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싸면 잡는다"…경매로 옮겨간 강남권 매수세
입력 2018-06-04 17:35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일대 아파트 전경. [매경DB]
# 지난달 서울중앙법원 경매에서 서초구 방배동 방배래미안타워 아파트 전용면적 135㎡ 10층 매물이 감정가 10억원에 나왔다. 현재 이 아파트의 호가는 14억~14억5000만원으로 40%나 저렴한 감정가가 책정된 셈이다. 같은 달 15일 같은 면적의 12층 매물은 13억3000만원에 실거래됐다. 40평대의 중대형 매물이지만 입찰에는 14명이나 몰렸다. 결국 최종 낙찰가는 13억399만원까지 치솟으며 낙찰가율이 130%에 달했다. 하지만 이 낙찰가 역시도 실거래가보다는 3000만원 정도 저렴한 액수다.
정부의 강력한 재건축 규제로 서울 강남 아파트 매매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지난해 말 수준의 저렴한 감정가로 무장한 경매 아파트들이 속속 매물로 나오면서 경매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4일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이 103.6%를 나타내며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로만 좁히면 지난달 아파트 경매 평균 낙찰가율이 112.4%까지 높아진다. 이 역시 2001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강남 3구는 지난 1월 낙찰가율 110.8%를 보이며 역대 1위를 경신했다. 이후 2월 98.8%로 소폭 하락한 이후 3월(101.3%), 4월(108.1%) 연속 100% 이상을 기록했고 5월에는 다시 최고치를 돌파했다. 낙찰가율이 112%라는 것은 낙찰된 매물의 평균 가격이 감정가보다 12% 비싸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달 양천구 목동 벽산 아파트는 감정가가 6억7000만원으로 매겨져 입찰에 23명이 참여했다. 결국 9억120만5000원을 써 낸 입찰자가 소유권을 확보했다. 이날 경매는 서울 최고 낙찰가율(136%)을 기록했다.
강남권의 주택 경매 열기는 입찰자 수에서도 확인된다.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입찰자 수는 7.7명으로 전국 전체(3.5명)와 비교해 갑절 이상 높다. 강남 3구는 전국 평균을 세 배 웃도는 11.6명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강남 아파트에 대한 대기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강남권을 비롯한 서울 매매시장은 '거래절벽'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매매거래량은 5540건(6월 3일 신고일 기준)으로 지난해(1만194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강남 3구 역시 지난달 586건으로 지난해(2121건)와 비교하면 거래 감소가 뚜렷하다.
거래량뿐 아니라 강남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구와 서초구는 5월 첫째 주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 반전한 이후 4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송파구는 4월 셋째 주부터 최근 7주 연속 하락세다.

서울, 특히 강남 3구 아파트 경매시장이 일반 매매시장과 달리 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는 이유는 뭘까. 결국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감정가가 시세보다 30~40% 싸게 나오면서 입찰자들이 몰리고 낙찰가가 높아지는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경매 감정가와 시세가 차이가 나는 것은 감정가의 결정 시기와 실제 경매 타이밍이 차이 나기 때문이다. 감정가는 경매 개시 결정 직후에 결정되는데, 실제 경매에 들어가기까지는 통상 6~7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강남 아파트값이 급등했기 때문에 최근 진행되는 경매 매물의 감정가가 이만큼 낮게 나온다는 얘기다. 실제 지지옥션이 지난달 서울 시내 낙찰가율 100% 이상을 기록한 아파트 매물 24건의 가격을 분석한 결과, 해당 물건들은 시세보다 평균 5.8% 낮았다.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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