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약학대학 이호영 교수 연구팀은 인삼 및 홍삼의 파낙시놀(panaxynol) 성분이 열충격단백질인 Hsp90(heat shock protein 90)을 억제함으로서 폐암세포 및 폐암줄기세포를 차단해 항암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을 세포배양(in vitro) 및 생체 내(in vivo) 실험을 통해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기존에 홍삼 사포닌 성분이 면역력 등에 효과가 있다는 점은 많이 밝혀졌지만 비사포닌 성분인 폴리아세틸렌계 화합물인 파낙시놀 성분이 항암에 직접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폐암은 국내 암환자 사망원인 1위일 뿐만 아니라 표적항암제, 항암면역요법 등 다양한 치료법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5년 생존율이 20%에 그치는 난치암이다. 조기 발견된 폐암은 수술을 통한 절제를 시도하게 되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국소 또는 원격전이가 진행된 3기이상에서 발견되어 치료가 어렵고 사망률이 높다.
Hsp(열충격단백질)들은 단백질의 구조 형성에 관여하는 인자로, 여러 암세포에서 과발현되어 있어 항암제 개발의 표적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의 연구결과 Hsp 시스템은 암줄기세포 억제를 위한 표적이 되는 것으로도 밝혀지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Hsp 시스템 저해제들은 대부분 Hsp90을 억제하는 약제로, 이들 대부분은 심각한 독성, 낮은 수용성, 미약한 항암 효과 등의 문제로 인해 임상 진입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새로운 Hsp 시스템 억제제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호영 교수팀은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한 형질전환 마우스 모델 및 폐암세포를 이식한(tumor xenograft) 마우스 모델을 이용해 홍삼의 파낙시놀 성분이 발암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자발적인 폐암 생성은 물론 폐암세포이식으로 생성된 종양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점을 확인했다.
홍삼의 파낙시놀 성분이 폐암줄기세포와 폐암세포의 세포자멸사를 유도해 생존능력을 억제할 뿐 아니라, nM(나노몰랄농도) 수준의 아주 낮은 농도에서도 암줄기세포의 형성 및 Oct4, Nanog, Sox2와 같은 암줄기세포 마커의 발현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 다양한 정상세포에는 독성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교수팀은 파낙시놀 성분이 Hsp90의 N-terminal 및 C-terminal에 존재하는 ATP 결합 부위에 작용해 Hsp90을 억제함으로써, 폐암줄기세포 및 폐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기전도 밝혔다.
이호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홍삼의 면역력 증진 및 피로도 개선을 통한 항암치료 보조효과에서 나아가 홍삼의 파낙시놀 성분이 항암에 직접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점을 규명한 것"이라면서 "특히 천연물인 홍삼을 이용해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항암요법 개발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으며, 의약품으로서의 적용 가능성을 제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SCI에 등재된 종양학 분야의 권위있는 국제학술지(Cancer Letters)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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