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4차산업혁명 이끌 창의인재 키운다
입력 2018-05-27 14:40 
한정석 작가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한정석 작가(35)에게 2012년 봄은 깜깜했다.
2010년 12월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공모에 그의 창작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가 당선된 후 2013년 1월 무대에 오르기까지 준비 기간이 길게 느껴졌다. 무명의 작가 지망생이던 그는 '정말 공연할 수 있을까,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 빛을 볼 수 있을까'라는 걱정에 답답했다.
힘겨웠던 시기에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 창의인재 동반사업' 지원을 받으면서 숨통이 틔였다. 신인 창작자에게 전문가의 조언을 들려주고,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9~10개월 동안 매달 지원금 120만원(세전)을 주는 사업이다.
한 작가의 멘토는 조성원 씨즈엔터테인먼트 대표였다. 조 대표는 영화 '악마를 보았다'와 '황진이',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와 '꽃피는 봄이 오면' 등을 선보인 제작자. 그는 2012년 5월부터 2013년 2월까지 매주 2~3시간 한 작가의 공연 준비 과정과 회사 계약, 창작자의 자세 등에 대해 조언해줬다 한 작가는 "조 대표님이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고 정신적 지주가 되주셨다. 나 자신의 힘을 믿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셨다"고 말했다.
장재현 감독 영화 '검은사제들'
방황하지 않고 작품에 매진한 결과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창작 뮤지컬의 신화가 됐다. 무인도에 표류된 남·북한 군인들이 힘을 합쳐 난관을 헤쳐가는 스토리에 가슴 뭉클한 음악을 불어넣어 관객의 환호를 받았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아 2013년 국회대상 올해의 뮤지컬상을 거머쥐었다. 이 성공이 자양분이 되어 지난 2~3월 창작 뮤지컬 '레드북'까지 흥행하면서 연타석 홈런을 쳤다.
한국 뮤지컬 무대를 풍성하게 만든 '콘텐츠 창의인재 동반사업'은 2012년 시작됐다. 지난 6년간 매년 창작자 200여명 이상을 배출하면서 콘텐츠 인재 양성을 위한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총 1959건의 프로젝트를 통해 멘토 540명과 멘티 1209명을 연결했다. 지난 해에만 국내외 공모전 수상, 작품 계약 혹은 데뷔를 한 성과도 311건에 달한다.
사업을 통해 성장한 창작자들은 괄목할만한 결과물을 내고 있다. 2014년 국민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를 만든 조감독 백성준·이정준, 촬영 스태프 명준희·나현우도 2013~2014년 이 사업 수혜자들이다.
2015년 개봉해 관객 545만명을 모은 영화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도 2013년 '콘텐츠 창의인재 동반사업' 멘티였다. 빠른 속도로 휘몰아치는 이야기 전개와 세 배우들의 호흡을 조화시킨 연출력으로 신인 감독 같지 않다는 호평을 들었다. 웹툰 '살생부'로 다음 온라인 만화공모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김종훈 작가도 2014년 '콘텐츠 창의인재 동반사업' 도움을 받았다. 평창동계올림픽 미디어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성필 작가 역시 지난해 이 사업의 수혜를 받았다. 지난 2월 말 '2018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도 그의 작품이 상영됐으며, 디지털 아트 작품 'KYMA'로 '2017 ICT-문화·예술융합 공모전' 총장상을 수상했다. 2016년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의 멘토링을 받은 정다희 감독은 단편 애니메이션 '빈 방'으로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2016 히로시마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한국 작품 최초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 사업은 한콘진의 '창의인재양성사업' 일환이다. '창의인재양성사업'은 플랫폼기관의 네트워크와 콘텐츠 분야 정상급 전문가(멘토)가 창의교육생(멘티)에게 프로젝트 중심의 현장 밀착형 멘토링을 지원하는 '콘텐츠 창의인재 동반사업'과 신인 창작자와 콘텐츠 기업을 매칭해 프로젝트의 기획 및 사업화를 지원하는 '우수크리에이터 발굴 지원사업'으로 구성된다.
'우수크리에이터 발굴 지원사업'은 2015년 시작돼 올해로 4년째다. 크리에이터가 우수한 IP(지적재산권)를 개발할 수 있도록 기획 과정부터 교육을 실시하고, 기관이 보유한 현업의 전문 인력을 활용해 크리에이터의 스킬업을 유도한다. 최종 선정된 프로젝트에는 제작과 유통과정 등 실제로 사업화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까지 총 172명의 크리에이터를 발굴해 데뷔와 진출을 지원했다.
2015년 이 사업을 통해 작업한 김하나 작가의 드라마 '애타는 로맨스'가 2016년 미국 워너브러더스의 투자를 받으며 해외 120여 개국에 동시 방영됐다. 2015년 수혜를 입은 한재은 작가의 뮤지컬 '팬레터'는 2016년 관객들이 뽑은 올해의 뮤지컬 1위, 2017년 창작 뮤지컬 최고 재연 기대작 1위, 201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레퍼토리' 선정됐으며, 지난해 11월 재연에 성공했다.
한콘진은 올해도 '콘텐츠 창의인재 동반사업'에 총 41억원, '우수크리에이터 발굴 지원사업'에 총 14억 7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대한민국 콘텐츠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콘텐츠 창작자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
오는 30일 서울 홍릉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는 '2018년도 창의인재양성사업'을 이끌어 갈 주역들의 만남의 장(場)이자 사업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는 발대식 '2018 아리아리, 크리에이터'를 개최한다. 발대식에는 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멘티 200명과 멘토 100명, '우수크리에이터 발굴 지원사업' 크리에이터 50명, 운영기관 관계자 10명 등이 참석해 창작 항해를 위한 의지와 각오를 다질 예정이다.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으로 급부상한 콘텐츠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전 세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콘텐츠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창의인재 발굴 육성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라며 "올해 '창의인재양성사업'을 통해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을 넘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이끌어갈 우수 창작자들이 탄생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가의 신(新) 성장 동력으로 콘텐츠산업이 각광 받으면서 콘텐츠산업을 견인할 인재양성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장르별 융합형 인재는 미래 콘텐츠산업의 중요한 자산인 만큼 다각적인 지원과 투자는 필수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는 지난 16일 문화산업 중장기 정책 비전인 '사람이 있는 문화-문화비전2030'의 세부 정책 의제에서 향후 창의적인 콘텐츠 산업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콘텐츠 과목을 초·중·고교 교육과정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6년 세계 콘텐츠산업 시장 규모는 2조810억달러로 이미 자동차와 IT(정보통신)산업의 시장 규모를 앞지르며, 고성장·고부가가치 산업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도 만만치 않다. 게임, 방송, 음악, 애니메이션 등을 총망라한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규모는 지난해 110조 4000억원에 달했다.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중국의 한한령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전년 대비 8.6%가 증가한 약 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창의인재양성사업'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한콘진 인재양성팀에 문의하면 된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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