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걸린 신흥국펀드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본이 이탈할 수 있다는 6월 위기설이 고조되면서 신흥국 금융 시장이 시계제로 상황에 놓였다. 연초 이후 랠리를 펼쳤던 신흥국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어 투자가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비과세 일몰을 앞두고 해외 주식형 펀드가 폭발적으로 팔려나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의 '내리는 소나기는 피해야 한다'는 눈치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9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마이너스 수익률로 고전했던 유럽과 일본, 북미 등 선진국 펀드의 수익률이 반등에 성공한 반면 중남미와 신흥 아시아, 신흥 유럽까지 신흥국 펀드들의 위기감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국내 설정된 주요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에 급제동이 걸렸다. 최근 6개월간 2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보였던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펀드는 최근 1개월 수익률이 -10.44%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연금베트남그로스펀드와 한국투자KINDEX베트남VNETF 역시 10%를 상회하는 손실률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 설정된 15개 베트남 펀드는 모두 같은 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쾌속 순항하던 베트남 펀드의 부진은 고점 논란과 함께 베트남 증시가 낙폭을 키워가며 시작됐다. 지난달 9일 1204.33으로 전고점을 돌파했던 베트남 VN지수는 한 달 만에 11% 이상 폭락했다. 에너지 업종은 30%가 웃도는 하락률을 보였고, 부동산과 금융주도 10% 이상의 하락률을 보이며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서민웅 신한금융투자연구원은 "연초부터 진행된 랠리로 높아진 상승 피로감에 차익실현 압력이 커지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2007년 발생했던 베트남 증시 급락사태를 들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당시 베트남 증시는 1100선 수준에서 최고점을 찍은 뒤 고꾸라져 235선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국영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버블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리면서 그 여파를 증시가 고스란히 받았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베트남의 성장동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단기적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보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금리 상승과 무역갈등에도 견조히 상승세를 보였지만 높은 밸류에이션과 수급 불균형 가능성이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VN지수는 장기 성장 가능성은 보유하고 있으나 추가 상승재료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한동안은 상승을 하더라도 반등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펀드와 러시아 펀드 역시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힘을 못 쓰는 상황이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올해 고점 대비 6%가량 떨어진 채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고, 러시아RTS지수 역시 15%에 육박하는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천연가스와 철광석 등 대표적인 원자재 수출국으로 유가 상승세를 등에 업을 수도 있지만 지수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중이다.
러시아는 시리아를 둘러싸고 미국의 신규 추가 제재 가능성이 우려되는 데다 루블화 약세가 이어지는 점이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유가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고 경제 성장률이 여전이 1% 후반대 도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기에 투자에 나서기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최 연구원은 "시리아 내전에 서방국가와 미국의 개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에 따른 추가 제재 가능성은 여전히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며 "주요 섹터 대표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여전히 긍정적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재선으로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끝나 장기적으로 투자 심리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질 역시 달러 강세와 3%대의 높은 미국 금리라는 외부 변수에 투자심리가 악화하고 있지만 오는 10월 대선 이후 연금 개혁안 등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들이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흔들리는 신흥국 증시가 부담스러운 투자자라면 일본과 유럽 등 최근 반등에 성공한 선진국 펀드로 눈길을 돌려볼 만하다. 일본 펀드는 1분기 -4.5%의 손실을 내면서 시장 평균을 하회했지만 최근 1개월 동안은 1.49%의 수익률을 올리며 되살아나고 있다. 유럽 펀드 역시 1분기 -3.7%의 손실률에서 벗어나 같은 기간 3%를 웃도는 수익률을 보이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투자가 본격화할 경우 경제 전체로 온기가 퍼져갈 수 있다는 점이 호재 요인으로 꼽힌다. 이대원 한국투신운용 글로벌운용 팀장은 "일본 증시가 2014년부터 조정 없이 너무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잠시 조정에 들어간 이후 반등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림픽이라는 부양정책도 남아 있어 지금부터 변동성은 커질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좋게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펀드 역시 유로화 강세 압력 약화와 미국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2분기에는 경기 개선이 기대된다는 관측이 힘을 받는다.
