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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성공신화 김소희 대표 `스타일난다` 경영 손뗀 까닭은
입력 2018-05-03 17:49  | 수정 2018-05-03 20:28
김소희 스타일난다 대표(사진)가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에 회사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김 대표는 지분을 일부 남겨 회사를 매각한 뒤에도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방침이었는데 막판에 계획을 바꿨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김 대표의 경영 참여에 부담을 느낀 로레알이 지분 전량 인수를 추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3일 로레알은 브랜드 스타일난다를 운영하고 있는 난다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로레알이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각가는 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분 100%를 보유한 김 대표는 애초 지분을 70% 정도만 매각하려 했다. 하지만 로레알 측이 지분 전량 인수를 강력하게 원해 김 대표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일난다 매각 주간사인 UBS 관계자는 "로레알에서 지분 100% 인수를 강하게 주장했다"고 말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혈혈단신으로 스타일난다를 키운 김소희 대표 입장에선 회사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로레알 측이 김 대표의 경영 참여를 부담스러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IB 업계에선 김 대표의 경영 참여가 스타일난다 매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새로운 주인이 들어온 상황에서 기존 주인이 버티고 있으면 내분이 생길 위험이 있고, 회사 시스템 변화가 더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는 "다국적기업이 회사의 새 주인이 된 만큼 로레알은 스타일난다의 경영방식을 바꾸는 등 혁신 방안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혁신을 위해서 기존 인물을 교체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타일난다는 의류 도매업체에서 상품을 매입해 파는 식으로 오랫동안 회사를 운영했기 때문에 재무 시스템 등 개선해야 할 부분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레알이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 방식을 뜯어고치기 위해 김 대표의 경영 배제를 매각 조건으로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다만 김 대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회사에 남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인수 후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기적인 방책일 뿐 향후 더 이상 경영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2004년 설립된 스타일난다는 동대문에서 '보세' 옷을 떼다 팔기 시작해 화장품과 인테리어 등으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지난해 매출은 1억2700만유로(약 1637억원)에 달했다. 로레알은 스타일난다 인수를 통해 중국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스타일난다의 색조 화장품 브랜드인 쓰리컨셉아이즈(3CE)는 유커들이 선호하는 화장품 브랜드 1위에 오르는 등 K뷰티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박은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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