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남을 돕는 의인들은 뇌가 남다르다?
입력 2018-05-30 16:39 
29일 오전 경남 함안군 중부내륙고속도에서 중심을 잃고 달리던 트럭을 막아세운 박세훈씨(45) 쏘나타 차량. [사진 = 연합뉴스]


최근 제2서해안고속도로에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대형참사를 막은 의인이 화제가 된 가운데 지난 29일 경남에서도 고의로 차를 막아 대형사고를 예방한 시민 영웅이 등장했다. 이들은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앞서가던 차량의 운전자가 의식을 잃은 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차량으로 막아 세웠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처럼 타인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은 따로 있을까. 그들을 행동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서해안고속도로에서 과로로 쓰러진 운전자를 구조한 한영탁 씨(46)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때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회상했다.
경남 함안군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뇌전증(간질) 증상으로 정신을 잃은 운전자를 구한 박세훈 씨(45)도 사고 직후 "운전자가 몸을 벌벌 떨며 뒤집혀있는 것을 보고 막아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스 데일리는 이탈리아 국제과학연구대학원(SISSA)과 볼로냐대학, 미국 하버드대학 등 공동연구팀이 이같은 '자기희생적 이타주의'를 행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연구한 결과를 보도했다.
연구팀은 실험자 80명을 대상으로 불타는 건물에서 탈출해야 하는 가상현실(VR) 환경을 만들어 행동과 심리변화를 지켜봤다. 가상현실에서는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기침을 하거나 무거운 것에 깔리는 등 실제상황과 유사한 장면을 보여줬다.

이탈리아 국제과학연구대학원(SISSA)에서 실험을 위해 화재로 긴박한 상황을 연출한 가상현실(VR) 화면. [사진 = 연합뉴스]

실험 결과 탈출하지 않고 부상자를 구조하려 한 사람은 전체의 65%에 달했다. 연구진은 실험 중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로 실험자들의 두뇌 활동을 촬영했는데, 타인을 구하는 동안 이들의 '전두엽 오른쪽 섬엽(right anterior insula)'이라는 부위가 활성화됐다. 이 부위는 타인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아는 능력이나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 등 사회적 감정이나 도덕적 정보처리 능력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자기희생적 이타주의를 행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다를 수 있으며 적어도 이런 행동을 하는 순간에는 뇌 기능이 다르게 작동한다"는 연구 결과를 학계에 보고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신경심리학(Neuropsychologia)'에도 게재됐다.
[디지털뉴스국 문혜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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