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기업공개(IPO) 시장이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코스닥벤처펀드가 뭉칫돈을 끌어들인 탓에 자금 상황은 매우 여유로운 편이다. 그러나 정작 공모에 나선 기업이 많지 않아 투자 대상을 찾기가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이 같은 '풍요 속 빈곤' 양상은 대형 딜 좌초와 남북 경협·회계감리 이슈 등 외부 변수로 인해 많은 기업이 공모 시기를 저울질하거나 아예 상장 의사를 접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IPO 건수는 코스닥 단 2건이다. 그마저도 1건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전무하다. SK루브리컨츠의 상장 철회가 원인이었다.
상반기 IPO 시장 '최대어' SK루브리컨츠가 이달 초 상장을 계획하고 있었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10만1000~12만2000원으로, 이를 반영한 총공모 규모는 1조2894억~1조5574억원이었다. 업계에서는 공모가 최하단으로 확정돼도 공모 규모가 1조원을 거뜬히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공모 청약 결과가 기대치를 하회하자 상장을 철회하면서 IPO 시장은 '공모주 가뭄'에 빠졌다. 공모 규모가 1000억원 미만인 IPO 발행사들이 조 단위 빅딜과 수요예측 일정이 겹치면 투자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SK루브리컨츠를 피해 공모 일정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4월 한 달 동안 공모 일정은 '제로' 상태에 가까웠다.
뒤이은 5월 공모시장도 밝지만은 않았다. 5월 공모 일정을 진행해 증시에 상장한 건수는 스팩을 포함해 4건에 불과하다. 공모 규모는 채 600억원에도 이르지 못했다. 6월도 사정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5월 말 기준 6월 내 상장 예정된 건은 스팩 상장을 포함한 5건이다. 올 2분기 공모 금액은 공모 예정 기업을 희망공모가 밴드 최상단 기준으로 계산해도 32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굵직한 대형 딜로 공모시장이 호황을 이뤘던 것과는 정반대다. 지난해 4~6월 상장 건수는 총 18건(스팩 포함)이다. 지난해 5월에는 ING생명보험과 넷마블게임즈가 나란히 증시에 입성했는데, 공모 규모만 각각 1조1055억원, 2조6617억원이었다.
6월에도 코스닥에 제일홀딩스(4219억원) 삼양옵틱스(668억원) 등이 줄줄이 상장하면서 IPO 시장은 활황을 이뤘다. 지난해 2분기 공모 금액이 4조원을 훌쩍 웃돈 것과 비교하면 올 2분기는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여기에 최근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회계감리를 강화하겠다고 칼을 빼들면서 IPO 시장은 비상 상황이다. 회계 감리 강화로 상장 심사 절차가 길어질 뿐만 아니라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상장 문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최근 수년간 IPO가 가장 활발했고, 일반 제조업체와 달리 회계처리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31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 상장을 마친 20개 기업 중 6개사가 제약·바이오 및 의료업 관련 기업이다. 최근 남북 경협주 랠리로 인해 자칫 공모주가 시장에서 소외받을 것이란 우려도 상장 결정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관심을 집중시킬 만한 '대어'급 딜이 들어와야 공모시장도 활기가 돌면서 전체 파이가 커지는데, 작년에 분기별로 대표 공모주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올해 상반기는 작년과 비교해 큰 딜이 적다"면서 "회계 감리 이슈에 남북 경협 이슈까지 터지면서 작년과 비교해 공모가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연초 예상했던 것보다 상반기 공모시장이 잠잠했던 만큼 하반기에 공모가 몰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비해 연초 정부가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정책 등으로 코스닥벤처펀드에는 자금이 계속 모이는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출범한 코스닥벤처펀드는 한 달 만에 누적 설정액 2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공모주가 부족해 공모주마다 자금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1일 상장하는 현대사료는 남북경협주로 주목받으면서 공모 청약 경쟁률이 1690대1을 기록했다. 앞서 의료기기 업체인 제노레이와 세종메디칼 공모주 청약 경쟁률도 각각 1029대1, 923대1에 달했다. 이들 3개 기업의 청약 증거금만 6조원에 가깝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가 거품이 우려된다"며 "상장 후 주가 하락으로 인한 투자자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코스닥벤처펀드가 뭉칫돈을 끌어들인 탓에 자금 상황은 매우 여유로운 편이다. 그러나 정작 공모에 나선 기업이 많지 않아 투자 대상을 찾기가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이 같은 '풍요 속 빈곤' 양상은 대형 딜 좌초와 남북 경협·회계감리 이슈 등 외부 변수로 인해 많은 기업이 공모 시기를 저울질하거나 아예 상장 의사를 접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IPO 건수는 코스닥 단 2건이다. 그마저도 1건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전무하다. SK루브리컨츠의 상장 철회가 원인이었다.
