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행정소송가면 삼성 승소할 수도"
입력 2018-05-07 18:04 
◆ 삼성바이오로직스 후폭풍 ◆
"회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국제회계기준(IFRS)을 따랐다는 데 동의할 겁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를 4조8000억원대로 '뻥튀기'한 게 문제라면, 이 같은 평가의 근거를 제공한 회계법인 보고서부터 문제 삼아야 할 것입니다."
IFRS 전문가인 신현걸 건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삼성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라 회계사기(분식회계)를 입증할 객관적 근거가 부족함을 지적하는 것"이라며 "행정소송까지 갈 경우 삼성이 승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국내 회계제도가 IFRS로 바뀌던 2010년대 초반 금융감독원에서 회계심의위원과 회계제도실 자문교수를 역임한 전문가다. 교수가 되기 전 1985년부터 2001년까지 한영회계법인과 삼덕회계법인 등에서 공인회계사로 일하고, 관련 교과서도 다수 편찬해 금융당국과 현장 사정에 두루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교수는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한 건 회계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의 상식으로는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91.2%나 들고 있던 삼성바이오가 '실질적 지배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게 이해가 안 될지 모른다"며 "그러나 기업회계기준서 1110호는 지배력을 판단할 때 눈에 보이는 지분율뿐만 아니라 잠재적 의결권까지 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이오젠이 실제 콜옵션(50%-1주의 지분 취득 권리)을 행사하기 전이라도 콜옵션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충분한 사정 변경이 있다면 회계 처리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의 2012년 합작 계약서에 기재된 주총 보통결의 요건이 과반수가 아닌 '52%'라는 점도 강조했다.
신 교수는 "만약 바이오젠이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늘리더라도 50%+1주를 가진 삼성이 여전히 경영권을 쥐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며 "그러나 주총 보통결의 요건을 52%로 삼은 건 어느 한쪽이 독주할 수 없도록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이 서로 손발을 묶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 수도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이 동수로 지명하도록 했기 때문에 한 쪽이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못하는 '공동 지배'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 같은 공동 지배가 예상되는데도 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회계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과연 2015년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할 만한 사정 변경이 있었는지다.
그는 "2015년 회계법인의 바이오에피스 지분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젠이 가진 콜옵션은 행사가격보다 지분가치가 높은 '내가격(in the money)' 상태로 바뀐다"며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경제적 이득이 발생하기에 행사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바이오젠이 △2015년 2월 그동안 단 한번도 참여한 적 없었던 바이오에피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2015년 말 미국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재무보고서(10-K)에서 바이오에피스를 처음 언급하며 긍정적 리포트를 냈다는 것도 근거로 들었다. 안진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 상장을 앞두고 2015년 말 기준 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5조2726억원으로 평가한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 기준에 따라 91.2%의 지분가치가 단숨에 4조8800억원대에 이르게 됐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바이오에피스 지분에 값을 매길 마땅한 기준이 없었다.
남은 의문은 과연 이 같은 5조원대 평가가 '기업가치 부풀리기'에 해당하는지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제약·바이오 기업 평가에 주로 도입하는 DCF 방식은 확정되지 않은 여러 가정과 추정한 미래 현금 흐름을 반영하기 때문에 10개 기관에 평가를 의뢰하면 10개의 평가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안진회계법인이 5조2000억원대, 이듬해 한영회계법인이 5조4000억원대로 평가하고, 담당 외부감사인인 삼정까지 문제 없다고 봤던 이 기업가치를 이제와서 '뻥튀기'라고 모두 부인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5조원대가 과하다는 의심만으로 섣불리 회계법인까지 사기에 공모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윤진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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