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에스티큐브·에이스테크…사모펀드가 찜했네
입력 2018-05-14 17:30 
코스닥벤처펀드가 출범 한 달 만에 2조원이 넘는 투자금을 빨아들이며 돌풍을 일으킨 가운데 발행시장이 덩달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4월 한 달간 전환사채(CB) 발행 물량이 연초 대비 3배 이상 폭증하면서 코스닥 벤처펀드를 위해 코스닥 구주와 신주를 의무 편입해야 하는 자산운용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액 자산가들이 주로 찾는 사모형 코스닥 벤처펀드가 편입하는 종목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모 운용사들은 일정 기간 펀드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으로 상품을 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장기 투자에 유리한 종목을 선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위험도가 큰 CB 발행 시장의 과열에 대해 경계하면서도 사모 펀드들이 매입한 전환사채 물량의 흐름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10일까지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발행된 전환사채(공시 기준)는 2조45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발행액 1조42억원에 비해 2배 이상 규모가 늘었다. 특히 4월 한 달 동안에만 코스닥 77개 상장사가 8192억원의 CB를 발행하겠다고 공시해 지난 1월 2300억원(31개사)에서 그 규모가 3배 이상 커졌다. 이달 기업공개(IPO) 물량 확보를 위해 의무 투자 대상을 주식 대신 메자닌으로 채우려는 공모와 사모펀드들이 많아지면서 발행 시장이 달아오른 영향이다.
CB는 일정 조건이 되면 발행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사채로서 이자 수익과 함께 주식 전환 이후 매매시장을 통해 차익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보통 3년 이상 폐쇄형 상품으로 코스닥벤처펀드를 운용하는 사모 운용사들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대한 리스크와 함께 성장성을 함께 고려해 CB 매입에 나선다.
특히 메자닌과 비상장 기업 투자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대형 사모 운용사들이 투자한 종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에스티큐브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과 라임자산운용 등 헤지펀드 업계 상위사들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달 25일 28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하겠다고 공시했는데, 이 중 타임폴리오가 90억원, 라임이 60억원의 물량을 매입했다. 실제 해당 공시가 나오자 에스티큐브의 주가는 20%가량 급등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지능형 로봇 관련 부품 제조와 산업용 렌즈 수입·유통을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바이오 부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에스티큐브가 보유하고 있는 'PD-L1' 항체는 지난해 중화권 라이선스 계약 진행과 함께 미국 암연구 학술지인 캔서셀(Cancer Cell)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번 CB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도 신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연구개발비와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의 임상시험 비용으로 쓸 계획이다.
지난 2일 25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하겠다고 공시한 에이스테크 역시 라임자산운용(120억원), 에이원자산운용(65억원), 플랫폼파트너스(30억원) 등 주요 사모 운용사의 선택을 고루 받았다. 이 회사는 통신 기지국 안테나, 모바일 안테나, 중계기 등 무선통신 사업과 방산·차량용 레이더 안테나 등을 제조한다. 증권업계에서는 하반기에 5세대(5G) 이동통신 관련 수주가 시작되고 나면 내년부터는 실적 개선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인쇄회로기판 장비 제조업체 크레아플래닛, 알루미늄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 코다코 등이 100억원 이상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각각 라임과 플랫폼파트너스가 물량을 전량 매입했고, 전기통신공사 업체 상지카일룸과 국내 유일의 산업용 가열로 기업 제이엔케이히터, 2차전지 조립공정 장비업체 엠플러스 등도 100억원 안팎의 CB를 발행해 사모 운용사에 물량을 넘겼다.
다만 이들 기업 중 대다수는 실적 측면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에스티큐브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다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에이스테크는 2년 연속 적자인 상태고, 크레아플래닛(-139억원)과 상지카일룸(-43억원) 등도 지난해 영업순손실을 기록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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