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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홍` P2P협회 수장 돌연사퇴…주요업체 파산까지
입력 2018-05-25 16:05  | 수정 2018-05-25 17:07
신현욱 한국P2P금융협회장이 자진 사퇴하고 주요 회원사들도 협회 이탈을 선언했다. 65개 기업이 속한 P2P업계 유일의 사업자단체가 사실상 와해 수순을 밟게 됐다. 같은 날 주요 업체 중 처음으로 부도를 낸 곳이 나오면서 P2P업계에 잇단 경고등이 켜졌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 협회장은 24일 저녁 임시이사회에서 협회장직을 사퇴했다. P2P기업 팝펀딩 대표인 신 협회장은 지난 2월 협회장에 선출됐다. 2020년 2월까지 임기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3개월 만에 돌연 사퇴한 데 대해 신 협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업계에서는 회원사 간 갈등이 커졌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P2P협회의 내홍이 표면화된 건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지적된 부실률 산정 방식 때문이다. P2P협회는 자체 공시로 매달 협회원사들의 부실률을 공개하는데, 분모를 누적대출잔액으로 잡아왔다. 금융위는 이 부실률 산정 공식이 타 금융권과 다르고 실제보다 낮은 착시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협회 이사회에서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해 결국 부결됐다. 이후 매일경제(5월 11일자)에서 금융당국 시정요구를 묵살했다고 지적하자 협회는 이사회를 열어 시정하기로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진 회사원사들 간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대립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신 협회장이 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부동산 중심 업체 일부에서 반발이 심했다"면서 "부동산 쪽의 부실률이 일반적으로 더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 업체들은 투자집행 금액 단위가 커 투자 수익률이 높지만 리스크도 그만큼 크다. 수십억 원 규모로 대출 건당 단위가 큰 만큼 한 건의 부실이 발생했을 때 부실률도 덩달아 치솟는다.
신 협회장이 사퇴하자 주요 업체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같은 날 P2P업계 빅3 중 한 곳인 8퍼센트가 협회에서 탈퇴했다. 이 밖에도 부동산PF 외 대출상품을 취급하는 주요 업체들도 탈퇴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석이 된 P2P협회장 직책은 당분간 양태영 부회장이 맡기로 했다. 양 부회장은 1위 부동산PF 전문 P2P업체인 테라펀딩의 대표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PF 전문 기업들이 남고 개인신용 등 기타 상품을 주로 다루는 업체들은 이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혼돈에 빠진 P2P업계는 주요 업체의 부도 소식까지 더해져 투자자들 마음을 졸이게 하고 있다. 같은 날 부동산PF 전문 P2P업체인 헤라펀딩이 부실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부도 처리됐다. 헤라펀딩은 짧은 투자금 회수 기간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높아 투자자들 사이에서 '갓헤라'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업체다. 최근 부동산 경기의 상승세가 꺾이면서 일부 P2P업체들의 PF상품이 줄줄이 연체되고 있는 가운데 결국 첫 부도 업체가 됐다. 헤라펀딩은 24일 저녁 투자자들에게 부도 사실을 통지했다. 앞서 헤라펀딩은 이달 4일 "연체 중인 채권들을 해결할 때까지 신규 투자상품의 취급을 중단하고 채권 회수에 보다 집중하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결국 부도를 택했다. 현재 헤라펀딩의 누적대출액은 229억원으로 중견급으로 분류된다. 대출잔액은 134억원에 달한다. 연체율과 부실률은 각각 23.15%, 28.83%로 연체는 총 8건에 이른다. 투자자들이 수십억 원을 못 받고 있는 셈이다.
헤라펀딩 외에도 이달 말 새로 공시될 지표엔 10% 이상 부실률을 기록하며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업체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 부회장은 "기존 금융권이 부동산PF 시장을 하지 않았던 것은 못해서라기보다는 리스크가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라면서 "신생 업체들이 난립하는 중에 정말 실제 역량이 있는 업체인지 투자자들이 신중하게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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