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목소리 커진 국민연금…10곳중 6곳 주총서 `No`
입력 2018-05-07 17:55 
올해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상장사 10곳 중 6곳은 한 건 이상의 안건에서 국민연금의 반대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둔 국민연금이 올해 상장사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결권 행사 비중을 크게 늘린 탓이다. 특히 이사와 감사 선임 안건과 이들의 보수 한도액 승인 안건에 국민연금의 반대가 집중됐다.
7일 매일경제가 올해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행사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상장사 361곳에서 국민연금의 반대표가 행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올해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이 569개사인 점을 감안하면 10곳 중 6곳(63.4%)에서 반대표 행사가 있었던 셈이다.
개별 안건별로도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은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3113건의 상장사 주총 안건 중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은 564건(18.11%)으로 최근 5년 사이 최대치다.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은 2014년 9.05%(2775건 중 251건 반대)로 4년 만에 반대 의결권 행사 건수와 비율이 2배 이상 증가했다. 12.87%의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을 보인 지난해에 비해서도 반대 의결권 행사 건수는 200건 가까이 급증했다. 이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방침을 천명하면서 나온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국민연금은 올해 3월 주총이 본격적으로 개시되기 전 의결권 행사 지침을 개정해 반대 의결권 행사 근거를 세분화하기도 했다.
저배당 기업의 재무제표와 이사·감사 선임에 반대 의결권 행사를 연계할 수 있는 규정을 명문화하는가 하면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소홀, 지분·거래·경쟁 관계 상근 임직원에 대한 이사 선임을 배제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 국민연금은 올해 10곳의 기업을 과소 배당 기업으로 꼽아 재무제표 승인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개별 사유로는 이사·감사의 보수와 관련한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이 이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사와 감사 보수에 대한 반대 의결권 행사는 2014년 2.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1.5%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는 45.4%(256건)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경영 성과 대비 이사와 감사 등 임원 보수 한도가 과다하다는 이유로 국민연금으로부터 보수 한도액 승인에 퇴짜를 맞은 곳만 221개에 달했다.
이사와 감사 선임건에 대한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은 예년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국민연금이 선임을 반대한 임원에는 오너 일가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국민연금은 조현준 효성 회장과 조현상 사장에 대해 각각 과도한 겸임과 주주가치 훼손 이력을 이유로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신동빈 롯데 회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도 국민연금이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대해 시장 평가는 다소 엇갈리고 있다. 주주로서 해야 할 적절한 감시의 역할이라는 긍정론과 함께 지나친 경영 간섭이며, 개별 기업의 의결권을 일일이 다 들여다보기에는 연기금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기업의 경영 환경을 투명화해 주주의 장기적인 수익률에 기여할 수 있다"며 "의결권 행사에만 국한하지 말고 주주 제안이나 레터 발송 등으로 주주권 행사 방식을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기업의 개별 안건에 대해 전문성이 없는 연기금이 무작정 반대만 한다고 해서 기업의 투명성이 제고될지는 의문"이라며 "연기금의 의사 결정 구조를 고려하면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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