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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현장] 앙드레 김, 나비로 환생?...그리움에 탄성 터진 추모패션쇼
입력 2018-05-31 12:33 
고 앙드레 김 추모패션쇼 중 날아든 하얀 나비(원 안). 객석에선 순간 탄성이 터졌다. 사진|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성정은 기자]
믿기 어려웠지만, 그것은 하얀 나비였다. 고(故) 앙드레 김을 그리워하는 추모 패션쇼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대 위로 하얀 나비 한마리가 날아 들었다. 런웨이 바로 앞에서 쇼를 보고 있던 기자도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어디서 날아온 하얀 나비인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앙드레 김이 나비로 온 것일까' 하는 판타스틱한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기자만 그런게 아니었다. 객석 앞자리에 앉아 있던 이상봉, 장광효, 신장경, 황재근 등 국내 대표 남자 디자이너들도 웅성거렸다. "세상에, 앙드레 김 선생님이 나비로 돌아오셨나보다!"
오지호, 김효진의 순백 웨딩 의상. 사진|강영국 기자
30일 밤,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4층의 탁 트인 야외무대 이벤트 스페이스에서 고 앙드레 김 추모패션쇼 '리마인드 앙드레 김(Remind Andre Kim)이 꿈처럼 펼쳐졌다. 앙드레 김이 암 투병 중 끝내 눈을 감은지 8년만에 어렵사리 이뤄진 감동의 현장에 날아든 나비 한마리가 모두를 뭉클하게 했다. 생생한 날갯짓에도 비현실적으로 다가온 하얀 나비에, 기자는 쇼가 끝난뒤 패션쇼 연출팀, 영상팀, 관계자들, 사진기자들에게 일일이 확인까지 했다. "나비 봤어요?", "저 나비, 혹시 영상 아니에요? 누가 날린건 아닌가요?"라는 감동을 깨는 질문을 던지며 눈으로 본 나비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역시나였다. 하얀 나비는 8년만에 화려하고 환상적인 앙드레 김의 패션쇼를 다시 마주하며 가슴에 찡해진 관객들에게 날아온, 믿기 힘든 화룡점정의 감동이었다.
앙드레 김은 국내 패션디자이너 중 보기 드물게 대중에 친숙한 유명인사였다. 딱 보면 앙드레 김 의상인 줄 아는 그만의 문양 등 상징이 들어간 섬세하고 아름다운 의상에, 패션쇼 무대에는 항상 당대 톱 모델과 연예 스포츠 스타들이 올라 화제를 몰고 다녔다. 앙드레 김의 트레이드마크인 흰 옷과 특유의 화법, 억양은 성대모사 및 개그의 단골 소재로도 쓰여, 그를 모르는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뿐인가, 하와이에서 캄보디아까지 세계를 다니며 패션쇼를 선보여 한국 패션을 알렸고,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친선대사로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일도 누구보다 먼저였다.
허정민, 오지호, 정은우(왼쪽부터) 등이 앙드레 김 추모패션쇼를 빛냈다. 사진|강영국 기자
고 앙드레 김 추모패션쇼를 빛낸 박영선, 율라 등 반가운 얼굴들. 사진|강영국 기자
고인의 빈자리는 그래서 더 컸다. 그가 떠나고 나니 빈자리가 움푹 파였다. 몇 번의 추진과 아쉬운 무산, 모두의 그리움 속에 시간이 흐르던 차, 앙드레 김의 무대를 누비던 모델들이 앞장서 드디어 추모패션쇼가 열렸다. 박영선 정재경 율라 장효선 박순희 이정아 김태연 정다은 김효진 송은지 정경진 양은영 김재범 이건화 홍준기 당대 톱 모델과 슈퍼모델들이 고인의 아름다운 의상을 다시 입었다. 생전 고인의 무대를 빛냈던 배우 오지호 허정민 정은우 장지우도 나섰다. 사회는 김병찬 아나운서가 맡고, 가수 더원은 발라드로 분위기를 돋웠다. 연출도, 메이크업도 그때 그 멤버들이 나섰다. 모두 재능기부였다.
객석에는 고인을 늘 그리워해온 이들이 달려왔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송상현 회장, 친선대사 장사익 등 관계자, 대한민국 1호 여류비행사 김경오 항공회 총재, 국내 대표 남성디자이너들, 디자이너 이광희, 재즈가수 윤희정 등 한걸음에 달려온 이들은 늦어서 더 반갑고 소중한 쇼를 보며 박수치고, 웃고, 뭉클해 했다.
고 앙드레 김 추모패션쇼 피날레. 사진|강영국 기자
봄 밤, 조명아래 펼쳐진 패션쇼는 변함 없었다. 무대 위 모델을 누구보다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유려한 라인과 특유의 금박문양, 생생한 명화 프린트의 드레스와 앙상블이 시간을 돌려놓은 듯했다. 아들 김중도 대표가 심플한 감각을 가미해 디자인한 새 원피스와 투피스도 소개돼 기대를 모았다. 객석의 감동이 절정에 이른 것은 7겹 드레스와 이마키스 무대였다. 당대 톱모델 박영선이 색색의 7겹 드레스를 입고 나와, 한겹 한겹 떨구자 감동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오지호와 모델 김효진이 커플을 이룬 순백 웨딩의 이마키스을 다시 본 순간은 또 어떻고!
고 앙드레 김과 아들 김중도 대표. 사진|강영국 기자
꿈 같은 40여 분의 패션쇼는 고인의 아들이자 앙드레김 아뜰리에를 이끌고 있는 김중도 대표가 모델들과 일일이 포옹하고,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하며 막을 내렸다.
이날 패션쇼를 우여곡절 끝에 성사시킨 슈퍼모델 입상자 모임 아름회 김효진 회장은 "쇼가 성사된게 꿈만 같다"며 함께 해준 선후배 모델들과 스태프들에게 고마워 했고, 김중도 대표는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다음 패션쇼"를 기약했다.
1935년생인 고 앙드레 김은 1962년 ‘살롱 앙드레를 열어 한국 최초의 남성 패션디자이너로 활동을 시작해 평생 한 길을 걸었다. 고인은 패션과 대중문화의 접목을 통해 패션한류, 대중문화 한류를 개척한 한류 아티스트였다. 한국 패션과 대중문화를 세계에 알린 공을 인정받아 타계 직후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이 수여됐다.
족적에 비하면 너무 늦은 추모 패션쇼. 하지만 마음에서 우러나 어렵사리 마련된 추모의 자리였던 터라, 그만큼 더 가슴 뭉클했다. 모두의 마음이 가 닿았을까. 하얀 나비는 그래서 모두에게 '앙드레 김의 환생'으로 보였고, 믿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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