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현직 고위법관 "수사팀과 다른 의견 내린 검찰 간부에 직권남용 적용은 무리…보강수사 지시는 유죄 어렵다"
입력 2018-05-17 16:45 

매일경제신문이 17일 전직 대법관, 전·현직 법원장, 전·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고위 법조인 20명에게 긴급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팀의 뜻과 다른 의견을 내거나 지시를 내린 검찰 간부들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이 김우현 대검찰청 반부패부장(51·사법연수원22기)과 최종원 전 춘천지검장(현 서울남부지검장·58·21기)에 대해 주장하는 수사외압(직권남용) 혐의는 크게 두 갈래다. 춘천지검 수사팀이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보좌관을 불러 조사하는 것을 대검이 부당하게 막았고, 최홍집 전 강원랜드 사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를 조기에 종결하도록 무리한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A전직 법원장은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입은 피해가 확인돼야 하는데 이번 사안에 그런 점을 입증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권남용 혐의는 크게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경우로 나뉘는데 이 경우는 정당한 권리행사 방해를 주장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B법원장은 "현재의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의 모든 부장검사, 차장검사가 다 직권남용을 저지르고 있는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수사검사는 매우 공격적일 수밖에 없고 그 수사를 검토하고 바로잡는게 부장검사와 차장검사의 역할"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특히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기각했다고 경찰이 직권남용을 주장한다면 그게 맞는지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며 "지금 수사단의 주장은 억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법 부장 출신 C변호사는 "반드시 조사해야 하는 피의자를 소환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면 이는 직권을 남용해 수사를 방해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알려진대로 '보강수사를 하라'는 정도의 지시였다면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D고법 부장판사는 "공무원은 상급자의 지시가 명백히 죄가 되지 않는다면 따라야 하는데다 특히 검찰은 평검사-부장검사-차장검사-검사장 등 수직적인 위계에 따라 수사하는 만큼 정상적인 지휘로 볼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이 밖에 "판사 3명으로 구성된 법원 합의부에서 가장 선임인 재판장이 사건을 담당하는 주심 판사와 다른 결론을 내린다고 해서 이를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순 없을 것(전직 고법 부장 E씨)"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전직 고위 법관 F씨는 "적폐청산을 한다며 최근 수사기관이 직권남용 혐의를 전가의 보도처럼 남발하는 경향이 있는데 종전에는 흔한 죄명이 아니었다"며 "권한의 '남용'을 형사처벌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문무일 검찰총장(57·18기)이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민감한 현안에서 청와대와 의견 차이를 보여온 만큼 문 총장을 흔드는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며 "검찰을 둘러싸고 불필요한 논란이 확산되는 현 상황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수사단은 18일 자문단 심의 결과가 나온 뒤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같은 당 염동열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난달 11일 청구했으나 국회 체포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아 한 달 가까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지 않고 있다. 염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권 의원을 봐주기 수사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앞서 보좌관이 구속돼 있던 염 의원과 달리 권 의원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조사가 더 필요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날 '안미현 검사 기자회견 및 강원랜드 수사단 발표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안 검사의 무책임하고 근거없는 기자회견과 이어 나온 수사단의 발표가 진실을 덮고 사건을 여론수사·여론재판으로 변질시키는데 우려를 표한다"며 "수사단은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고 불리한 증거만 제출했다가 판사에게 발각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검사는 자신의 (부당한) 인사에 법사위원장인 제가 개입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부실한) 1차 수사에 대한 문책으로 법무부 장관의 특별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고 했다.
권 의원은 또 "'안 검사의 폭로로 비롯된 3차 강원랜드 수사의 배후는 참여연대와 민변' '최근 수사단에 파견된 한 검사가 무조건 구속시키라는 데 반발해 복귀했다'는 언론보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 의원은 2013년 11월 자신의 비서관이었던 김모 씨를 채용하도록 강원랜드에 청탁한 혐의(업무방해 등)를, 염 의원은 지역 보좌관인 박 모씨(46·구속기소)가 같은해 4월 "2차 교육생으로 21명을 채용해달라"고 최 전 사장에게 청탁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이현정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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