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이 파국을 맞으면서 코스피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그동안 급등세를 펼치던 남북경협주는 물론 시장이 전체적으로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 역시 단기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입을 모은다.
25일 코스피는 장 초반 1% 가까이 하락해 2440선까지 추락했으나 낙폭을 일부 만회해 2450선 초반을 사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데 따라 물량이 출회하고 것으로 풀이된다.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공개서한을 보내 회담 취소 의사를 전했다.
예상치 못한 악재인 만큼 시장 충격이 생각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남북고위급회담이 취소됐을 당시에도 북한의 부정적인 제스처 한방에 시장이 크게 출렁인 바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이 펀더멘털 보다는 센티멘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 재부각에 따라 외국인을 중심으로 수급이 이탈될 가능성 높아지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은 "한국증시의 단기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면서 "올 3월 이후 한반도 평화무드에 대한 기대와 북한발 훈풍이 사그라들면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등을 이끌만한 모멘텀이 부재하다는 것도 문제다.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다음 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하면서 국내 증시의 투자매력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대북 관계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하며 4~5월 남북경협주가 미북 정상회담의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만큼, 이들 주식을 중심으로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북한 비핵화·시장 개방 시나리오는 여전히 유효하며 추격 매도보다는 조정 후 저가 매수 대응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쉽게 가늠할 순 없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긍정론도 나온다. 회담 취소가 숨가쁘게 진전돼 왔던 남북 관계개선에 제동을 건 것은 사실이지만 남북, 미북 간의 관계가 원점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다. 실제 트럼프 공개서한에서 확인할 수 있듯 향후 대화재개 가능성이 열려 있고, 미국 의회 또한 외교적인 해결을 선호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의 국가들 역시 평화적인 해결을 촉구하고 이번 미북 정상회담 취소에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한가지 긍정적인 부분은 무역 갈등 이슈에서 봤던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방식으로 미뤄봤을 때, 미북정상 회담을 취소하긴 했지만 이렇게 끝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라면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주변 이슈들을 강하게 건드리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이기 때문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남긴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부디 주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하라'는 문구는 아직 미북 정상회담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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