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상회담 훈풍…코스피 한달만에 2500선 터치
입력 2018-04-27 17:14  | 수정 2018-04-27 20:10
증시 상승세 이어질까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코스피가 장 초반 2508.13까지 치고 오르며 잠시 2500선을 넘어섰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2500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달 22일 이후 한 달여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셀트리온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오후 들어서도 2500선에 육박했다가 전날보다 16.76포인트(0.68%) 오른 2492.40에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7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보이면서 정상회담 이후 한국 증시 재평가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도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순매수에 나섰다. 다만 지루한 '셀 코리아'에서 완전히 돌아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외국인 수급을 살펴보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던 지난 1월 말을 기점으로 완연한 매도세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 순매도가 시작되면서 증시가 횡보장에 들어섰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1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9756억원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3%대에 육박했던 2월에는 1조5611억원을 순매도했다. 미·중 간 무역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던 3월에도 740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26일까지 1조4405억원 규모 순매도를 기록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부터 매수 우위로 돌아서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가 일부 완화됐다. 이날도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셀트리온 등 시가총액 상위주를 사들였다.
낮은 배당성향과 불투명한 지배구조,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저평가받았던 국내 주식시장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의 MSCI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7배로 같은 아시아권의 대만(13.7배)과 일본(13.0배)보다 낮다. 주당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어느 정도 평가받는지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은 국가 간 증시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로도 쓰인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실적호조에도 최근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많이 위축됐다"며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 요인이 본격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이어 "오는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금리나 통화정책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에 증시가 당분간 회복과 조정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시점을 지나서 3분기에는 코스피가 2900까지 상승할 수 있지만 4분기에는 내년 경기에 대한 우려 등으로 조정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감소에도 불구하고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금리 등 경기지표가 주식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4년3개월 만에 3%를 돌파하며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26일에는 전일 대비 4.5bp(bp=0.01%포인트) 하락한 2.982%를 기록하며 일시적으로 안정세를 찾았다. 지난 2월과 달리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금리 상승을 촉발했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6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다시 한 번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점도표 조정을 통해 올해 네 차례 금리 인상이 현실화된다면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제교류 활성화 등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겠지만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미국이 키를 쥐고 있기 때문에 북·미정상회담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온다면 건설을 비롯한 관련 업종 전반에 남북 경제협력 기대감이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금리상승 속도 등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2분기에는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6일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각국의 평화적인 비핵화 노력 속에 한반도의 평화 배당금이 얼마나 될지 관심이 쏠리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겁지 않은 편"이라며 "미국 국고채 금리 상승과 미·중 무역분쟁 긴장감 등이 상승세를 상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는 "무역분쟁과 국채금리 상승 우려가 점차 사라진 이후에는 지정학적 요인이 한국 증시와 원화에 긍정적인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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