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27m인 정상의 봉수대까지 이어지는 왕복 2차선 규모의 부산 황령산 순환로에서 노점상들이 불법인 권리금을 주고받으며 영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도로의 총연장은 8.3㎞로 수영구, 남구, 부산진구, 연제구 등 4개 지자체가 나눠 관리한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 앞바다와 광안대교 등이 훤히 보이는 이른바 명당 구간에는 어김없이 노점상이 자리 잡고 있다. 노점상은 모두 6개다. 이들 업체는 3000만~4000만원 수준의 권리금을 내고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
노점상은 차도 갓길과 인도를 막론하고 1t 화물차 등을 장기 주차한 뒤 커피, 음료, 술, 안주, 과자 등을 파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푸드트럭 형태로 개조된 일부 화물차 내에서는 가스레인지를 사용해 파전 등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경사로 인도에 자리 잡은 한 화물차는 아예 철제 차량 거치대를 차량 아래에 두고 쇠사슬과 자물쇠를 채운 데다 화물 운송에 사용하는 벨트로 경계석과 차량을 고정해놨다.
구청에서 주정차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순환로의 노점은 최소 10년 이상, 최장 30년 이상 거의 같은 자리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주는 "구청에서 단속을 나오면 잠시 차를 옮겼다가 다시 돌아와서 주차하면 된다"며 "과태료 3만∼4만 원은 내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매년 봄 순환로 주변 수십 년 수령의 벚나무에서 벚꽃이 만개할 때는 노점 한 곳의 주말 하루 매출이 200만 원을 넘는다는 소문도 있다.
노점이 수십 년째 영업을 계속하며 불법 장사를 하는 동안 불편과 위험은 시민과 운전자들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일부 구간에서 인도에 간이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장사를 하다 보니 등산객이나 나들이객들은 인도가 아닌 도로로 나가서 걸어야 한다.
한 커브 길에서는 좁은 차선의 갓길에 1t 화물차를 둔 탓에 순환로를 오르내리는 차량이 양쪽에서 엉켜 사고 위험도 상존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황령산에 오른다는 부산 시민 최모(42) 씨는 "노점에서 낮술을 마신 뒤 차를 몰고 내려가는 사람도 종종 목격했다"며 "경찰의 단속과 지자체의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황령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강정순 고문은 "과거 단속을 엄격하게 했을 때 노점이 전부 사라진 적이 있었다"며 "관할 구청에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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