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최저임금 인상後] ② 다 오른 외식 물가…`셀프 퇴식` 도입 등 서비스 질은 떨어져
입력 2018-05-03 10:27  | 수정 2018-05-03 11:43

# 직장인 A(43·구로구 거주)씨는 최근 뷔페집에서 다 먹은 접시를 몇 번이나 스스로 치워야했다. 포크와 나이프 등 식기 세팅부터 다 먹은 접시를 퇴식구에 손님이 가져다 놓는 이른바 '셀프(self)퇴식'을 도입한 식당이어서다.
A씨는 "예전 같으면 직원들이 알아서 해주던 일을 직접 하려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며 "같은 돈 지불하고 서비스를 덜 받는다는 느낌이 확실히 크다"고 말했다.
#주부 B(36·마포구 거주)씨는 김밥집에서 포장 주문을 하고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때마침 점심 시간이라 홀에 있는 손님들의 주문까지 밀렸기 때문이다. 홀 서빙 하랴 김밥 싸랴 바쁜 직원들 모습에 별 다른 불평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평소보다 10분 이상 더 기다려야 했던 B씨는 가격 인상 후 오히려 부족해진 인력 탓에 서비스 질은 떨어졌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최저임금 인상 후 이미 오를대로 오른 물가와 달리 서비스 질은 떨어지면서 소비자들 사이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는 모습이다.

김밥·자장면·치킨 등 일제히 오른 외식 물가
올해 최저임금 인상 후 서민물가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치킨부터 김밥·자장면은 물론 커피·햄버거, 분식류 등 외식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6% 뛰었다. 특히 최저임금 영향이 큰 외식비가 2.7% 오르며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구내식당 식사비는 3.7%, 생선회(외식)는 5.4%, 김밥은 4.9%, 갈비탕은 6.3% 올랐다.
실제로 김밥 프랜차이즈인 김가네의 경우 지난달 3일부터 메뉴 가격을 평균 10% 가량 올렸다. 가장 저렴한 김가네김밥은 3000원에서 3200원으로, 인기 제품인 참치마요김밥과 멸치견과류 김밥은 3500원에서 3800원으로 각각 올랐다.
역대 최대인 16.4%의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물가 인상이 도미노처럼 외식업계에 번졌다. 맥도날드, 롯데리아, KFC, 버거킹 등 버거 브랜드를 비롯해 커피빈, 놀부부대찌개, 신선설농탕 등 유명 프랜차이즈들도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가격 인상이 부담된 업체들 사이 배달료를 추가로 받는 '꼼수'가 등장하기도 했다.
교촌치킨은 이달부터 배달료를 2000원 추가해서 받는다. '교촌오리지날'의 경우 가격은 기존 그대로(1만5000원)지만, 배달비가 추가돼 1만7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치킨값은 변함이 없지만 소비자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13% 가격이 오른 셈이다.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무나 콜라 등 치킨에 포함됐던 무료 증정품을 유료로 전환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프랜차이즈의 균일가 정책 역시 무너뜨렸다. 정부 눈치로 본사가 제품 가격 인상을 미루면서 참다못한 가맹점주들이 자체적으로 제품 가격을 올리기 시작한 것. 이에 따라 같은 프랜차이즈임에도 불구하고 점포별 가격차가 2000원까지 나기도 한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외식업체 300곳 중 24%가 전년 대비 10% 안팎으로 가격을 올렸다. 향후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업체만 78.6%에 달해 외식물가 부담은 날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외식 물가가 오른 데에는 최저임금 뿐 아니라 임대료와 원가 상승 등 3가지 요인이 다 작용한다"며 "그러나 전부 인상만 되고 있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분명 기업이 영업이익률 하락을 조금만 감내하면 소화할 수 있는 부분인데 최저임금 인상 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각종 프랜차이즈의 경우 점주들의 악화된 사업 환경을 감안해 본사에서 가맹부담금을 낮추는 식의 다양한 경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셀프 퇴식에 손 덜가는 조리법 개발…"인건비 부담에 따른 고육지책"
외식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가격 인상이나 서비스 인력 등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최저 임금 적용 후 경영상태가 악화됐다고 응답한 사업자는 77.5%로 조사됐으며, 80.4%는 앞으로 업소 수익이 더 안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비상이 걸린 외식 물가 뿐 아니라 임금 인상으로 인력이 오히려 줄어들면서 '서비스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 비운 접시를 손님 스스로 치우는 '셀프 퇴식' 뷔페의 등장이 한 사례다. '셀프 퇴식' 음식점들은 매출 감소를 일으키는 가격 인상을 피하는 대신 인건비를 줄이면서 서비스 품질 저하와 소비자들 사이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최근 홀서빙 인력을 기존 5명에서 3명으로 줄인 C레스토랑(서울 강남구 위치)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탓에 부득이하게 내린 결정"이라며 "최대한 기존 서비스와 다르지 않도록 애쓰고는 있지만, 손님이 부르기 전 먼저 부족한 물을 채워주거나 식기를 떨어뜨리면 즉시 가져다 주는 등 발빠른 고객 서비스에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빙 뿐만 아니다. 일부 다이닝 레스토랑에서는 인건비 부담에 조리법을 아예 단순화하기로 했다. 주방 보조 인력을 최소화하면서 손이 덜 가는 음식 위주로 메뉴를 꾸리겠다는 것이다.
D다이닝 레스토랑 관계자는 "가게 문을 열기 전 식재료를 다듬거나 주방을 청소하는 인력 모두 최저임금 영향을 받기 때문에 레스토랑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주방 보조 인력을 최소화 해 신메뉴 개발시 조리 과정을 단순화하는 것을 쉐프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음식의 깊은 맛은 시간 싸움인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맛의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며 "결국 소비자 입장에선 같은 값을 지불하고 기존보다 낮은 수준의 고객 서비스를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 배윤경 기자 /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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