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이들과 같은 이름을 가진 또 다른 유명인들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지난 12일 처음 제기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문의 '물컵 갑질' 의혹 보도는 MBC 개그맨 출신 조현민을 소환했다. 각종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핫한' 이름이 된 조현민. 연관 검색어에 함께 오른 개그맨 조현민은 '물컵 갑질'과 무관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착각하는 이들 사이 오해를 받았다.
그는 MBC '웃고 또 웃고'의 한 코너인 '나는 하수다'에서 주진우 기자 역할로 분해 열연한 바 있다.
조 전 전문의 갑질 보도 이후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만행이 탈탈 털리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조 전무의 언니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이 포털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동생의 갑질에 다시 한번 언니의 갑질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으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물이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승무원의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이륙 준비 중이던 여객기를 램프리턴(탑승게이트로 되돌리는 일) 하도록 지시하고,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해 물의를 빚었다.
4년여 만에 '땅콩 회항'이 회자되며 덩달아 주목을 받은 이는 그룹 어반자카파의 멤버 조현아다. 가수 조현아는 '땅콩회항' 사건 당시 조 전 부사장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한 동안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데는 가기가 싫었다고 할 정도로 고충이 컸다고 말했다.
두 자매에 이어 연일 쏟아지는 갑질 의혹의 정점에는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있다. 이 이사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의 모친이다. 이 이사장은 자택 공사를 맡았던 인테리어 업체 직원과 운전 기사 등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동영상과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실시간 급상승어 1위를 차지, 국민적 지탄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문제는 이명희 이사장의 동명이인 중 유명 경영인인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인 이명희 회장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각종 포털에서 이명희 이사장이라고 검색을 하면 연관 검색어로 '신세계 이명희'가 뜨는가하면 일부 언론에선 두 사람의 사진을 바꿔 보도해 신세계 측에서 급히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명희 이사장은 최근 갑질 폭로 보도가 있기 전에는 재벌가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었다. 반면 신세계 이명희 회장은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모친으로, 재계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 여전히 주목을 받는다.
따라서 이같은 부정적인 이슈에 동명이인으로 거론되며 특히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유통업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는 것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신세계그룹 측은 "이번 일 말고도 이명희 회장을 일우재단 이 이사장과 동명이인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긴 했다"며 "하지만 최근 갑질 의혹 보도가 쏟아지면서 이와 전혀 무관한 이 회장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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