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 "미북정상회담 대해 의견교환"…가까워진 6.12 미북회담
입력 2018-05-27 09:05  | 수정 2018-05-28 12:07
【 앵커멘트 】
이틀만에 분위기가 또 반전됐습니다.
긴급 남북 2차 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에 대해 정치부 주진희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2차 회담 소식을 북한이 먼저 발표했다면서요.

【 기자 】
네, 오늘 아침 6시 30분 북한 노동신문이 1면과 2면에 걸쳐 남북정상회담 내용을 우리보다 먼저 알렸습니다.

우리 청와대가 공표하기도 전에 먼저 내용을 밝힌 겁니다.

【 앵커멘트 】
무슨 의도가 있을까요?
보통 정상회담은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 관례이지 않습니까.

【 기자 】
북한 사회의 독특한 특징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의 공식 행보를 무조건 다음날 신문 1면에 가장 먼저 싣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기자단이 풍계리 핵실험장에 있었을 때, 김정은은 원산 지역을 돌며 현지지도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노동신문은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은 바 있죠.

【 앵커멘트 】
노동신문을 보면, 몇몇 주목할만한 점이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명록이라던가, 북한은 4차 정상회담이라고 언급한 점입니다.

【 기자 】
노동신문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방명록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2차 회담이라고 말하는 것과 달리 북한은 제4차 남북 정상회담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지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연속선상에 있음을 밝히는 겁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회담도 1차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연속성이 있다고 강조하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배석자도 밝혔는데, 우리쪽 서훈 국정원장과 북측 김영철 통전부장의 참석도 밝혔죠.

【 앵커멘트 】
2차 남북회담에서 미북회담 이야기가 나왔나요?

【 기자 】
물론입니다.

남북회담이기 때문에, 고위급회담과 장성급회담, 그리고 이산가족을 위한 적십자 회담에 대해 우선 합의를 했습니다.

일단 남북관계 개선 작업을 속도감있게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힌 겁니다.

하지만 제 눈에 더 띄는 것은 노동신문이 굵은 글씨로 강조한 "6월 12일로 예정된 미북정상회담을 위해 노력한 문재인 대통령의 노고에 사의를 표하며 미북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는 부분입니다.

즉,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미북정상회담를 위한 의견 교환을 했음을 시사한 겁니다.

특이할 부분은 북한 매체가 공개적으로 "12일 미북정상회담에 대해 의지가 있다"며 주민들에게까지 밝힌 건 매우 이례적입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북한 정부는 미국과의 정상회담 날짜를 밝힌 적이 없습니다.

주민들에게 적대국인 미국의 수장과 만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최고지도자가 말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북한 사회 특성상, 날짜까지 밝혔다는 것은 12일 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보입니다.

【 앵커멘트 】
미북 정상회담이 정말 가까워져 온 느낌입니다.
미국도 미북정상회담을 논의할 실무진을 보냈다고 하는데, 미국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 기자 】
심지어 예정대로 12일 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앞서 보셨듯이 뉴욕타임즈가 "회담이 열리더라도 6월 12일은 불가능하다"고 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틀렸다"고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회담 재개를 명확하게 언급하진 않았는데, 한번 들어보시죠.

▶ 인터뷰 :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무슨 일이 일어날 지 한번 지켜봅시다. 지금 북한이랑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김계관의 2차 담화는 정말 좋았습니다."

【 앵커멘트 】
북한 김계관 부상의 2차 담화라면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미국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 밝힌 그 담화이죠?

【 기자 】
지난 25일, 즉 그제 나온 북한 김계관 제1부상의 그 담화가 맞습니다.

한번 미북간 공방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북한 김계관 제1부상이 지난 16일, 리비아 방식을 언급하는 볼턴 백악관 보좌관을 겨냥해 "자꾸 그러면 회담을 재고려하겠다"는 뉘앙스의 담화를 냈죠.

그리고, 23일, 북한 최선희 부상이 펜스 미 부통령에게 아둔한 얼뜨기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서 회담을 하기 어려우니 취소하겠다"고 하자

25일 금요일, 김계관 제1부상이 다시 "불만을 제기한 것"이라며 "미국과 마주앉아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이 "아주 좋은 담화문"이라고 말한 겁니다.

【 앵커멘트 】
그럼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미북정상회담의 개최를 위한 분수령 마련을 위한 것이겠군요.
한미간에 미리 '남북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소통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겠네요.

【 기자 】
당연히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판문점 지역은 유엔사가 관할합니다.

때문에, 우리 대통령이라하더라도, 지나가려면 유엔사에 신고를 해야 하고 유엔사 사령관은 주한미군 사령관이 겸직하고 있습니다.

즉, 어떤 경로로든 미국이 알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사전 공조는 당연히 이뤄졌을 겁니다.

【 앵커멘트 】
그렇다면 미국이 우리측에 북한에 전할 메시지를 명확히 알렸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특히 북한 핵 무기 폐기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전했을 것으로 보이네요.

【 기자 】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비핵화란 무엇인지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마이크 펜스 / 미국 부통령 (지난 22일)
-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히 한 것이, 우리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한다면 북한에 기회와 이익을 준다는 겁니다"

그리고 백악관 대변인이 미북정상회담 개최의 조건을 밝힙니다.

▶ 인터뷰 : 새라 샌더스 / 미국 백악관 대변인
- "트럼프 대통령은 싸구려 정치 쇼를 바라는 게 아닙니다. 지속가능한 진짜 해결을 원합는 겁니다. 북한이 준비된다면 대화할 겁니다."

즉, 회담을 하려면,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성과는 과거 미국 정부들과 다르게, 진짜 비핵화를 위한 조치가 되야 할 것이라는 겁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해 "과거 정부와 다를 것"이라고 주장해 온 만큼, 성과를 보여야하기 때문입니다.

【 앵커멘트 】
이제 미북 그리고 남북, 한미 간 치열한 외교전이 예상됩니다.
우리쪽에선 이번에 회담에 배석한 서훈 국정원장이겠죠?

【 기자 】
서훈 원장이 배석한 만큼 이번에 열린 비공개 남북정상회담도 서훈 원장 라인에서 준비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서는 김영철 통전부장이겠죠.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청와대의 대미라인으로 꼽히는 정의용 실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때문에 현재 정의용 실장이 미국으로 가서, 남북회담의 결과를 설명하고 미북회담을 위한 설득작업에 들어가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도 나옵니다.

【 앵커멘트 】
아무래도 12일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마주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역사적인 현장이 이제 2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정치부 주진희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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