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법 못찾는 구룡마을 (下)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1107가구 규모의 판자촌 구룡마을 개발과 보상 문제를 둘러싼 이해당사자들 입장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한 치의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000명이 넘는 거주민과 서울시뿐만 아니라 192명에 달하는 토지주와 구룡마을 개발 추진 주체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주무관청인 강남구청까지 포함하면 최소 5개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집단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도돌이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주 대책 대상의 조건인 1989년 이전 거주 여부를 증명하지 못해 쫓겨날 위기에 처한 거주민들은 최소한 임대 후 분양전환 등의 방식으로 주거권을 확보해줄 것을 요구하며 협상 테이블조차 거부한 상태다.
이강일 주민자치회 회장은 "임대주택으로 이주할 경우 수입 전부를 임차료 내는 데 써야 한다"며 "사실상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져 삶이 망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지주 역시 현재 지가에 걸맞은 적정 수준의 보상 원칙을 강조하며 민영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불법 거주자에 대한 분양권 부여 선례를 만들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강맹훈 서울시 재생정책기획관은 "서울시가 수용과 환지를 혼용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은 공영개발 원칙하에서 진행된 것이지 민영 방식을 채택한 것이 아니다"며 "일관된 원칙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룡마을 거주민 보상을 담당하고 있는 SH공사 관계자는 "구룡마을 집들이 1989년 이전에 지어졌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 건축물에 준한 보상을 해줄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당사자 간 대립으로 구룡마을은 상당 기간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서울 부동산 가격 불안 요인 중 하나로 강남권 공급 부족이 꼽히면서 구룡마을 개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SH공사의 구룡마을 개발계획에 따르면 27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재탄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해당사자 간 자발적 문제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현재 당사자 간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진 만큼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재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어렵겠지만 국토교통부가 직접 이들 이해관계를 조율한다면 타개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충원 강남대 부동산건설학부 교수는 "절충점을 찾아서 운영해야 하는데 묘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이해관계를 조율할 핵심 중재자를 누가 맡을지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결 방법에 대한 입장 차가 선명하게 갈려 절충안을 논의하기 이전에 누가 그 문제를 해결할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당사자 간 협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원만한 조율을 위한 핵심 역할을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강력한 정책 결정권을 가진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게 가장 빠른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택지 개발 필요의 당위성을 갖고 있는 국토부가 이 문제에 대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발이라도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구룡마을에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투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서 교수는 "국토부가 적극 나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며 "알짜 용지에 민간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수요가 충분하고 다각도로 효용성도 클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부는 5년 안에 공적주택 100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지만 주택 공급이 부족한 서울 내에선 입지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룡마을이 여기에 포함된다면 정부는 숨통이 트이고 서울 강남에서 '소셜믹스'가 실현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특히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장기간 정체된 재개발 사업에 돌파구를 마련해주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최근 인천 숭의3지구 등 5곳이 후보지로 선정됐는데, 이곳의 시행자는 기존 주민의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재정착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도 포함했다.
정부가 개입하기 어렵다면 결국 서울시의 결단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서 교수는 "수용과 환지를 접목시킨 혼용 개발 방식이라는 절충안은 이미 나와 있다"며 "결국 서울시가 전문가와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면서 문제 해결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기 서울시의원은 "공영개발 원칙을 정한 만큼 주민을 설득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며 "거주민이 요구하는 분양권 자격 요건인 1989년 이전 주거 여부에 대한 조사 역시 서울시밖에 할 수 없는 만큼 유일한 열쇠를 가진 서울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신혼부부나 청년 등 주거 취약층의 주거복지 차원에서 구룡마을 개발을 접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이를 통해 서울시 정책 실효성을 확보하고 주거난을 해결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용환진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1107가구 규모의 판자촌 구룡마을 개발과 보상 문제를 둘러싼 이해당사자들 입장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한 치의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000명이 넘는 거주민과 서울시뿐만 아니라 192명에 달하는 토지주와 구룡마을 개발 추진 주체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주무관청인 강남구청까지 포함하면 최소 5개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집단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도돌이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주 대책 대상의 조건인 1989년 이전 거주 여부를 증명하지 못해 쫓겨날 위기에 처한 거주민들은 최소한 임대 후 분양전환 등의 방식으로 주거권을 확보해줄 것을 요구하며 협상 테이블조차 거부한 상태다.
이강일 주민자치회 회장은 "임대주택으로 이주할 경우 수입 전부를 임차료 내는 데 써야 한다"며 "사실상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져 삶이 망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지주 역시 현재 지가에 걸맞은 적정 수준의 보상 원칙을 강조하며 민영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불법 거주자에 대한 분양권 부여 선례를 만들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강맹훈 서울시 재생정책기획관은 "서울시가 수용과 환지를 혼용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은 공영개발 원칙하에서 진행된 것이지 민영 방식을 채택한 것이 아니다"며 "일관된 원칙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룡마을 거주민 보상을 담당하고 있는 SH공사 관계자는 "구룡마을 집들이 1989년 이전에 지어졌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 건축물에 준한 보상을 해줄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당사자 간 대립으로 구룡마을은 상당 기간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서울 부동산 가격 불안 요인 중 하나로 강남권 공급 부족이 꼽히면서 구룡마을 개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SH공사의 구룡마을 개발계획에 따르면 27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재탄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해당사자 간 자발적 문제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현재 당사자 간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진 만큼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재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어렵겠지만 국토교통부가 직접 이들 이해관계를 조율한다면 타개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충원 강남대 부동산건설학부 교수는 "절충점을 찾아서 운영해야 하는데 묘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이해관계를 조율할 핵심 중재자를 누가 맡을지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결 방법에 대한 입장 차가 선명하게 갈려 절충안을 논의하기 이전에 누가 그 문제를 해결할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당사자 간 협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원만한 조율을 위한 핵심 역할을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강력한 정책 결정권을 가진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게 가장 빠른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택지 개발 필요의 당위성을 갖고 있는 국토부가 이 문제에 대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발이라도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구룡마을에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투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서 교수는 "국토부가 적극 나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며 "알짜 용지에 민간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수요가 충분하고 다각도로 효용성도 클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부는 5년 안에 공적주택 100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지만 주택 공급이 부족한 서울 내에선 입지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룡마을이 여기에 포함된다면 정부는 숨통이 트이고 서울 강남에서 '소셜믹스'가 실현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특히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장기간 정체된 재개발 사업에 돌파구를 마련해주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최근 인천 숭의3지구 등 5곳이 후보지로 선정됐는데, 이곳의 시행자는 기존 주민의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재정착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도 포함했다.
정부가 개입하기 어렵다면 결국 서울시의 결단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서 교수는 "수용과 환지를 접목시킨 혼용 개발 방식이라는 절충안은 이미 나와 있다"며 "결국 서울시가 전문가와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면서 문제 해결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기 서울시의원은 "공영개발 원칙을 정한 만큼 주민을 설득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며 "거주민이 요구하는 분양권 자격 요건인 1989년 이전 주거 여부에 대한 조사 역시 서울시밖에 할 수 없는 만큼 유일한 열쇠를 가진 서울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신혼부부나 청년 등 주거 취약층의 주거복지 차원에서 구룡마을 개발을 접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이를 통해 서울시 정책 실효성을 확보하고 주거난을 해결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용환진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