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신영은 기자]
배우 이주승(29)은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는 실험정신이 큰 배우 중 하나다. 2007년 영화 ‘청계천의 개로 데뷔한 뒤 영화, 드라마, 연극 등에 출연하며 자신이 맡은 배역을 설득력있게 연기해내고 있다. 그런 그가 8년 만에 연극 ‘킬롤로지(Killology)로 연극 무대에 돌아왔다.
연극 ‘킬롤로지는 온라인 게임 ‘킬롤로지와 동일한 방법으로 아들이 살해된 후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수를 결심한 아버지,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살인을 위한 게임 ‘킬롤로지를 개발해 거대한 부를 축적한 사업가, 그리고 ‘킬롤로지의 처참한 희생자의 얘기를 다룬다.
이주승에게 ‘킬롤로지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기존의 연극 형식과는 다르게 세 명의 배우들은 대화를 나누지 않고 독백 형식으로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온라인 게임 ‘킬롤로지의 한 장면처럼 처참한 희생자가 된 데이비 역을 맡은 이주승은 색다른 형식의 연극이라 연습이 끝나질 않는다.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무대를 이어가고 있다”고 안도했다.
실은 이주승은 박선희 연출이 ‘킬롤로지 출연을 제안했을 때 이를 거절했었다. 대본을 읽어보곤 이건 내가 할 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공연 무대에 오랫동안 오르지 않았는데, 이렇게 실험적이고 많은 노력을 요하는 작품을 제가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노하우가 많은 배우가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거절했죠.”
이주승은 `킬롤로지` 출연 이유에 대해 "안 하면 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진 | 유용석 기자
그런 이주승을 ‘킬롤로지의 무대로, 8년 만에 연극 무대로 이끈 것은 바로 ‘도전 정신이었다. 안 하면 지는 것 같았어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도전하고 싶었죠. ‘킬롤로지는 제가 배우로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안 하는게 맞을 수 있었겠지만, 배우의 욕심으로 하겠다고 했어요.” 그의 선택은 옳았다.‘킬롤로지는 지난 4월 8일 런던에서 열린 2018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Laurence Olivier Awards) 시상식에서 제휴 극장 부문 공로상을 받은 영국 작품이다. 영국 초연 이후 1년 만에 한국 초연을 선보이게 됐다.
‘킬롤로지는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한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쉽지 않은 작품이다. 연극을 보는 내내 세 명의 캐릭터 알란, 폴, 데이비가 현실을 얘기하는지 환상을 얘기하는지를 관객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이주승은 사실 ‘킬롤로지는 재밌고 신선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형식이니까 ‘망하거나 덜 망하거나라고 생각했다”면서 다행히 새로운 형식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이 신선하고 흥미롭게 느끼신 것 같다. 처음 본 관객들도 재밌어하신다. 많이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을 한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박선희 연출은 ‘킬롤로지에 대해 우리들의 자화상을 그린 작품”이라고 평했다. 영국 원작 작품이긴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어느곳에서도 다를 것이 없는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 이주승 역시 데이비를 연기하며 본인의 청소년기를 돌이켜보게 됐고, 어떤 어른이 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주승은 "다가가서 얘기를 들어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사진 | 유용석 기자
데이비한테 공감하는 점이 많았어요. 저도 그랬거든요. 삭막한 학교 안에서는 어른들은 도와줄 수 없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단 한 명의 어른이라도 나섰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어른들의 관심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 결국에는 관심인 것 같아요. 예전엔 철없는 중고등학생들을 보면서 ‘어린애가 싸가지 없네?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저 친구에게도 다 이유가 있겠지라는 생각을 해요. 다가가서 얘기를 들어주는 그런 어른이 되려고 해요.”연극 ‘킬롤로지는 오는 7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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