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작곡자, 가수 줄서서 저작권 유통 맡기는 회사
입력 2018-05-14 15:01  | 수정 2018-05-14 16:06
[재계 인사이드-114] 임창정의 '소주 한잔'. 많은 분들이 당장 이름만 대면 흥얼댈 수 있는 곡 중 하나지요. 2003년에 발매된 곡인데 지금도 라디오나 노래방에서 자주 들을 수 있을 만큼 사랑을 많이 받고 있고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불린 노래' 5위로 무려 515만6387회나 불렸다는군요.
흥미로운 건 이 곡의 저작권을 주식처럼 쪼개서 살 수 있다는 겁니다. 세계 최초 음악 저작권 공유 플랫폼 '뮤지코인' 덕분인데요.
원리는 이렇습니다. 음악 창작자가 저작권의 일부를 뮤지코인을 통해 공개를 합니다. 뮤지코인을 이를 개당 8000원에서 3만원대로 나눠 구매할 수 있게 합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느냐고요? 뮤지코인이 원작자를 찾아가 저작재산권의 일부를 양도받기로 합의를 봐서입니다. 이때 확보한 저작재산권은 저작권신탁사에 신탁하고 저작권신탁으로부터 분배 받은 저작권료를 투자자에게 매월 정산해준답니다.
여기서 눈길 끄는 건 저작권을 사갈 때 옥션(경매) 방식으로 설정했다는 겁니다. 인기곡인 경우 참여율이 높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옥션 시작가 대비 자연스럽게 최종 낙찰금액이 올라가면서 뮤지코인도 원작자도 좀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고요. 예를 들어 4개월 전 이선희의 '그 중에 그대를 만나'는 시작가가 1만원이었는데 팬들이 몰려들면서 최종 낙찰가가 10만원이 됐지요. 이처럼 옥션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최고 544%를 기록하기도 했답니다.

여기에 더해 눈길 끄는 건 저작권을 주식처럼 사고팔 수도 있게 한 겁니다. 이선희의 곡을 10만원에 산 사람이 있다 쳐요. 이 분이 그런데 심정의 변화가 생겨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고 싶어할 때 뮤지코인을 통해 주식처럼 팔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주식시장처럼 올려 받을 수도 내려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걸 대신 사가는 사람이 있기만 하다면요.
바비킴의 '가슴앓이'가 딱 그랬습니다. 옥션시작가 1만원에 산 사람이 최근 4만원에 매물로 내놨는데 이게 거래가 된 겁니다. 이 분은 수익률이 무려 300%였지요.
이런 식으로 음악저작권을 쪼개 사고 팔 수 있게 했더니 다양한 얘깃거리가 많이 나왔답니다. 지난해 7월 뮤지코인 출범 후 5월 중순까지 60여 곡이 시장에 나왔는데요. 누적 기준 투자하거나 거래한 건수는 1만2000건이 넘었다고 하네요. 그러다 보니 작사, 작곡가, 가수들이 앞다퉈 뮤지코인을 찾아와 매월, 매주 어떤 새로운 곡을 소개할까 오히려 고민할 정도가 됐다네요. 참 신통방통한 서비스다 싶어 누가 이런 걸 만들었나 수소문해봤습니다. 김지수 대표가 음악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지코인을, 뮤지코인의 저작권 투자사인 뮤지코인인베스트먼트는 정현경 대표가 이끄는 구도였습니다. 정현경 대표 이름이 낯이 익어 찾아봤더니 여성벤처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입니다.

