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피부과에서 발생한 '집단 패혈증' 사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에게 사용된 프로포폴 주사제가 상온에서 약 60시간 방치된 것으로 드러나 이번 사고가 인재(人災)로 판단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 역시 주사제 오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9일 해당 병원 원장 박 모씨(43)와 간호조무사, 피부관리사 등 10명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한 결과 지난 4일부터 사고 당일인 7일까지 약 60시간동안 프로포폴 주사제가 상온에 방치됐었다는 공통된 진술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경찰과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8일 환자들의 감염 경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병원 주사실에서 프로포폴이 담긴 주사기와 포장이 뜯긴 앰플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면마취에 주로 이용되는 프로포폴은 상온에 두면 빠르게 부패할 가능성이 높아 냉장보관을 해야 한다. 만약 프로포폴이 담긴 제품 포장을 뜯은 채 상온에 보관했다면 각종 세균에 오염돼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질본은 주사기에 담긴 주사제가 오염됐을 것으로 추정하며 환자와 병원 내 주사기 등 검체를 검사 중이다.
한편 질본은 사고 당일 병원을 방문한 환자 29명 전원을 대상으로 원인 규명을 위한 역학조사에 착수하겠다고 9일 밝혔다.
당일 내원한 29명 중 21명이 프로포폴을 투여받았고 이 중 한 명을 제외한 전원이 현재 어지려움, 혈압 저하, 발열 등 증세를 호소했다.
질본 관계자는 "현재까지 감염 또는 기타 사고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 중이며, 미생물 검사를 계속 진행하면서 신고일 이전 진료자 조사, 입원환자 경과 관찰 및 추가 환자 발생 감시 등 관계기관과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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