개별 펀드로 한국투자KINDEX일본레버리지ETF는 최근 1개월 동안 5.55%의 수익률을 보여 일본 펀드 중 수익률이 가장 좋았고, KBKBSTAR일본TOPIX레버리지ETF(5.48%), 신한BNPP일본인덱스펀드(4.05%)가 뒤를 이었다. 유럽 펀드 중에서는 ABL알리안츠유럽배당증권펀드(5.55%)와 피델리티유럽펀드(4.52%) 등의 성과가 돋보였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본이 이탈할 수 있다는 6월 위기설이 고조되면서 신흥국 금융 시장이 시계제로 상황에 놓였다. 연초 이후 랠리를 펼쳤던 신흥국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어 투자가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비과세 일몰을 앞두고 해외 주식형 펀드가 폭발적으로 팔려나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의 '내리는 소나기는 피해야 한다'는 눈치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9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마이너스 수익률로 고전했던 유럽과 일본, 북미 등 선진국 펀드의 수익률이 반등에 성공한 반면 중남미와 신흥 아시아, 신흥 유럽까지 신흥국 펀드들의 위기감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국내 설정된 주요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에 급제동이 걸렸다. 최근 6개월간 2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보였던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펀드는 최근 1개월 수익률이 -10.44%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연금베트남그로스펀드와 한국투자KINDEX베트남VNETF 역시 10%를 상회하는 손실률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 설정된 15개 베트남 펀드는 모두 같은 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쾌속 순항하던 베트남 펀드의 부진은 고점 논란과 함께 베트남 증시가 낙폭을 키워가며 시작됐다. 지난달 9일 1204.33으로 전고점을 돌파했던 베트남 VN지수는 한 달 만에 11% 이상 폭락했다. 에너지 업종은 30%가 웃도는 하락률을 보였고, 부동산과 금융주도 10% 이상의 하락률을 보이며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서민웅 신한금융투자연구원은 "연초부터 진행된 랠리로 높아진 상승 피로감에 차익실현 압력이 커지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2007년 발생했던 베트남 증시 급락사태를 들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당시 베트남 증시는 1100선 수준에서 최고점을 찍은 뒤 고꾸라져 235선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국영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버블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리면서 그 여파를 증시가 고스란히 받았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베트남의 성장동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단기적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보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금리 상승과 무역갈등에도 견조히 상승세를 보였지만 높은 밸류에이션과 수급 불균형 가능성이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VN지수는 장기 성장 가능성은 보유하고 있으나 추가 상승재료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한동안은 상승을 하더라도 반등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펀드와 러시아 펀드 역시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힘을 못 쓰는 상황이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올해 고점 대비 6%가량 떨어진 채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고, 러시아RTS지수 역시 15%에 육박하는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천연가스와 철광석 등 대표적인 원자재 수출국으로 유가 상승세를 등에 업을 수도 있지만 지수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중이다.
러시아는 시리아를 둘러싸고 미국의 신규 추가 제재 가능성이 우려되는 데다 루블화 약세가 이어지는 점이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유가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고 경제 성장률이 여전이 1% 후반대 도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기에 투자에 나서기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최 연구원은 "시리아 내전에 서방국가와 미국의 개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에 따른 추가 제재 가능성은 여전히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며 "주요 섹터 대표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여전히 긍정적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재선으로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끝나 장기적으로 투자 심리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질 역시 달러 강세와 3%대의 높은 미국 금리라는 외부 변수에 투자심리가 악화하고 있지만 오는 10월 대선 이후 연금 개혁안 등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들이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흔들리는 신흥국 증시가 부담스러운 투자자라면 일본과 유럽 등 최근 반등에 성공한 선진국 펀드로 눈길을 돌려볼 만하다. 일본 펀드는 1분기 -4.5%의 손실을 내면서 시장 평균을 하회했지만 최근 1개월 동안은 1.49%의 수익률을 올리며 되살아나고 있다. 유럽 펀드 역시 1분기 -3.7%의 손실률에서 벗어나 같은 기간 3%를 웃도는 수익률을 보이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투자가 본격화할 경우 경제 전체로 온기가 퍼져갈 수 있다는 점이 호재 요인으로 꼽힌다. 이대원 한국투신운용 글로벌운용 팀장은 "일본 증시가 2014년부터 조정 없이 너무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잠시 조정에 들어간 이후 반등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림픽이라는 부양정책도 남아 있어 지금부터 변동성은 커질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좋게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펀드 역시 유로화 강세 압력 약화와 미국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2분기에는 경기 개선이 기대된다는 관측이 힘을 받는다.
개별 펀드로 한국투자KINDEX일본레버리지ETF는 최근 1개월 동안 5.55%의 수익률을 보여 일본 펀드 중 수익률이 가장 좋았고, KBKBSTAR일본TOPIX레버리지ETF(5.48%), 신한BNPP일본인덱스펀드(4.05%)가 뒤를 이었다. 유럽 펀드 중에서는 ABL알리안츠유럽배당증권펀드(5.55%)와 피델리티유럽펀드(4.52%) 등의 성과가 돋보였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