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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했던 잠실, LG 선수단과 팬들이 만든 더 특별한 1승
입력 2018-05-20 17:08  | 수정 2018-05-20 18:06
LG선수단이 20일 잠실 한화전서 승리했다. 선수들은 구본무 회장 추모의 의미인 근조리본을 달고 경기를 뛰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황석조 기자] 경기 전 LG 트윈스의 모습은 차분했다. 일단 여러모로 좋지 않았다. 주중 포항에서 2연승을 안고 왔지만 이어진 한화와의 홈경기서 내리 2연패를 당했다. 더 큰 문제는 아직 한화를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대전 원정을 시작으로 19일 기준 한화전 5연패 늪에 빠진 상태였다.
계속된 특정팀 상대 열세는 LG를 지치게 하기 충분했다. 여기에 과정 또한 줄곧 1점차 아슬아슬한 패배였다. 힘은 힘대로 쓰고 결과는 얻지 못하는 아쉬운 상황의 연속이었다. 순위하락을 피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수순.
다급한 시점이 분명한데 게다가 20일은 또 다른 비보가 겹쳤다. LG 그룹 회장이자 지난 1990년부터 2007년까지 트윈스 구단주를 역임한 구본무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것. LG 트윈스 창단 당시부터 두 차례 우승, 그리고 이후에도 각별히 팀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던 구 회장의 별세 소식은 가뜩이나 침체된 LG에 슬픔까지 안겼다.
LG는 추모의 의미로 이날 경기 당초 계획된 스페셜 서울 유니폼을 입지 않았고 검정색 리본을 기존 유니폼에 달고 출전했다. 앰프 사용도 중지하는 등 응원단 전체를 운영하지 않았다. 상대팀인 한화도 함께했다. 그래서 이날 잠실구장은 평소와는 다르게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 경기가 치러졌다. 관중들의 환호성만 간간히 들렸다. 분위기 탓인지 이 또한 평소보다는 약하게 들렸다.
LG로서는 무엇보다 결과가 중요했다. 구단의 승리여부가 끼치는 영향은 없으나 생전 팀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던 구 회장이기에 선수단으로서 승리는 가장 값진 추모가 될 수 있었다. 이를 인식했을까. LG 선수단은 자발적으로 전체가 양말을 올려신은 소위 농군패션으로 경기에 나서며 추모의 의미 및 한화전 필승을 위한 단결의 의지를 다졌다. LG는 1회말부터 찬스를 만들었고 3점을 뽑는데 기세 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상대투수 휠러의 난조가 이유였지만 이날 LG 선수들의 집중력은 여느 때보다는 더 힘이 있었다.
이날 LG 팬들 역시 응원단 없이 차분한 응원을 펼쳤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LG는 2회초 곧장 실점하지만 이내 2회말 다시 1점 더 달아나며 균형을 유지했다. 선발투수 차우찬은 지난 15알 포항 삼성전 7이닝 2실점 호투의 기세를 이어가며 6이닝 동안 5피안타 1실점으로 막아줬다.
타선은 초반에 비해 중반 다소 소강상태가 길었지만 7회말 쐐기를 박는 김현수-채은성의 백투백 홈런이 터져 나왔다. 찬스 때 쳐줬고 막아야할 때 흔들리지 않고 수비했다.
이날 LG는 최종 6-2 승리하며 연패 흐름을 끊어냈다. 무엇보다 올 시즌 고생하고 있는 한화 상대로 첫 승을 따냈다. 선수들로서는 한화전 무승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고 자신감을 찾을 계기가 됐다.
잠실구장은 경기 내내 차분하고 경건했다. 일반 팬들에게는 다른 세계이야기 같은 재벌회장의 별세소식이지만 야구와 LG 트윈스라는 공통분모 속 추모의 의미가 더해졌다. 선수들은 귀중한 승리를 따내며 다른 방식으로 추모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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