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14년 허송세월 `DMC 랜드마크` 원점으로
입력 2018-05-30 17:30  | 수정 2018-05-30 19:00
14년째 표류하고 있는 서울 상암동 DMC랜드마크 사업 예정지. [매경DB]
서울시가 상암동 DMC 랜드마크타워 용지 개발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자체 개발과 용지 매각 등 다양한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매각 또는 분할매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30일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공급 조건으로는 DMC 랜드마크타워 건립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사업자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지구단위계획 등을 변경하는 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DMC 랜드마크 용지는 숙박·업무·문화·집회 시설을 연면적 대비 50% 이상 도입하고, 주거비율은 2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가장 확실하게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주거시설 비중이 낮게 형성돼 있다. 이 같은 용도는 10년간 변경할 수 없고 완공 후 10년간 양도할 수도 없다. 다음달 상암동 DMC 지구단위계획 변경 용역을 발주해서 내년 4월까지 사업자의 수익성을 높여주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분할매각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랜드마크 용지는 3만777㎡ 규모인 F1과 6484㎡ 규모인 F2로 나뉘어 있다. 사업지를 분할하면 사업자로서는 초기 부담이 줄어든다. 중심상업지로 돼 있는 용도를 일반상업지로 바꾸거나 용적률 하향 조정을 통해 땅값을 낮추는 안도 함께 고민하기로 했다.
DMC 랜드마크사업에 대한 시장 관심은 큰 편이다. 서울 도심과 부도심에서 DMC 랜드마크처럼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지역이 드물다. 3만7262㎡ 규모인 이 용지는 서울시 소유로 감정가만 4341억원(2016년 기준)에 달한다. 사업비는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 디벨로퍼는 "상암동 DMC에 조성된 용지가 100% 매각돼 올해 모두 준공할 예정"이라며 "유일하게 남은 DMC 랜드마크 용지에 컨벤션 등 '앵커시설'이 들어서면 이 지역 개발에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암동 DMC 랜드마크 계획은 2004년 수립됐다. 초고층 빌딩을 지어 디지털미디어시티 조성을 위한 마중물로 삼는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100층 이상 짓도록 요구해 사업자들이 난색을 표했다. 초고층 빌딩은 일반 건물에 비해 효용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초고층 빌딩은 일반 건물에 비해 건축비용이 3배가량 드는데, 높이 지을수록 늘릴 수 있는 면적은 오히려 줄어든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나 필요한 앵커시설 규모를 감안할 때 DMC 랜드마크는 50층 안팎 높이가 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 유발 부담금도 사업자들이 참여를 주저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교통 유발 분담금 2500억원을 내면 사업자가 교통 개선 대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했지만 사업자들이 선뜻 참여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최소 100층 이상'이라는 건축물 층수 규정을 삭제하는 등 기준을 바꾸고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 '뤼디그룹' 등에 매각을 타진했지만 불발됐다. 2016년에만 두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입찰자는 한 곳도 없었다. 한 디벨로퍼는 "교통 유발 부담금 2500억원을 감내해도 수익이 날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야 민간 사업자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들이 교통유발부담금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다음달부터 용역을 진행할 때 어느 정도의 부담금이 발생하는지 재산정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일 8개 필지로 나눠 분할매각한다면 교통유발부담금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DMC 랜드마크를 서울시가 직접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공공성을 감안하면 직접 개발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개발사업 노하우를 감안하면 민간에 맡기는 것이 성공 가능성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민관 컨소시엄 구성이 공공성을 확보하면서 성공 가능성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서울시는 특혜 시비가 이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이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 용지를 공동 개발하자는 SK그룹 측 제안을 뿌리친 전례가 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민간의 전문성을 활용해 공공성을 추구하는 방식은 전 세계에서 대세가 되고 있다"며 "서울시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민간에 협력을 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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