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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 `스모크`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시인 이상을 이해하고 싶다면
입력 2018-05-05 07:0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신영은 기자]
시인 이상에게 가장 어울리는 수식어는 단연 천재다. 이상은 한국 근대문학사가 낳은 불세출의 시인이다. 그러나 27년의 짧은 인생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라 스스로를 불렀던 시인 이상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에 절망했고, 거울 속 자신과 끊임없이 싸웠다. 그리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고 다시금 날아보려고 한다.
뮤지컬 스모크는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천재 시인으로 평가 받는 이상 시인의 작품 오감도 제 15호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작품. 극작가 추정화가 연출한 창작뮤지컬이다.
이상은 1932년 조선중앙일보에 30회 기획으로 연재를 시작한다. 13인의아해가도로를질주하오라는 구절로 익히 알려진 오감도는 연재 후 곧바로 논란의 대상이 됐고, 빗발치는 독자들의 항의로 결국 15회만에 연재를 중단하게 된다.
여기에 악화되는 건강. 시인 이상의 심신은 쇠약해질 수 밖에 없었을 터. 뮤지컬 스모크는 시대를 앞서나갔지만 비운의 천재에 대한 이야기를 초, 해, 홍이라는 세 명의 인물들을 내세워 풀어나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 해, 홍은 모두 시인 이상이다.
바다로 가는 마지막 티켓을 얻기 위해 해는 초의 부추김에 결국 홍을 납치한다. 해는 결국 초와 홍이 분리된 자신의 부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참지 못한 해의 고통이 결국 초와 홍을 만들어냈던 것.
해는 끊임없이 "세상에 대한 사표 쓰기", 즉 삶을 끝내고 싶어하지만 결국 끝까지 자신의 삶을 살아낸다. 그리곤 클로징 넘버 날개를 통해 "날아, 날아보자 한번만 더"라고 희망을 노래한다.
초, 해, 홍 역을 맡은 세 명의 배우는 각자의 입장에서 관객들에게 시인 이상을 이해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초 역의 임병근은 러닝타임 내 감정을 터뜨리며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의 삶에 절망한다. 해 역으로 국내 뮤지컬에 처음 도전한 황찬성은 가장 순수한 시인 이상의 핵심을 가볍거나 무겁지 않게 연기해낸다. 여기에 홍 역을 맡은 김소향은 초와 홍 사이의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지도록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음악과 무대 연출 역시 시인 이상을 이해하기 쉽게 바뀌었다. 거울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진짜 거울을 무대 위에 놓기보단 무대를 반원형으로 감싸는 돔 형태의 반투명 은막을 이용해 더욱 극적인 긴장감을 높인다. 여기에 이상의 시를 때론 강렬하게, 때론 가슴 아프게 전달하는 피아노 선율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극 중간 무대 중앙 천장에서 쏘아져 내려오는 레이저 거울은 극적이다 못해 성스럽기까지하다.
초(超)역에 김재범, 김종구, 김경수, 임병근, 해(海) 역에 박한근, 황찬성, 윤소호, 강은일, 홍(紅) 역에 김소향, 정연, 유주혜가 출연한다. 스모크는 7월 15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된다.
shiny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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