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조력자살)를 결심한 호주 최고령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104세) 박사가 10일(현지시간)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구달 박사는 이날 오후 12시 30분께 스위스 바젤의 라이프 사이클 클리닉이라는 기관에서 진정제와 신경안정제 등을 투여 받고 생을 마쳤다. 스위스는 안락사를 허용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저명한 생태학자인 구달 박사는 안락사를 금지하는 호주의 법을 피해 지난 2일 스위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달 박사는 9일 취재진들 앞에서 "더는 삶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 내일 삶을 끝낼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 의료진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5년, 10년 전부터 삶이 즐겁지 않았다. 움직이는 게 불편해지고 시력이 나빠진 것도 일부 원인이다"며 "내 삶은 야외 활동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는데 지금은 밖에 나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 생태학자답게 "숲으로 다시 걸어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새소리를 여전히 즐길 수 있지만 나빠지는 시력이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구달 박사는 올해 초부터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의사를 밝혀왔지만 호주 내 안락사 금지법으로 인해 실패했다.
호주는 빅토리아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안락사를 금지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문혜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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