 뒤 같은 달 31일부터 환매를 재개했다. 1일까지 1000억원이 환매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환매 기간이 2~3일인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 초단기채펀드 시장에서 당분간 자금 이탈은 지속될 전망이다. KTB전단채펀드뿐만 아니라 한국투자e단기채펀드, 삼성코리아초단기우량채펀드 등 초단기채펀드에서 전반적으로 순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일단 증권사들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채권 판매를 당분간 꺼리고 있기 때문에 회사채 수요예측 경쟁률도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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