상반기 IPO 시장 '최대어' SK루브리컨츠가 이달 초 상장을 계획하고 있었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10만1000~12만2000원으로, 이를 반영한 총공모 규모는 1조2894억~1조5574억원이었다. 업계에서는 공모가 최하단으로 확정돼도 공모 규모가 1조원을 거뜬히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공모 청약 결과가 기대치를 하회하자 상장을 철회하면서 IPO 시장은 '공모주 가뭄'에 빠졌다. 공모 규모가 1000억원 미만인 IPO 발행사들이 조 단위 빅딜과 수요예측 일정이 겹치면 투자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SK루브리컨츠를 피해 공모 일정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4월 한 달 동안 공모 일정은 '제로' 상태에 가까웠다.
뒤이은 5월 공모시장도 밝지만은 않았다. 5월 공모 일정을 진행해 증시에 상장한 건수는 스팩을 포함해 4건에 불과하다. 공모 규모는 채 600억원에도 이르지 못했다. 6월도 사정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5월 말 기준 6월 내 상장 예정된 건은 스팩 상장을 포함한 5건이다. 올 2분기 공모 금액은 공모 예정 기업을 희망공모가 밴드 최상단 기준으로 계산해도 32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굵직한 대형 딜로 공모시장이 호황을 이뤘던 것과는 정반대다. 지난해 4~6월 상장 건수는 총 18건(스팩 포함)이다. 지난해 5월에는 ING생명보험과 넷마블게임즈가 나란히 증시에 입성했는데, 공모 규모만 각각 1조1055억원, 2조6617억원이었다.
6월에도 코스닥에 제일홀딩스(4219억원) 삼양옵틱스(668억원) 등이 줄줄이 상장하면서 IPO 시장은 활황을 이뤘다. 지난해 2분기 공모 금액이 4조원을 훌쩍 웃돈 것과 비교하면 올 2분기는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여기에 최근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회계감리를 강화하겠다고 칼을 빼들면서 IPO 시장은 비상 상황이다. 회계 감리 강화로 상장 심사 절차가 길어질 뿐만 아니라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상장 문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최근 수년간 IPO가 가장 활발했고, 일반 제조업체와 달리 회계처리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31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 상장을 마친 20개 기업 중 6개사가 제약·바이오 및 의료업 관련 기업이다. 최근 남북 경협주 랠리로 인해 자칫 공모주가 시장에서 소외받을 것이란 우려도 상장 결정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관심을 집중시킬 만한 '대어'급 딜이 들어와야 공모시장도 활기가 돌면서 전체 파이가 커지는데, 작년에 분기별로 대표 공모주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올해 상반기는 작년과 비교해 큰 딜이 적다"면서 "회계 감리 이슈에 남북 경협 이슈까지 터지면서 작년과 비교해 공모가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연초 예상했던 것보다 상반기 공모시장이 잠잠했던 만큼 하반기에 공모가 몰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비해 연초 정부가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정책 등으로 코스닥벤처펀드에는 자금이 계속 모이는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출범한 코스닥벤처펀드는 한 달 만에 누적 설정액 2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공모주가 부족해 공모주마다 자금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1일 상장하는 현대사료는 남북경협주로 주목받으면서 공모 청약 경쟁률이 1690대1을 기록했다. 앞서 의료기기 업체인 제노레이와 세종메디칼 공모주 청약 경쟁률도 각각 1029대1, 923대1에 달했다. 이들 3개 기업의 청약 증거금만 6조원에 가깝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가 거품이 우려된다"며 "상장 후 주가 하락으로 인한 투자자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