정 대표는 1999년 온라인 교육 분야가 생소한 시점에 일찌감치 원격교육, e러닝 전문 서비스 업체 중앙ICS를 창업한 바 있습니다. 그덕에 정보통신부 장관상, 산업자원부 장관상은 물론 2016년에는 미래과학부 장관상(자랑스러운 여성 기업인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창업 성공 경험이 있는 그가 새롭게 눈여겨 본 건 콘텐츠와 저작권이었답니다.
"우연한 기회에 작사를 할 기회가 있었어요. 7곡 정도 되는데 저작권 수입이 발생하더군요. 5년 정도 받아보면서 느낀 건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겁니다. 보험이나 펀드 상품도 꾸준히 수익률이 나는 거래 패턴이 있으면 그걸 가지고 상품을 만들잖아요. 그런데 저는 금융 쪽은 전문성이 없는 편이라 외국계 은행 출신인 김지수 대표에게 이 모델이 사업화될 수 있을지 물어봤어요."
의뢰를 받은 김 대표는 약 1000곡을 검토해봤답니다. 그 결과 저작권도 상품이 되겠다 싶더랍니다. 그때부터 뮤지코인 플래폼은 김 대표가, 투자나 저작권 유치는 정 대표가 나눠 맡으며 지금의 서비스를 출범시켰다는군요.
여기서 질문.
저작권 수입이 매년 일정하고 또박또박 들어오면 굳이 왜 아티스트가 저작권 일부를 나눌까요.
정 대표는 "현재까지 저작권이라는 무형자산에는 시가가 존재하지 않았다. 뮤지코인에서 보유한 곡의 저작권 일부(20 ~ 50%)를 팬과 투자자들에게 공개하면 나머지 저작권에 대한 시가가 나름 형성되면서 어느 정도 가치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작업실 확장, 음반 작업 등 창작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이자나 상환 부담 없이 빠르게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작자의 호응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팬이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노래의 저작권료 주인이 되는 동시에 아티스트를 후원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라고 덧붙였습니다.
정 대표의 오랜 지인인 가수 박혜경 씨도 이런 플랫폼 사업에 관심이 많았는지 인터뷰 장소에 잠시 들렀습니다. 경제 관련 이슈만 다루다 실제 연예인을 만나니 기분이 또 색달랐습니다.
잠시 연예부 기자로 빙의해봅니다.

기자 : 아티스트로서 뮤지코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혜경 가수 : 창작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플랫폼이 탄생했다고 생각해요. 창작자의 저작권료 일부를 곡을 좋아하는 팬이나 투자자들과 공유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렇게 마련된 창작자금으로 창작자들이 원하는 활동을 좀 더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으니 너무 좋죠.
기자 : 실제 창작자들이 저작권 수입을 나누려 하나요?
박혜경 가수 : 그럴 수 있지요. 앨범 준비를 위해 목돈이 필요할 때도 있고 스튜디오 확장을 해야 할 때도 있는데 사실 예술가들에게 금융권에서 자금 조달하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거든요. 창작자금 마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요. 더불어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뮤지코인이 과거 곡을 새롭게 소개할 수 있는 프로모션 창구로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커요.
기자 : 뮤지코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박혜경 가수 : 후배가수 라디 씨가 뮤지코인을 통해 '음감회'란 이벤트를 했다고 들었어요. 이처럼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현경 대표 : 안 그래도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추억의 노래들이 사장되지 않게 재해석하고 또 후배들이 리메이크도 할 수 있게 뮤지코인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참고로 리메이크를 하면 원작자도 해당 아티스트도 수입 면에서 윈윈할 수 있거든요. 앞으로 더욱 노력할게요.

추신 : 그런데 늘 궁금한 건 세금인데요. 저작권을 취득하면 수입이 발생하잖아요. 이럴 때 세금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크게 저작권료 수입과 저작권 지분을 다른 투자자에게 판매할 때 발생하는 차익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두 수입 모두 세법 상 기타수입으로 분류되며 연간 기타수입이 300만원 이하이고 건 당 수입이 5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 세금이 부과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건당 수입이랑 1개의 저작권에서 발생하는 수입을 의미하는데요. 저작권료의 경우 매달 정산될 때를 한 건으로 보고 판매 시 1개의 저작권 판매 시 차익을 한 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 대표의 설명입니다. 소액 투자 정도로 쏠쏠한 수익을 올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손은 이미 해당 사이트를 검색하고 있네요. 후후.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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