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 동맹당이 연립내각 승인을 얻어내며 지난 3개월간 끌어왔던 무정부상태가 일단락됐다. 이탈리아 무정부 위기 여파로 요동치던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서유럽 최초로 만들어진 포퓰리즘 내각은 유럽통합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유럽연합(EU) 지도부와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와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공동 성명을 통해 "새로운 정부를 세우기 위한 모든 조건이 충족됐다"고 발표했다. 이날 두 대표는 온건 성향의 인물을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앉히는 절충안을 대통령에게 제시해 내각 구성 승인을 얻어냈다. 당초 재정경제부 장관에는 유로존 탈퇴를 주창하는 경제학자 파올로 사보나가 임명될 예정이었지만 마타렐라 대통령이 그의 승인을 거부하면서 내각 출범에 급제동이 걸린 바 있다.
재정경제부 장관에 새롭게 임명된 인물은 로마 '토르 베르가타' 대학의 강사 조반니 트리아다. 그 역시 유로화에 회의적이나 유로존 탈퇴 등 급진적인 정책은 추구하지 않는다. 재정경제부 자리에서 밀려난 사보나 교수는 유럽연합(EU)관계 장관에 임명됐다. 총리는 오성운동과 동맹당이 추천했었던 주세페 콘테 피린체대학 법학 교수가 수행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새 정부의 구조는 디마이오와 살비니의 '투톱 체제'로 요약된다. 콘테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무하고 기반세력도 없어 두 사람의 '대변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디마이오 대표와 살비니 대표는 나란히 부총리직에 올랐다. 또 복지정책을 담당하는 노동산업부 장관과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내부 장관도 각각 겸임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부총리로서 국정을 총괄하는 한편 부처 장관으로서 포퓰리즘 내각의 대표 공약인 불법 이민자 추방과 저소득층 기본소득 도입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정부가 출범으로 재선거 가능성이 없어지자 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았다. 폭락을 이어가던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는 0.06%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시장 심리 지표인 독일과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 차(스프레드)는 약 250bp로 하락했다. 금융 시장이 안정세를 보인 것은 20여일만에 처음이다.
정치 불안이 해소됐지만 갈등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반(反) 유럽연합(EU) 성향인 포퓰리즘 내각은 EU지도부와 대립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EU관계 장관에 임명된 사보나 교수만 하더라도 유로존 탈퇴에 대비해 '플랜 B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그가 EU와 관계를 총괄하는 장관직에 임명된 이상 EU지도부와 마찰은 불가피하다. 또 포퓰리즘 정부의 확대적 재정정책도 긴축재정을 내세운 지도부의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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