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키덜트 겨냥해 유튜버로 전직해 대박난 개그맨
입력 2018-05-23 17:02 
피규어 리뷰 유튜버로 활동중인 개그맨 이상훈씨(37). [사진 제공 = 이상훈TV]

초등학생들이 적어내던 장래희망이 아이돌에서 유튜버로 바뀌고, 억대 연봉을 올리는 인기 유튜버까지 등장한 지금. 바야흐로 '1인 미디어 전성시대'다. 유명세를 얻은 유튜버들이 지상파 방송에 출연하는 것을 넘어 거꾸로 연예인들이 1인 미디어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이중 피규어 리뷰 유튜버로 활동을 시작해 키덜트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가 있다.
이상훈씨가 운영중인 피규어 리뷰 유튜브 페이지. [사진 = 유튜브 페이지 이상훈TV 캡쳐]
지난 2월 21일 피규어 리뷰 방송을 시작한 KBS 공채 개그맨 이상훈 씨(37)다. 개그콘서트에 꾸준히 얼굴을 내밀어 인지도가 꽤 높은 개그맨이지만 그는 이제 개그 대신 피규어 리뷰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사오든, 빌리든, 어떻게든 세상의 모든 장난감을 보여주겠다"며 쉽게 볼 수 없는 피규어들을 개봉하고 조립하는 영상에 키덜트족은 열광했다. 이상훈 씨를 만난 지난 21일 그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방송 3개월 만에 10만 명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최근 어벤저스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피규어 영상의 조회 수도 6~10배가량 가파르게 상승했다. 인기 있는 피규어의 경우 5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씨는 한 달에 1000만 원 가까이 피규어 구매에 사용했던 적도 있을 만큼 소문난 피규어 마니아다. 콘텐츠에 사용하는 피규어 역시 99%가 17년 전부터 하나하나 모아온 것들이다.
이상훈씨는 주변 동료들에게 소문날만큼 유명한 피규어 수집가다. [사진 = 이상훈 인스타그램 캡쳐]
이씨는 "20살 때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10만 원짜리 레고를 구입한 게 시작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레고는 셀 수 없고 피규어는 약 150개 넘게 보유하고 있다"며 "피규어에 쓴 돈만 1억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아끼는 피규어 '헐크버스터'는 6분의1 축소사이즈지만 정가가 80만원대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피규어 중에는 정가가 330만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
그가 유튜브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건 지난해 2월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다. 실시간으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라디오처럼 피규어와 관련된 취미생활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1인 방송에 눈길이 간 것이다. 그는 "이를 계기로 개인방송 통해 좋아하는 피규어 얘기를 팬들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처음부터 유튜브에 능통했던 건 아니었다. 그에게 방송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같은 전통적인 '매스미디어'가 전부였고 유튜브나 아프리카 TV 등을 시청해본 적도 없었다. 그런 그가 1년 전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하면서 수많은 인기 유튜버들을 모니터링하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인기 캐릭터 '그루트' 피규어를 리뷰한 방송. [사진 = 유튜브 페이지 이상훈TV 캡쳐]
준비단계에서는 일주일에 수요일과 금요일, 두 번씩 콘텐츠를 올린다는 목표 아래 총 50회의 커리큘럼을 기획했다. 3개월 분량은 특히 더욱 신경 써서 철저히 준비했다. 미리 짠 커리큘럼도 각종 만화와 영화 개봉 시기에 맞춰 조금씩 조절하기도 했다.
기획을 하며 이씨가 가장 공을 들였던 건 '차별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씨는 "나만의 콘텐츠가 '그 누구도 하지 않은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면서 "많은 콘텐츠가 유튜브에 이미 올라와 있는 만큼 내 콘텐츠를 기존의 유튜버와는 어떻게 차별화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피규어 리뷰를 하는 유튜버들처럼 전문적인 리뷰를 제공하는 콘텐츠를 만들 자신은 없었다"면서 "오히려 피규어를 개봉하고 재밌게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데 집중한 게 인기의 비결"이라고 언급했다.
이씨는 "정말 좋아서 시작한 방송인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방송할 예정"이라며 "소소하게는 피규어 카페나 피규어 전시회 등을 만들어 더 많은 소통을 하는 게 제 꿈"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송승섭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