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 모씨(49·구속기소)가 주도한 네이버 댓글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가 4일 경찰에 출석해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전 9시 52분께 서울지방경찰청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김 후보는 자신의 결백을 드러내려는 듯 당당한 자세로 포토라인 앞까지 걸어서 등장했다. 같은당 강훈식, 제윤경 원내대변인과 기동민·황희 의원도 동행했다.
김 후보는 질문하려는 기자에게 "먼저 좀 말씀을 드릴까요"라고 제지한 뒤 이번 조사에 임하는 의지를 표명했다. 김 후보는 "그동안 여러 차례 신속한 수사를 요구했다"면서 "분명하게 설명할 것은 설명하고 충분하게 정확하게 소명할 것은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특검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조사도 응하겠다고 밝혀왔다"면서 "주어진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원내대표가 단식 투쟁에 나서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불만도 숨기지 않았다. 김 후보는 "(한국당이) 심각한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추경 예산안도 팽개치고 남북한 정상이 어렵게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마저 거절한 채 무조건 노숙농성을 펼치는 것은 국민에게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라며 "정당으로서 국민 앞에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후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으로 드루킹이 인사 청탁을 의뢰한 변호사 윤 모씨(61)와 도 모씨(46) 관련 내용과 댓글 조작 사실 인지 여부 등을 질문했으나 "여러차례 밝혔다"며 짧게 답한채 조사실로 들어갔다.
경찰은 김 후보를 상대로 지금까지 제기돼온 의혹들을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김 후보가 드루킹과 지난해 대선 이전부터 기사 인터넷 주소를 주고받고 홍보를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 두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수사했다. 윤씨·도씨 등 드루킹의 인사청탁과 김 후보가 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한 모씨(49)와 드루킹의 최측근 김 모씨(49·필명 '성원')간에 오간 현금 500만원 등에도 김 의원이 연루돼 있는지 조사했다.
김 후보가 소환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온 수사에 속도가 더해질지 주목된다. 지금까지 경찰은 김 후보와 드루킹 일당의 관계 규명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고자 김 후보에 대한 통신 및 계좌추적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소명 부족 등을 이유로 기각하자 우선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실시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이날 한씨와 성원을 추가로 소환 조사해 대질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1차 조사에서 한씨가 "(성원이) 편하게 쓰라고 해서 받았다"는 취지로 금품수수 사실은 인정했으나 돈의 성격 규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추가 소환했다.
이날 오후 1시께 경찰에 출석한 한씨는 성원이 준 현금이 대가성임을 암시했냐는 질문에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김 후보의 경찰 출석을 앞두고 경찰청 밖에서는 김 후보 지지자들과 특검 주장 단체가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보수단체 모임 대한민국애국수사팀은 이른 아침부터 도로 곳곳에 플래카드를 붙이고 확성기를 사용해 김 후보 수사를 철저히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맞서 약 10명의 지지자들은 김 후보가 경찰청에 모습을 드러내자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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