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카라타 에리카, "첫 영화로 레드카펫 밟아 꿈만 같아요"
입력 2018-05-18 09:55  | 수정 2018-05-18 16:41

포근한 아침 햇살을 맞는 기분이다. 구김 없이 맑고 고운 미소에 그간 쌓인 피로가 말끔히 씻겨져 내린다. "체크무늬 원피스가 정말 예뻐요"라고 찬사를 건네니, 올해 스무살인 여배우는 배시시 웃는다. 그러더니 서툰 한국말로 또박또박 답하는 것이다. "대박 감사합니다!"
생애 처음 프랑스 칸 영화제를 찾은 일본 여배우 카라타 에리카(20) 얘기다. 카라타는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아사코1 & 아사코2'(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주인공. 데뷔작으로 레드카펫을 밟고, 전 세계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여우주연상 후보에까지 올라간 그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오전 칸 영화제 현장에서 만난 카라타는 "세상에 내가 이런 곳에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벅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애써 의연한 척 레드카펫을 천천히 걷는데 치마가 구두에 걸린 거예요. 한참을 낑낑거렸죠. 감독님과 배우님들이 도와줘서 어렵게 계단을 올라갔어요. 그렇게 영화를 보고 호텔로 돌아왔는데, 일본에 있는 친구들이 메시지를 엄청 보내왔더라고요. 이렇게요. '실시간으로 다 봤어. 아, 카라타답다니깐!'(웃음)"
영화 '아사코 1& 아사코2' 의 한 장면.
카라타가 관객과 함께 제 영화를 극장에서 본 건 이번이 처음. 그것도 14일 오후 2000석이 넘는 뤼미에르 대극장 공식 상영 부문으로 말이다. 결국엔 펑펑 눈물을 쏟고야 말았다. 기쁨과 감격의 눈물이다. "이렇게 대단한 곳에서 제가 나온 영화를 본다는 게 참 신기하고 기뻤어요. 그 사실에 감동해 우는데, 끝나니 모두 일어서 기립박수까지 해주시는 거예요. 영화가 타인의 마음을 움직을 수 있구나, 라는 걸 그 때 처음 느꼈죠. 행복했어요."
'아사코1 & 아사코2'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첫 장편. 카라타가 열연한 아사코는 자기 감정에 솔직한 여자로, 똑같은 얼굴을 한 두 남자를 사랑하며 내적 갈등을 겪는다. "대본을 처음 읽을 때부터 '아, 굉장히 나랑 닮았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직감적으로 행동하고 거짓말이 없거든요. 그래서 감정이입하는 데 그리 어려움은 없었어요."
카라타는 2015년 후지 TV드라마 '사랑하는 사이'로 데뷔했다. 한국에선 LG전자 'V30' 광고 모델, 가수 나얼의 '기억의 빈자리' 뮤직비디오 등에 출연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고 있다. 그런 그가 일본 저 외곽 치바현 시골 출신이라는 사실은 의외라면 의외. "고교 2학년 때 목장 아르바이트를 하다 스카웃됐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패션잡지를 좋아했어요. 원래 꿈은 모델이었죠. 처음에 친구들은 다들 만류했어요. 그래도 전 무언가 더 넓고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소속사에 들어갔고, 연기 레슨을 받았고, 이렇게 배우가 된 거예요. 지금 돌이켜봐도 짧은 기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웃음)"
카라타는 한국의 배두나와 양익준 배우를 존경한다고 했다. 두 사람 대표작 '도희야'와 '똥파리'의 열렬한 팬이다. "자기 안의 무언가를 자연스럽게 끄집어내는 게 놀랍다"는 것이다. 이번에 칸을 방문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에도 언젠간 출연해보고 싶단다. "굉장한 팬이거든요, 그냥 상상만 해도 설레요!"
카라타는 생애 첫 영화로 칸 여우주연상이라는 기적까지 이룰 것인가. 수상 유무를 떠나 그가 언젠가 한일 양국을 오가는 대표 여배우가 되리란 사실은 자명해 보인다.
[칸 =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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