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강남 재건축 1만9000세대 이주비 `비상`...대출 규제로 이주비 60~70%→30~40% 줄어
입력 2018-04-29 09:37 
이달 초부터 이주가 시작된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와 조합원 전매제한 등의 규제에 이어 이번에는 이주비 문제로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8·2부동산 대책으로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이 대폭 축소되면서 일부 조합원들은 대출금 상환은 물론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 반환도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주비 대출은 정비사업구역의 철거가 시작될 때 소유자들이 대체 거주지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집단대출이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강남권에서는 대단지 아파트 재건축 이주가 줄을 이으면서 곳곳에서 이주비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60~70%를 적용받아 거액의 이주비 대출이 가능했지만 작년 8·2대책 이후 대출 한도가 1주택자는 40%, 2주택자는 절반 이하인 30%로 줄어든 탓이다. 특히 다주택자는 투기지역 내 대출이 가구당 한 건으로 제한되면서 기존 대출이 있는 경우 이주비 대출을 못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신반포3차·경남·한신23차 통합 재건축 단지는 오는 7월 2763세대의 이주 개시를 앞두고 조합에서 통보한 이주비가 예상보다 작아 조합원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경남아파트 전용 73.5㎡의 이주비는 4억8000만원, 97.8㎡는 6억원 가량이 책정됐다. 이에 비해 이 일대 일반 아파트 전셋값은 전용 85㎡ 이하 중소형도 8억∼15억원에 달해 이주비만으로는 전세금 마련이 턱없이 부족하다.
세입자에게 집을 전세 주고 추가 대출도 받은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주비가 줄다 보니 전세보증금을 빼주고 나면 대출금 상환을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세입자와 전세를 장기간 계약한 조합원 중에서 전세보증금이 높아 이주비로 전세금도 못 빼주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특히 총부채상환비율(DTI)은 물론 지난 3월부터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까지 적용돼 실제 개인이 수령하는 이주비는 이보다 더 적거나 아예 대출이 불가능한 경우도 나오고 있다.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과거에는 저리의 이주비를 받아 다른 곳에 집을 사두는 등 재테크 자금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요즘은 대출이 줄고 조건도 까다로워져 꿈도 못 꾼다"며 "이자도 한창때는 1~2%대로 낮았지만 최근엔 3% 중반 이상이어서 자금 여유가 있는 조합원들은 아예 이주비 대출을 안 받고 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5000여 세대의 이주가 시작된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는 조합원당 이주비가 주택형별로 2억∼3억6000만원에 그친다. 과거 이 일대 재건축 이주비가 기본 7억∼8억원, 10억원 이상 받은 경우도 많았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에 조합과 시공사에서는 이주비가 부족해 임시로 거처할 전셋집을 못 구하고 있는 조합원을 위해 전세자금대출을 알선해주고 있다.
건설업계는 올해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봇물'을 이루면서 이주비 문제가 더욱 확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강남권에서는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와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을 제외하고도 7월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1350세대), 9월 서초구 방배13구역(2911세대), 10월 송파구 잠실 진주(1507세대), 12월 서초구 반포 주공1·2·4주구(2120세대) 및 한신 4차(2898세대), 하반기 강남구 삼성동 홍실아파트(384세대) 등 연말까지 줄잡아 1만9000세대가 이주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규제가 비강남권 서울 재개발·재건축 단지에도 똑같이 적용되면서 투자자는 물론 서민들의 이주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집값이 과열되면서 강북 재개발 단지에도 대출을 끼고 주택을 구입한 투자수요가 많은 만큼 이주 시점에 원하는 만큼의 이주비가 나오지 않을 경우 낭패를 보는 이들이 대거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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